[공공교통네트워크 논평]
국토부는 시내‧마을버스 휴게시간
탄력 적용제를 즉각 철회하라!
- 현 버스 노동 현장에서의 현실을 철저히 무시한 개악에 불과하다
- 휴게시간 부족에 따른 안전사고의 결과를 정녕 잊어버렸는가
교통 분야 산업 중 버스 운전은 종사자들이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노선의 환경, 여건 및 상황에 따라 불가피한 사고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이를 조금이라도 최소화하고자 버스에는 ‘법정 휴게시간’을 부여하도록 규정하는데, 휴게시간에는 단순 쉬는 행위를 벗어나 다음 운행을 위해 차량을 점검하거나 부족한 연료를 충전하는 것. 청결을 위해 내부 청소를 진행하는 모든 것들이 휴게시간에 포함되어있다.
즉, 버스 노동자들은 단순 운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도 책임져야 하며 운행하는 차량의 상태까지 살펴야 하는 업무를 동시에 진행한다. 이 말인즉슨 고정 차량을 배정받는 즉시 노동자가 책임자의 역할까지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최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항목에 ‘시내버스 운수종사자 휴게시간 탄력적용 확대’안을 추가하여 논란의 중심에 섰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44조의6, 운수종사자의 휴게시간 보장 항목 1항은 시내, 농어촌, 마을버스 운송사업자는 기점부터 종점까지 1회 운행 종료 후 1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보장하여야 하며, 2시간 이상인 경우엔 운행 종료 후 15분, 4시간 이상일 땐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부여하도록 규정한다. 단, 2항에서 마을버스는 지자체별 조례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예외 사항을 두고 있으나, 1항에 명시된 10분을 기본 시간으로 보장하도록 규정한다.
문제는 실제 버스 현장에서 규정한 법정 휴게시간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는데, 만약 국토교통부가 노동 현장을 세심하게 살폈다면 이번과 같은 비현실적 입법안을 발표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배차시간에는 총 운행 대수에 비례하여 시간대별 간격, 실 주행시간, 휴게 및 차량 점검까지 모든 상황을 예측한 후 평균 소요 시간을 산정하여 결정한다. 즉 노동자가 운행을 종료했다고 하여 다음 운행까지 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 점검, 연료 충전까지 마친 후의 잔여 시간이 실질적 휴게시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승객 과밀로 정류장에 정차하는 시간이 증가하거나 도로 정체, 고장 및 사고로 인한 돌발상황으로 소통이 원활해지지 않을 시 1회 주행시간은 점점 증가하고 휴게시간 없이 다음 운행을 바로 시작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나마 업체가 정해진 배차시간을 일부 조정하여 화장실을 갈 수 있거나 식사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연속해서 운전석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기에 집중도가 저하되어 곧 안전사고로 이어지게 한다.
과거 발생했던 버스 사고의 주원인은 휴게시간 부족, 노동자의 졸음운전이 대표적이었다. 그중에서 전날 격일제로 18시간 이상을 근무하고, 다음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가 점심 식사 후 몰려온 졸음을 이기지 못해 발생했던 2017년 경부고속도로 광역버스 사고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온갖 추측이 난무하였으나 충분한 수면 없이 일해야 했던 운전기사의 과로가 원인임이 밝혀졌고, 이를 통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주 52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 마디로 일을 더 시키는 사업주는 처벌받고, 더 하는 노동자 역시 처벌받도록 강제성을 부여한 것이다.
그런데도 버스 사고는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데, 올해 7월에는 인천시 연수구에서 좌석버스가 신호 위반으로 정상 주행하는 배달노동자를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대안으로 탄력적으로 배차를 조정하는 것이 유일했는데, 민간이 운영하는 시스템에선 탄력 배차를 시행하더라도 난폭운전 및 신호 위반이 사라진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공적 운영이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민간 업체에 이윤을 보장하는 준공영제 시행 지역이 확대되더라도 사고가 끊이지 않는 마당에 운수업체가 마음대로 휴게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면 노동자들은 과거로 돌아가 사고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고스란히 위험이 전가된다. 하물며 민영제 업체들은 주 52시간을 초과할 수 있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여 겉으론 이용 시민의 편의를 주장하지만, 안전에는 부작용만 지배할 것이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나 다름없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지금의 버스 산업은 전반적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과거에는 근로 시간 초과로 안전 이슈가 도마 위에 올랐다면, 현재는 종사자 고령화와 인력난까지 겹쳐 노선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우려로 발전했다. 더군다나 마을버스는 예전부터 휴게시간 부족과 고령화의 가속화, 업계의 근로 환경 개선에 대한 투자 미흡으로 고질적 문제에 머무른 현실까지 겹친 마당에 휴게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은 문제 해결은커녕 현 상태를 더욱 고착시킬 게 뻔하다. 오히려 노동자들 사이에서 끊임없는 숙제로 거론된 휴게시간을 근로 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지금 당장 국토교통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다시 한번 버스 산업 노동자, 이용하는 시민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휴게시간 탄력 적용제 입법안 시행과 주 52시간제 도입을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국토교통부의 결정에 심히 유감이라는 뜻을 밝히며, 신규 노동 인력 유입을 차단함과 동시에 공공교통의 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아울러 공공교통네트워크 역시 버스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하여 이 같은 개악성 논의가 다시는 진행되지 않도록 반대 의견과 함께 적극적인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끝)
2024년 12월 3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