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호승 (서울 아산병원 정형외과 부교수)
“왕년에 발목 한, 두 번 안 삐어 본사람 있나?”
발목 손상이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운동은 농구인데, 농구 도중 족관절 외측 인대 손상은
전체 스포츠 손상 중 45%, 축구 도중 31% 정도에서 발생하며 정상 보행 중에도 발생할 수 있는
흔한 손상이다.
“염좌, 좌상, 불안정성이란?”
인대(ligament)란 뼈와 뼈 사이에 부착 되어 두 개의 뼈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섬유조직(fibrous band)으로 인대가 손상 되면 뼈들 간의 안정성이 떨어지게 되고
이러한 경우를 관절 불안정성이라고 한다.
이러한 급성 인대 손상을 염좌(sprain)라고 하며 손상 정도에 따라 부분 파열, 완전 파열등으로 구분한다.
이렇게 두 개의 뼈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인대의 존재 이유라면 근육(muscle)은
서로 다른 뼈를 움직이기 위하여 존재한다.
즉 근육이 수축하면 관절을 이루는 뼈가 움직이게 되는데, 예를 들어 발목의 종아리 근육이 수축하면
발목이 족저 굴곡 되고, 전방 경골근이 수축하면 발목이 발등 쪽으로 신전 된다.
대개는 유사작용을 하는 여러 개의 근육이 상호 보완작용을 하며 관절운동이 이루어지는데
커다란 근육 다발이 면적이 적은 하나의 뼈에 연결되려면 건(tendon)이라는 가느다란 힘줄로써
뼈에 종지하게 된다.
건의 손상을 건 파열이라 하며 반복적인 미세 손상에 의하여 염증이 생기는 경우
건염(tendinitis)이라 하며 근육의 손상을 좌상(contusion) 이라한다.
관절의 움직임을 위한 근육 및 건이 있고, 반면에 이들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인대가 있어
이 들 간의 균형과 상호 보완에 의하여 관절의 효과적인 운동이 가능하다.
이러한 균형이 깨지는 경우 관절의 불안정성 또는 강직이 발생하게 된다.
역으로 말하면 관절의 불안정성은 어느 하나의 인대 손상만으로 발생 한다기보다는 인대,
건 및 근육의 복합적인 기능부전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 발목 삐고 아무것도 안했어도 멀쩡한데
너는 어째서 그렇게 오래 동안 치료해도 아프다고 그러냐?”
발목에는 세 개의 뼈를 안정적으로 지지해 주기 위한 내측, 외측, 전방 후방의 인대가 있으며
발목 주변의 여러 근육에 의하여 관절운동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발목 관절의 불안정성은 관절을 구성하는 몇 개의 인대 중 몇 개가 손상되었는지,
그리고 각 인대 자체의 손상정도 및 주변 근육의 기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게 된다.
누구나 경험하는 흔한 손상인 발목인대 손상 후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치료 방법 뿐 아니라
어느 구조물이 어느 정도 손상 되었는지에 따라 치료 없이도 좋아지기도 하고,
오랜 치료 기간이 필요하기도 한 것이다.
발목을 구성하는 인대 중 가장 흔한 게 손상 받는 것은 발목 외측인대이며
특히 전 거비 인대가 흔하게 손상 받고 손상 당시의 외력의 정도에 따라 종비 인대도 손상 받을 수 있다.
반면에 후방 거비 인대까지 파열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MRI 검사 상 인대가 세 개 다 파열되었기 때문에 수술해야 된다?“
MRI 검사로 인대 손상을 추정 할 수도 있지만 인대손상으로 인한 기능 손실은
동적인 상태에서 잘 나타나기 때문에 정적인 상태에서의 검사인
MRI 만으로 주행방향이 다양한 인대 손상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따라서 MRI 소견만으로 수술 여부를 결정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의사의 진찰 소견이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데 있어 더욱 중요하며,
더욱이 검사비용을 고려하면 모든 경우에 MRI 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손상정도가 심하거나 주변 구조물의 동반 손상 여부 등에 따라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으나
대개 발목인대의 급성 손상에 대하여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드물며 PRICE 와 근육 훈련을 적용한
보존적 요법을 적용하고 이후에도 남게 되는 만성적 불안정성으로 인한 직접 또는 간접적인 증상이
심한 경우 수술이 필요하다.
발목 인대 끊어지면 못 걷는다는데....
발목 인대가 손상 되었다면 인대 자체의 정상적인 복구가 필수적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도 발목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치료와 재활 훈련이 보완된다면
인대 손상으로 인한 기능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발목 인대 손상 후 발목 관절의 퇴행성 관절염이 빨리 올수 있지만 불안정성이 있는
모든 발목 관절에서 퇴행성 관절염이 남는 것은 아니다.
하지는 보행이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상지와 비교한다면 같은 정도의 인대 손상 후 불편함은
발목손상 후 훨씬 더 느끼게 된다.
치료 과정 또한 보행을 하면서 치료하여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흔하게 발생하는 발목 인대 손상 후 대부분은 잘 치료 되어
정상적인 기능의 복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 급성기의 통증을 없애는 것만이 치료가 아니라 손상된 인대의 해부학적 기능적 복구를 위한
치료자와 환자의 노력이 전제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