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로 먼저 내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다면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_메리 파이퍼를 읽고-
‘침묵은 금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이러한 말들은 은연중에 사람을 생각없이도 살 수 있는 어른으로 만든다.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불편해하고 때로는 예의없다고 보는 사회 분위기도 이를 더한다. 갈등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그냥 입을 다물기도 한다. 소확행을 추구하는 경향은 복잡한 일에는 그만 관심을 끈다.
“당신 생각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과연 내 생각이 뭘까?’ 당황한다. 뭐가 맞는 거지? 나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내가 하는 말이 틀리면 어쩌지? [무엇에 대해 논하시오] 라는 문제에 깊이 고민하여 내 생각을 쓴 경험이 있었나? 내가 외운 지식이 휘발되기 전에 복사하듯 서둘러 썼다. 살면서 내 생각을 내가 원해서 쓴 글이 얼마나 될까? 학창 시절엔 평가받기 위해 교과서를 외워서 썼고, 직장에서는 검토받기 위해 문서를 쉼 없이 작성했다.
메리 파이퍼는 묻는다. ‘무엇이 당신의 마음을 여는가’(자기탐구과정을 위한 여러 질문 중, 71쪽) 내 마음이 열리는 순간은 그 저자의 목소리가 살아있다고 느낄 때다. 작가에게는 자신만이 낼 수 있는 독특한 음색이 있다. 작가가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는 일은 불가능하거니와 다양성이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가치와도 맞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생각을 가진 독자들의 비판과, 반대 의견에 부딪칠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림이 있는 목소리가 오래 기억된다.
나는 코로나를 겪으며 직장에서 독서 모임 두 개를 직접 만들었다. 어느 순간 나는 눈 뜨면 자동으로 활자에 접속한다. 어느 때는 한꺼번에 여러 책을 읽으며 많은 등장 인물들을 마주한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인물도 만나고, 다른 의견을 말하는 주인공도 마주친다. 놀라운 상상력과 통찰력도 배운다. 더 궁금한 저자는 직접 만나고 싶어서 온오프라인 강의도 찾는다. 새기고 싶은 글들은 손글씨로 정성껏 따라 쓴다. 그 훌륭한 생각이 나에게도 스며들 수 있을까 하여. 지금도 가장 큰 삶의 낙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내가 참 무력하다는 생각이 든다. 읽고 싶고, 읽어야 할 책들이 수없이 나타날수록 분주한 일상에 조급함만 더해진다. 다양한 생각과 간접적인 경험은 쌓여 간다. 동료들과 같이 읽고 소감을 나누며 함께 배우는 시간 속에서 느끼는 행복 때문에 우리는 계속 모인다. 그런데 그 행복은 읽은 책 목록이 한 줄 더 추가된 자기만족 그 이상의 무엇이 있는가?
나도 내 목소리를 내고 싶다. 나만의 음색을 찾고 싶다. 타일러 라쉬가 말했듯이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목소리를 내지 못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침묵은 더이상 금이 아님을 느낀다면, 가만히 있으면 모두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게 보인다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게 아닐까? 문제는 내 소리가 ‘도대체’가 정리가 잘 안된다는 것이다. 이 생각, 저 생각이 사방 팔방으로, 산으로, 바다로, 맞았다, 틀렸다, 나타났다, 사라졌다..머릿 속이 참으로 시끄럽다.
메리 파이퍼는 ‘글을 쓰다 보면 진짜 내 생각이 무엇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게 된다’(나다운 글쓰기 중, 71쪽)고 했다. 내 안의 시끄러운 소리를 잠재우고 울림이 있는 목소리를 꺼내고 싶다. 내 안의 잘못된 소리는 추방하고 바른 음색을 찾고 싶다. 내게 맞는 단어로 먼저 내 마음부터 울림을 주고 싶다. 내가 지금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다.
첫댓글 선생님들의 글을 통해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습니다. 나의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게 선생님이 말씀하신 울림이 있는 목소리라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세심하고도 진솔한 글이 참 좋습니다. 책읽기의 행복과 무력감에 대해서도 너무나 공감하고요, 올해 기자단 활동이 선생님의 고유한 목소리를 찾을 수 있는 여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함께 할게요~! ^^
독서가 어느 정도 쌓이시니 글을 쓰셔야 할 때가 되신 거 같습니다. 책만 읽다보면 허무해지는 그런 느낌을 저도 알거 같아요. 선생님이 가진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하며 용기를 내어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아 가시기를 응원합니다.
읽은 책 목록이 한 줄 추가된 자기만족외에 무엇이있는가? 저도 고민하고 괴로웠던 부분이라 넘 공감됩니다. 나의 생각과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함께 고민하고 읽고 써 봅시다 ^^
'나도 내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선생님의 바람, 격하게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꼭 선생님의 목소리를 내세요!!!
정리가 안 되신다고요? 제가 보기엔 선생님의 글은 제자리에 착착 잘 정리 정돈되어 있는 방 같은 느낌이 듭니다. 글만큼 생각도 그럴 거 같고요.^^ 쌤의 글을 읽으면 제 마음이 차분해지는 거 같아요. 앞으로의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내 마음이 열리는 순간은 그 저자의 목소리가 살아있다고 느낄 때다. 작가에게는 자신만이 낼 수 있는 독특한 음색이 있다. 작가가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는 일은 불가능하거니와 다양성이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가치와도 맞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생각을 가진 독자들의 비판과, 반대 의견에 부딪칠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림이 있는 목소리가 오래 기억된다."
저는 이 문장이 너무 좋아요!! 모두에게 있는 독특한 음색. 선생님 글을 읽으면서 저에게는 전혀 와 닿지 않았던 글귀와 문제의식을 만나게 되었어요. 이게 선생님만의 음색이지 않을까요?^^ 앞으로 더 선명하고 다채로운 음색을 찾기를 바랄게요~ 한 사람에게는 하나의 거대한 우주가 있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