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8월 11일 《뿌리》를 쓴 미국 작가 알렉스 헤일리가 태어났다. 《뿌리》의 주인공 쿤타 킨테는 알렉스 헤일리보다 171년 전인 1750년에 출생했다. 쿤타 킨테의 고향은 오늘날의 서아프리카 감비아 해안 주푸레 마을이다. 쿤타 킨테가 아메리카로 옮겨와 살면서 알렉스 헤일리도 미국인이 되었다.
쿤타 킨테가 대서양을 건넌 것은 자의가 아니었다. 열일곱 살 때 북 만들 나무를 구하려고 마을 밖으로 나왔다가 노예 사냥꾼들에게 잡혔다. 몽둥이로 무참하게 구타를 당한 뒤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보니 쇠사슬에 묶인 다른 사람들과 뒤섞여 배에 실려 있었다.
메릴랜드에 도착해서 버지니아 존 월러 농장에서 노예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팔려서 다른 주인을 섬기게 된다. 쿤타 킨테는 4번에 걸쳐 탈출을 시도한다. 매번 실패했고, 마지막으로 잡혀왔을 때에는 오른발이 잘린다.
그 이후 쿤타 킨테는 자신이 누구인지 잊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운명에 순응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다가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부엌 노예 벨과 결혼하고, 딸 키지가 태어난다. 키지는 주인의 조카 앤을 시중들면서 성장한다. 덕분에 키지는 노예 중 보기 드물게 글을 깨치게 된다.
글 읽는 능력을 발휘해 키지는 좋아하는 노예의 탈출을 돕는다. 그게 들통이 나서 키지는 노스캐롤라이나로 팔려간다. 부모와 생이별을 하는 처절한 장면이다. 키지는 새 주인 톰 리에게 겁탈당해 아들을 낳는다.
딸과 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 쿤타 킨테는 죽는다. 딸과 헤어진 어머니 벨은 다른 곳으로 팔려간다. 키지가 뒷날 쿤타 킨테의 무덤을 찾아와 비석에 ‘쿤타 킨테’라 새겨넣는다. '역사를 잊지 않는다, 결코 잊을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시이다.
1995년 8월 11일 우리나라의 ‘국민학교’들이 ‘초등학교’라 바뀌었다. 나라가 독립을 되찾은 이후 50년 동안이나 일본제국주의가 붙인 국민학교를 쓰다가 그제야 간판을 내렸다. 그 동안 역사를 잊고 지냈다는 말인가? 50년이나 걸린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누구 없소?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는데, 어디 있소?”라면서 ‘나를 붙잡아줄 님’을 찾는 대중가요가 있다. 누구 없소?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는 데 50년이 걸린 까닭을 간명하게 설명해주실 분, 어디 있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