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레스 스틸의 아치형 첨탑이 인상적인 크라이슬러 빌딩, 아름다운 조명으로 밤하늘을 찬란하게 수놓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아이스링크로 유명한 록펠러 센터, 그리고 세계 여성들의 로망 5번가의 티파니 빌딩. 이 네 개의 건물은 모두 로맨스 영화의 단골 배경이다. 하지만 각각 시기는 달라도 아르데코 양식을 기반으로 지어진 뉴욕의 건축물들이라는 공통점을 눈치챈 독자들이 분명 있으리라.
유럽에서 시작됐지만 미국의 문화적 감성을 덧입혀 길지 않은 기간 동안 강력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남긴 아르데코 스타일. 이 경향은 추상적 디자인과 기하학적 패턴이 특징으로, 유럽 고유의 모티브를 이용한 아르누보 스타일과 달리 아시아, 이슬람, 인도, 아프리카, 이집트의 모티브를 사용하여 직선과 각도로 아름다움을 표현하였다.
유연한 곡선과 연한 색조, 자연적인 디자인을 강조한 아르누보 스타일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하고 과도한 장식 취미에 대한 혐오로 주얼리 역사상 가장 훌륭한 주얼리들이 많이 제작된 시대이다. 물론 유명한 명장들이 활동하여 소위 럭셔리한 명품 주얼리들이 수없이 제작된 때이기도 하다.
그런 아르데코 스타일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패션, 가구뿐 아니라 주얼리에서도 조금씩 변형된 모습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강하면서 아름다운 스타일과 클래식하다는 장점으로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사랑을 받는 디자인이 되었다.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매 시즌 착용이 가능하니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오늘날 많은 셀러브리티들은 아르데코 스타일의 기하학적 디자인을 볼드한 목걸이에 담아 네크라인을 부각시키며 레드카펫 위에서 당당한 스테이트먼트를 표출하고 있다.
물론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항상 최고의 인기 품목이긴 했지만, 최근 더욱 높아진 위상과 구매 열풍은 쉽사리 꺾일 기세가 아니다. 최신판 빈티지 스타일로, 또 컨템포러리 아르데코 스타일로서 지난 역사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닌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장으로 활약 중인 것이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오벌, 태슬, 팔각형, 데코 스크롤(Deco Scroll) 패턴을 이용한 젊은 아르데코 스타일의 주얼리는 기능적이고, 우아하며 매끈한 아름다움이 있다. 물론 전통적인 기하학적 디자인, 대칭적인 직선, 사선, 아치형, 원형, 사다리꼴, 계단식 가장자리와 색상의 대담한 대비는 기본이다.
만약 블록 모양이나 기하학적 패턴이 부담스럽다면 좀더 미묘한 느낌의 패턴, 예를 들면 그 당시 인기 있던 번개 모양 등을 작은 악센트로 활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뚜렷한 스타일과 단호하고 강한 느낌에도 아르데코 스타일의 제품은 식상하거나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무언가가 담겨 있는 듯 하다. 패션에도 유행에 좌우되지 않는 스타일이 있듯 아르데코 주얼리에는 그런 영속성이 깔려 있다.
필자가 도널드 트럼프의 딸이자 주얼리 디자이너인 이반카 트럼프에게 책 추천사를 부탁했을 때 그녀는 본인이 열광하는 아르데코 스타일은 뉴욕이라는 도시의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강조했다. 본인의 컬렉션을 통해 뉴욕 여성들의 주얼리에 대한 지속적인 열렬한 애정을 기리고 싶다며 1920년대 아르데코풍 여성의 방을 모티브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장식한 이유도 밝혔다.
개인적으로 아르데코 주얼리를 연상하면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여주인공 데이지 부캐넌이 떠오른다. 마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캐리 멀리건 주연으로 새로운 버전의 <위대한 개츠비>가 올 크리스마스에 개봉된다고 한다. 과거의 사연은 미래를 엿볼 수 있게 한다고 했다.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스펙터클하게 변화시킨 주옥같은 아르데코 양식. 올 연말에는 그 영감을 담뿍 받은 주얼리의 존재감만으로도 영화에 흠뻑 빠져보길 권하고 싶다.
출처 : 주얼리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