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를 바라보면서>
- 2004. 2. 22. 일. 신형호-
모처럼 봄비가
그리운 이의 눈물처럼
소나무 숲에도
말라버린 냇물위에도
바쁘다고 잠시 정신이 없는
마음속에도
부슬부슬 내리고 있구나.
열흘간 팔공산 산자락에서의 연수.
한편으로는 답답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참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방학기간의 연수라
좀 느긋하게 쉬는 즐거움은 사라졌지만
나름대로의 알찬 강의에
여러 가지로 도움은 되더라.
일상의 게으름에서
눈을 뜨게 해 주기도 하고
낡아버린 두뇌에
열성적인 그들의 자극에
살아가는 법도 다시 생각하게 하고.
제일 즐거웠던 일은
매일 나름대로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만들어서
팔공산 뒷산을 산책한 일이라고나 할까?
나이 오십을 넘으니
자꾸 나름대로 살아가려고 한다.
강의 일정이 구속은 아니지만
그 곳에서 벗어나려고 했으니까...
절기도 우수가 지났구나.
얼었던 대동강 물도 녹는다는 우수.
포근한 날씨가 4월 중순의 기온이란다.
연수 끝나고
돌아오니 정리 못한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네.
며칠 동안 할 것을 생각하니
‘아이구 머리야’가 입에서 절로 나온다.
컴퓨터의 발명이
인간생활을 좀 더 편리하게 하고자 나왔건만
실상은 자꾸만 다그치고 있구나.
모든 자질구레한 정보까지
평생을 살면서 필요 없는 온갖 정보를
이제는 다 저장하기를 요구하는 시대이기에...
공상과학 영화가 아니라도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모두 기계의 노예가 될 것이
눈에 선하게 보인단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이거늘...
그렇다고 문명이 이기를 전혀 누리지 않고
산다는 말은 아니지만.
봄방학 기간이지만
며칠간은 혼자 출근해서
정리하느라 바쁘지 싶다.
그곳에도
봄기운이 완연하제?
곧 3월이 오겠네.
봄이 시작되면
온갖 꽃들이 차례대로 줄을 서서
계절을 노래할 터이고...
늘 좋은 시간 보내라.
창가에 정신없이 달려와
주룩 미끄럼 타는 빗방울에
새 봄의 향기 묶어
고향하늘 숲 부쳐줄게.
<훌쩍 날아 온 봄>
- 2004. 2. 23. 월. 백장미-
세월이란
참 오묘하기만 한지라.
그리 춥던 날도 잊고
회색 빛나던 서글픈 날도 잊고
빛나는 하늘 아래
너울너울 봄이 훌쩍 날아왔다.
아침나절부터
창문 활짝 열고 히터 끄고
봄을 마시고
즐거운 새 소릴 마셨다만
간사한 화창함과는 달리
스멀스멀 재채기가 나온다.
다 늦게 감기라도 오려는지
봄 타령 한 하루가 무색하네.
내일이면
다시 내려간다는 기온을 마다하고
세일 세일이라는 간판도 외면하며
나풀거리는 봄만 눈에 띄어
얇은 옷 하나 사 들고
가슴 펴며 달려 왔다.
오랜만에 만난 지기는
아직도 팔팔 뛰는 날 보고 웃는다.
봄은
내 가슴에 먼저 자리 잡아
무거운 날을 밀어내고
가슴 아픈 날 보다
가슴 부푼 날을 만들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새롭게 깨워 보려 한다.
남은 날이 작은이들에게도
혼자 살아 갈 준비하는 이들 에게도
내 사랑스런 가슴으로
모두를 덮어 주고 싶다.
다시 찾은 날엔
다시 찾아 올 사랑으로
그리움 덩이 안고
진한 사랑 덩이 안고
또 다시 한 세월
아름답게 살고프다.
감기 조심해라.
동무야!
이월은 본래 시새움이 많다더라.
카페 게시글
메일 보관방
20여 년 전 이메일을 펼쳐보며 200
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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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7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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