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사이로 보이는 희망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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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에 입원 중인 김유숙(오른쪽)씨가 김종국 신부의 위로를 받고 웃음 짓고 있다. | "그래도 저는 아직은 희망을 믿어요. 더 이상 내려갈 바닥이 없으니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잖아요?" 난소암이 재발해 병원에 입원중인 김유숙(아나타시아, 46, 서울 양재동본당)씨가 눈물을 닦으며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김씨는 5박 6일간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머리카락도 많이 빠지고 말을 잇기도 힘들 정도로 기력이 무척 쇠한 상태였다. 4년 전 점점 복수가 차올라 불룩해진 배를 안고 병원을 찾은 김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난소암 3기말 판정을 받은 것. 그 전에는 감기 한번 걸려본 적 없을 정도로 건강했던 터라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근무력증과 갑상선 항징증도 함께 찾아왔다. "이름조차 생소한 병들이 갑자기 제게 찾아오니 말이 안나오더라구요. 이대로 죽나 싶어 아들을 껴안고 밤낮으로 울기만 했어요." 게다가 김씨의 외아들 조경민(안드레아, 중2)군은 불치병인 지방척수수막류를 앓고있다. 희귀병을 안고 태어난 아들을 보며 김씨는 늘 마음 졸였다. 신경 조직의 손상을 가져오는 지방척수수막류는 배뇨 및 배변장애를 동반한다.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씩은 정기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그 돈만 40만 원 정도가 든다. "난소암 발병 후 가장 걱정되는 것은 아들이었어요. 한참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한 아이를 챙겨주지 못하게 될까 두려웠지요." 김씨는 난소암 진단을 받고 몇 군데 병원을 찾아가봤지만,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돌아왔다. 수소문 끝에 수술이 가능한 종합병원을 알아냈지만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그마저도 차일피일 미뤄야 했다. 다행이 빚을 얻어 어렵게 수술을 받았지만 김씨는 자궁, 난소뿐 아니라 맹장까지도 모두 들어내야했다. 하지만 고통은 끝난 게 아니었다. 2년 후 재발한 난소암으로 다시 한번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1998년 IMF 당시 남편이 경영하던 회사가 부도나면서 신용불량자가 된 김씨 부부에게 입원비와 약값 또한 만만치 않은 부담이 됐다. 당시 가재도구가 압류당하는 것은 물론, 살고 있던 집도 압류당해 하루 아침에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영어학원 상담실에서 근무하던 김씨는 발병과 동시에 일자리도 잃었다. 현재는 남편이 아는 사람 일을 도와 받는 푼돈으로 근근이 생활하고있다. "솔직히 결혼 전에는 이렇다할 고통을 모르며 살아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주님이 지금의 고통을 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걸 다 가졌을 때는 희망이라는 것을 몰랐지만 이제는 희망을 꿈꾸며 살아가니까요. 몇 년 동안 고통을 겪으면서 전 더 행복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김씨를 곁에서 지켜본 김종국 (서울대교구 수락산본당 주임) 신부는 "김씨는 경제적ㆍ신체적으로 고통을 받는 와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이겨나가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맑은 사람"이라며 김씨가 더 큰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평화신문 독자들의 도움을 호소했다. 이서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