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시리즈는 그 자체 만으로 남자가 가지는 로망의 극한을 자극하는 맛이 있습니다.
남자 아이라면 어린시절 본능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놀게 되는(-_- 제 조카만 봐도) 자동차에서 출발해 어린이 시절까지(간혹 성인까지) 영혼을 저당 잡아 버리는 로봇으로 귀결되는 라인에 미녀라는 양념까지 뿌린데다 긴 영화가 지겨워 질만하면 한번씩 때려부숴주며 적당한 파괴본능까지 자극해왔잖아요.
세번째이자 마지막이라는 트랜스포머 3(Transformers : Dark of the Moon).
두번이나 보고 왔습니다. 한번은 팀원들과 또 한번은 지인과... 정말 마이클 베이가 3번째로 이 고수익 프랜차이즈를 종료할지 아니면 또 다른 감독에게 바통을 넘겨 프리퀄을 쏟아낼지는 모르겠지만 그 트랜스포머 3 이야기를 풀어보려고요.
=_= 이미 다들 보셨겠지만 스포일성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으니 영화를 본 후에 읽으셔도 좋습니다.
백수 청년, 세계를 구하다...
고교생때 지구를 구했고 대학생때 또 구하더니...
백수 청년이 되서도 세계를 구한 샘 윗위키. 시리즈의 마지막이라는 3편에서도 그의 활약은 전작에 비해 부족함이 없습니다.
안쓰러울 정도로 열심히 자기 자리를 찾으러 면접을 보러 다니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시는 샘. 명문대 출신이지만 3개월째 직장을 못잡는다며 아들을 힐난하는 아버지의 말에선 최근의 미국이 싸워야 하는 가장 큰 적이 외계 로봇이 아닌 직업 구하기라는 아이러니가 드러나죠.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이라는 그들이 흔들리는 요즘이라서 더 그렇게 느낀 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글로벌 취업 대란입니다.
판타지처럼 세계를 구할망정 입에 풀칠한 자리하나 구하지 못해 고전하는 샘의 모습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종종 찌질해 보이기도 했지만 세계를 구했다는 경험을 만약 제가 갖고 있다면 저 역시 지구의 수호자로 살고자 할거 같더라고요. 일단 그는 아직 수호자의 친구(?) 자리를 내놓기엔 너무 젊으니까요.
트랜스포머들의 액션 폭발...
이번에도 고향별을 잃었다는 트랜스포머들은 더 많은 숫자로 지구로 몰려듭니다.
오토봇이건 디셉티콘이건 전편보다 더 비싼 차로 더 많은 숫자로 객석까지 밀려오는데 아마도 3D로 보겠다고 웃돈을 찔러주고 극장을 찾은 이들을 실망 시키지 않기 위해서 였겠죠.
영화는 프리퀄의 흉내를 내면서 사이버트론 별에서 희망을 가득안고 도피하던 아크가 달에 떨어진다는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대립의 양 진영을 대표하던 미국과 소련의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달에서 이상 신호를 발견했기 때문에 힘들게 그곳까지 날아갔다며 음모론의 꼭지를 잡고 풀어가던 영화.
달에는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싸움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 묻혀있었고 그 녀석 때문에 양 진영의 전투가 극단으로 치닫죠. 기존의 전투가 한두 블럭 사이에서 오밀조밀하게 전개됐다면 이번엔 시카고 전체를 배경으로 파괴와 살육을 자유롭게 넘나드니까요.
그런데 이쯤에서 좀 그랬던게...
로봇이라고는 해도 기계 생명체로 나오데 팔다리를 자르고 척추를 뽑아내는 극한의 전투를 펼치지만 온가족이 올망졸망 볼 수 있는 등급이더라고요. 사실 거기 로봇 대신 사람을 끼워넣었다면 19금으로 확~ 수위가 높아졌을텐데...
아무튼 그런 걱정이 들정도로 격정적인 액션이 몇차례 펼쳐지죠.
옵티머스 프라임은 맘먹은 듯 무기까지 들고 투사로 나설 정도로요. 몇몇 장면은 생각보다 루즈하기도 하고 도심에서 펼쳐지는 전투의 웅장함이 일본 애니메이션의 그것만 못한 힘 빠지는 면도 있는데요. 아마 몇몇 장면에 충실해야 그나마 준비된 촬영비로 커버가 가능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전면전으로 치닫기엔 9 : 200라는 비율부터가 문제였지만...
의외의 반전들...
가장 의외였던건 주요 악역으로 등장할 줄 알았던 쇼크 웨이브의 초라함이었습니다.
수족처럼 부리던(?) 로봇 지렁이 같던 녀석이야 혼자 공장도 부숴주고 빌딩도 부수는 등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나름 어필했지만 예고편에 등장해서 빨간 외눈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던 쇼크 웨이브는 참으로 초라하더군요.
제대로 활약한 모습이 다 편집 당한건지 멋지게 등장 한번하고 나면 한참 카메라에서 존재가 사라졌다가 찔끔찔끔 등장하더라고요. 메가트론 만큼은 아니라도 제트 스크림 이상은 활약을 해줄줄 알았더니만...
메간 폭스가 구설로 떠난 자리를 채운 로지 헌팅턴 휘틀리도 매끈한 다리와 바디 라인에 비해 아쉬운 얼굴이었죠. 우리나라에선 그리 사랑받기 어려운 인상이랄까요. 비중 자체는 적지 않았습니다. 몸으로 싸우던 샘의 활약보다 대사관 직원다운 두뇌 회전이었는지 적들을 이간질시키며 결정적인 활약을 하는 그녀가 더 튀더군요. 메간 폭스가 비중이 적어서 3편에서 빠졌다는 얘기는 -_- 확실히 쫓겨난걸 면피하기 위한 얘기였던거 같습니다.
또 하나의 반전을 꼽자면 3편까지 OST에 참여한 린킨 파크의 변신이었죠.
엔딩 크레딧을 멋지게 장식하던 그들의 화끈한 음악은 이번 작품에서도 변함없지만 그들 답지 않은 슬프도록 차분했던 곡도 좋았습니다. -_- 곡명이 뭐였더라? 아무튼 영화의 분위기를 띄웠다 가라앉혔다 하는데는 그들의 공로 역시 적지 않을 듯 합니다.
편집은 다소 아쉬워...
마이클 베이는 새 영화에 자신의 이전 영화를 어떤 식으로든 등장시키는 걸로 유명합니다.
2편에선 자신의 영화인 나쁜 녀석들의 포스터를 벽에 붙인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죠. 헌데 이번 작품에선 대놓고 재탕을 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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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영상에서 보이는 것처럼 전작 아일랜드에서 추격씬을 가져다가 고대로 썼더라고요.
그 위에 살짝 트랜스포머들만 얹혀놨달까요.-_-;; 뭐 마이클 베이가 이전에도 몇번 그런 짓(?)을 했다는 얘기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보면 그의 특기이자 많은 이들이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썩 좋게 보이지는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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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부분보다 영화에서 더 편집이 아쉽게 느껴진 건 그 긴 시간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뚝뚝 끊어지는 구성을 여기저기 노출하는거죠. 야심차게 시카고로 뛰어든 오토봇들이 어떻게 디셉티콘의 포로가 됐는지 앞뒤 설명 다 잘라먹고 이야기를 전개시킨다거나 곳곳에서 노출되는 옥의 티들.
이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졌다면 아마 그런 파편들이 영화로의 몰입을 방해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물론 두시간 넘게 극장 의자에 앉아 있으려면 엉덩이가 아파오는건 어쩔 수 없는거지만요.=_=;;
마지막으로 토마호크나 글로벌 호크 같은 녀석들이야 원래 미군 후원으로 계속 등장하니 그렇다치고 레노버, 노키아, GM 등 PPL도 그렇다치고 참으로 불필요해 보였던 윙 수트 장면은 왜 그리 많이 써먹었는지... 마이클 베이나 스필버그가 투자라도 하고 있는 회사인가?
만족에 좀 더 점수를 주지만...
불만을 잔뜩 늘어놓기는 했지만 극장에서 두번이나 만난 옵티머스 프라임은 역시 멋졌고 범블비는 여전히 귀엽고... 제 로망은 여전히 불타고 있는 상태입니다. 덕분에 1,2,3편 모두 극장에서 열심히도 챙겨봤고요.
3D 영화는 역시 뭔가 부서지거나 작은 것들이 흩날리는게 입체감을 느끼기 쉽다는 걸 다시 느끼게도 해줬고요. 실제로 건물이 부서지면서 날리던 수많은 서류 뭉치의 입체감 제법 괜찮았거든요.
하지만 자신의 별이 사라진 마당에 재건도 포기하고 인간을 위해 살아가겠다는 숭고하지만 이질적인 생명체끼리의 어울리지 않는 우정으로 포장한체 미국의 앞잡이로 세계의 경찰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 같아 씁쓸하더군요.ㅠ_ㅠ 헐리우드 영화는 역시 헐리우드 영화인게죠.
그건 그렇고 서두에도 얘길했지만 정말 트랜스포머가 3편으로 끝날까요? 이 정도의 흥행작이면 007 만큼은 아니라도 좀 더 뽕을 뽑고 싶은 욕심도 생길 듯 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