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로 돌자 울릉도 한 바퀴
도동에서 하루 16~18차례 출발하는 ‘느린 여행’
울릉도를 버스로 여행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관광버스를 예약해 타거나 하루 16~18차례 운행하는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관광버스는 주요 명소와 특산품 매장을 돌며 운전기사가 설명을 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찬찬히 살펴보기엔 시간 제약이 따른다. 관광버스 요금은 동쪽 코스 1만5000원, 서쪽 코스 2만원, 마을버스 요금은 1000~1500원이다. 교통카드 사용도 가능하다. 도동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남·서·북 해안 순환도로를 따라 가며 둘러봤다. 나리분지행 버스는 도로에 눈이 쌓여 운행하지 않았다. 봉래폭포도 눈과 낙석으로 출입을 통제했다.
버스 3대가 주차할 수 있는 아담한 도동 버스정류장. 서북쪽 노선 천부행 버스와 동쪽 노선 저동행(봉래폭포·내수전행) 버스의 출발지이자 도착지다. 나리분지나 석포·관음도로 가려면, 도동에서 1시간 거리의 천부에서 갈아타면 된다. 35인승 큰 버스가 천부행, 18인승 작은 버스가 저동행이다. 무릉교통 마을버스로, 보통 4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울릉군 북면 평리마을. 부지깽이(섬쑥부쟁이)와 명이(산마늘)가 한창 자라오르고 있다. 왼쪽 바위봉우리가 송곳산(추산)이다.
천부리 선창마을 들머리를 지나는 마을버스.
도동에서 마을버스를 타기 전후로 가볼 곳이 있다. 독도박물관·독도일출전망대 등은 뒤로 미루더라도, 행남등대로 이어진 해안산책로는 꼭 걸어보는 게 좋다. 울릉도 절벽해안 경관의 매력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저동항까지 탐방로가 마련돼 있지만, 저동 쪽 절벽의 낙석으로 요즘은 행남등대까지만 갈 수 있다. 왕복 1시간30분. 도동 골목길엔 박정희기념관으로 쓰고 있는 옛 군수 관사와 울릉역사문화체험센터(이영관 가옥) 등 일제강점기 일본식 가옥도 3채 남아 있다.
도동~행남등대 해안탐방로.
저동의 골목길.
관광안내소에서 울릉도 지도를 받아들고 먼저 천부행 버스에 올랐다. 출발을 기다리며 기사에게 울릉도에서 가장 번화한 곳을 묻자 “땅 보러 왔는교?” 되묻는다. “저짝 선착장 쪽이 도동의 명동이라예. 땅값이 평당 이삼천 한다카데예. 누가 사노.” ‘제주 붐’이 일면서 외딴섬 울릉도도 덩달아 투기꾼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새 항만과 공항 건설까지 추진되면서 이곳 호가는 한때 평당 4000만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살기엔 불편한 탓에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아 떨어진 가격이 이 정도다. 물론 이곳과 저동, 사동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울릉도 지역은 여전히 ‘시골 땅값’이다.
출발 전 행남등대 산책로 ‘강추’ 달리는 내내 짙푸른 바다 동행
해안절벽·뾰족바위 풍경 웅장 관음도 가려면 천부에서 환승
어르신 대여섯을 태운 버스는 차선 없는 비좁은 비탈 골목길을 천천히 올라 순환도로와 만난다. 도동의 비탈진 골목엔 온통 홍합밥·따개비밥 전문 식당과 호텔 간판을 내건 여관급 숙소, 펜션 간판을 내건 민박집이 가득하다. 오징어·호박엿·명이나물을 파는 특산품매장도 이어진다. 본격 관광철이 아니어서 거리는 한적하다. 카바레가 하나 보인다. “순전히 성수기 관광객용”이란다. “여 사람들은 소문 무서버 몬 가요. 순식간에 퍼져삔다. 저짝에서 방구 뀌고 여 오모 ‘니 똥 쌌다드라’ 카는 데가 여기라.”
버스는 울릉터널 앞에서 산길을 올라 도동·사동 경계지역의 마을을 거친 뒤 다시 터널 반대쪽 앞으로 내려간다. 울릉도 순환도로의 특징을 간추리면 이렇다. ‘낙석 구간’이 수시로 나타나는 비좁고 낡은 시멘트도로, 차에 스칠 듯한 수직 절벽과 뾰족산·뾰족바위, 그리고 나선형 도로와 터널이다. 짙푸른 바다는 나리분지 노선을 빼고는 어디서든 함께한다.
사동항은 새 항만과 해상 활주로가 건설 중인 곳이다. 동해 묵호항 출발 여객선이 여기로 들어온다. 왼쪽은 망망대해, 오른쪽은 수직 절벽이거나 가파른 산비탈이다. 비탈에선 부지깽이나물, 명이나물이 새파랗게 깔려 있다.
통구미마을 거북바위. 반대편에서 봐야 거북처럼 보인다.
관음도 하회탈바위.
바닷가의 문어바위·장작바위 지나 통구미 마을 거북바위 앞에서 버스를 내렸다. 거북바위는 옆에서 보면 전체적으로 마을 쪽으로 기어가는 거북을 닮았지만, 여기저기 작은 거북 모습도 보인다.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육지에서 떨어져 나와 형성된 바위다. 이 일대는 지질 탐방 명소이자, 천연기념물인 향나무 자생지이기도 하다. 거북바위 주변에서 용암이 흘러내린 흔적과 공 모양의 화산암 덩어리(라바볼)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조선시대 파견 나온 관리들은 이 일대 향나무를 베어 조정에 토산품으로 바쳤다고 한다.
다시 버스를 타고 서면 소재지인 남양리로 향한다. 신호등이 있는 일방통행 터널 2곳을 지나야 한다. 남양항엔, 이사부 장군 전설이 깃든 사자바위와 투구봉이 있다. 수층마을에서 바라다보이는 곰바위와 도로변 버섯바위를 거쳐 태하리 쪽으로 달린다. 태하리의 학포마을(작은황토구미)은 조선 말 울릉도 재개척 시기에 검찰사 일행이 첫발을 디딘 곳이다. 태하마을(큰황토구미)에서 내려, 성하신당·광서명각석문을 들여다본 뒤 모노레일을 타고 태하등대로 올라 대풍감 해안 경치를 감상했다. 2시간이면 넉넉하다.
현포항 부근의 해안 절벽. 앞에 공암(코끼리바위)이 보인다.
현포항으로 내려서며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노인봉과 송곳산(추산), 코끼리바위 모습이 이채롭다. 송곳산 못미처 평리에서 내렸다. 마을길을 걸어올라 가수 이장희씨의 집 ‘울릉천국’을 찾았다. 거대한 뾰족바위 아래, 100년 넘었다는 교회 뒤에 자리 잡은 아담한 단층집이다. 주인은 없고, 음악 친구 한 분이 양지쪽에 앉아 캐온 달래를 손질하고 있다. 이씨는 외국 체류 중이란다. 작은 호수와 울릉천국 노래비 공원은 근사하지만, 군청이 지었다는 전시·공연장 건물은 생경하고 이질적이다. 평리 순환도로변에 있는 붉은색 집은 이씨의 노래연습장이자 공연장인데, 도로확장공사로 헐릴 예정이라고 한다.
천부항에서 바라본 송곳산 해넘이.
천부리 신애식당의 따개비칼국수. 주인 할머니가 따개비를 푹 끓인 진국에, 직접 반죽해 썰어낸 칼국수를 말아 낸다. 점심 때만 문을 연다.
버스 종점은 천부항이다. 나리분지·석포·관음도로 가려면 천부정류장에서 소형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하루 5~7차례 운행한다. 천부의 소형버스 운전기사 김진규(72)씨는 관광해설사 못지않은 해설 실력을 갖췄다. 구수한 입담으로 볼거리를 하나하나 설명해 준다. “천부리엔 볼 게 천지삐까리라.”
천부리 마을버스 기사 김진규씨. 관광객이 타면 볼거리를 지날 때마다 구수한 해설을 해준다.
김씨 설명을 들으며 딴바위와 폭포, 각각 107m·89m·58m 높이의 웅장한 바위기둥 삼선암을 구경하고 관음도 매표소 앞에서 내렸다. 보행교 건너 1시간 동안 억새숲과 동백숲이 아름다운 관음도를 둘러봤다. 관음도 전망대에서 갈매기떼 사이로 바라보는 죽도의 자태와 울릉도 쪽 경치도 멋지다. 1가구가 더덕농사를 지으며 사는 죽도는 3월 말부터 운항하는 유람선을 타고 둘러볼 수 있다. 울릉도/글·사진 이병학 2017-03-15
울릉도 여행정보
여객선
울릉도행 여객선은 포항·강릉·동해·울진(부정기선) 4곳에서 뜬다. 포항에선 썬플라워호 등이 사철 매일 울릉도 도동항을 왕복 운항한다. 강릉에선 3일부터 씨스타5호가 하루 1차례씩 운항을 시작했다. 동해 묵호항에선 24일부터 운항한다. 강릉 씨스타5호는 아침 8시나 9시40분에 출항해 3시간 뒤 저동항에 도착한다. 일반석 왕복 10만8000원. 출항 여부는 날씨에 따라 하루 전날 결정된다.
관광버스·렌터카·택시
내륙 관광버스는 관음도·나리분지 코스 4시간, 2만원. 봉래폭포·내수전 코스 1시간30분, 1만5000원. 렌터카 회사는 5~6곳 있다. 경차·소형차 하루 5만~6만원부터. 주유소는 3곳 있다. 택시 5시간 일주는 해설을 포함해 15만원.
유람선
울릉도 일주 유람선(2만5000원), 죽도 유람선(1만5000원)이 3월말부터 운행 예정이다. 독도 유람선은 5만원 안팎.
여행문의
울릉군청 (054)791-2191, 도동관광안내소 (054)790-6454, 강릉여객선터미널 씨스포빌 (033)653-8670, 포항여객선터미널 대아고속해운 (054)242-5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