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언론인회 22대 회장 선거를 보고
다음엔 추대방식으로 바꿔야
김 용 발(대한언론인회 이사)
지난 1월 20일 치러진 대한언론인회 회장 선거는 한 겨울의 가장 뜨거운 전쟁이었다. 추운 겨울인데도 300명 가까운 회원이 몰려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찍고 과연 누가 당선될지를 목이 타는 뜨거운 열기 속에 지켜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평균나이 81세의 회원들이 무려 291명이나 참석했다. 특히 올해 99세인 윤임술 회원은 노구의 몸으로 일찍이 투표장에 참석했으며, 이도형 회원은 와병 중임에도 소중한 한 표를 위해 투표장에 나왔다. 모임에 자주 참석지 않았던 홍진태 회우는 회비가 여러 해 밀려 거액의 회비를 납부하고 이날 신성한 한표의 권리를 행사했다. 이처럼 모든 회원들이 뜨거운 열정을 보여준 것은 대한언론인회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과 애정이 어느 모임단체보다 높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대한언론인회가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서도 대한언론인회가 고쳐나가야 할 몇 가지 과제를 남겨주었다.
첫째 집행부는 회원명부정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필자가 출입구에서 줄서 있는 회원들과 이를 대조하는 집행부 사이에 실랑이를 벌이는 광경을 여러 차례 목격할 수 있었다. 결과는 왜 자신의 이름이 누락됐느냐는 회원들의 매서운 질타에 집행부는 죄송하다는 대답이었다. 실제 필자가 투표를 권유한 회원 가운데 한 회원은 불쾌하다며 투표를 못하고 집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었다. 다른 한 회원은 올해까지 회비를 납부했는데도 누락돼 있었다. 또 다른 한 회원은 평생회비를 납부했는데도 명단에 빠져있었다. 필자가 선거관리위원장에게 일일이 해명을 해서 투표를 마칠 수 있었지만 당사자로서는 매우 불쾌한 투표이자 선거였다.
둘째 신속하고 원활한 투표를 위해 집행부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사전준비를 해놓아야 한다. 투표용지를 접었을 때 인주가 묻어서 양쪽 이름에 찍혀 혼란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개표결과시간을 지연시킨다. 그러나 회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이름 란에 찍은 인주가 투표용지를 접어도 다른 후보 란에 묻히지 않는 인주가 있다. 조금만 신경 써서 준비를 했다면 이런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셋째 집행부 한 사람이 300명 가까운 회원의 신분증과 명부를 일일이 대조하는 것은 무리다. 지루하게 기다리는 회원이 빨리 투표하게 해달라고 집행부에 재촉했다. 결국 이 회원은 집행부와 실랑이 끝에 불쾌한 감정을 참지 못하고 투표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채 집에 돌아갔다. 이는 회원의 잘못도 아니고, 집행부원의 잘못도 아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다 지친 회원과 혼자서 많은 회원을 상대해야 하는 집행부원의 감정적 대립이 마주쳤을 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회원 명부를 복사해서 3부정도 비치해놓고, 강씨부터 박씨 까지는 A라는 집행부원이, 박씨부터 이씨 까지는 B라는 집행부원이, 장씨 부터 황씨까지는 C라는 집행부원이 각각 나누어서 분담하면 투표시간은 3분의 1로 빨라질 것이다. 이렇게 처리하면 회원들이 지루하거나 짜증내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또 투표를 포기한 채 돌아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간단한 문제인데도 사전 준비를 너무 소홀히 한 탓이다.
이밖에 많은 회원들이 장시간 기다리는 열기로 목이 타는 데도 물통하나 비치하지 않았다거나 투표가 끝난 후 양쪽 진영의 승자와 패자에 주는 꽃다발 증정도 없이 행사를 마쳤다는 것은 집행부의 커다란 오점으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대한언론인회 선거는 치르지 말고 역대 회장 및 원로들의 합의에 의한 추대로 선출하자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 추대방식은 역대 회장들 및 원로들이 모여 회장을 희망하는 대상자를 놓고, 그동안 이 사람이 입회한 후 대한언론인회와 회원들을 위해 과연 얼마만큼 기여했는지 엄밀히 심사하여 최종적으로 가장 우수한 한 명을 뽑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상대 후보와 상대 진영을 마치 적으로 대하듯 원색비난하며 헐 뜯는 풍토는 사라질 것이다.
선거에 의한 회장선출은 선거준비 시작부터 양쪽 진영싸움으로 시작된다. 이제까지 가까이 지내던 동료도 양쪽진영으로 갈라지면 적으로 바뀐다. 적으로 바뀌다 보니 대화도 끊기게 된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쏟아내는 말에서 자기진영의 전략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기간 동안 상대진영에 대한 비난과 혼탁한 열기는 총선이나 대선과 대동소이하다.
대한언론인회는 지식을 먹고 사는 사람들의 모임단체다. 평생을 글과 함께 살아온 지식인들이 국민들로부터 불신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정치인들의 선거방식을 채택, 이들과 같은 취급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다음회장 선거부터는 정관을 개정해 추대방식으로 회장을 선출하도록 강력히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