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신화의 원형이 그렇듯이 북유럽신화에도 구원과 금기의 원형이 나옵니다.
신화와 전설이 난무하는 시대는 영웅이 도래하기를 바란다는 말이 있지요.
구원받기를 원하는 인간세에 영웅처럼 자태도 고고한 백조를 타고 나타난 기사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가 그린 중세의 기사 로엔그린.
개인적으로, 혼례의 합창의 노랫말을 자막을 통해 실감하게 된 것이 가장 감동어린 경험
결혼식 합창
믿음에 이끌려 다가가세요,
사랑의 축복이 깃드는 곳으로!
승리의 용기와 사랑의 보답이
하나 된 두 분을 축복합니다.
승리한 젊은이, 앞으로 나오세요!
꽃다운 젊은이, 앞으로 나오세요!
찬란한 축제의 속삭임이 흘러나와
마음의 행복을 그대 받아요!
사랑으로 꾸며진 향기로운 방으로
들어가요 이제 찬란한 곳에 빠지세요.
믿음에 이끌려 이제 가세요,
사랑의 축복이 깃드는 곳으로!
승리의 용기와 순수한 사랑이
하나 된 두 분을 축복합니다.
하느님이 그대에게 복을 내리니
우리도 기쁘게 그대를 축복해요.
사랑의 행복이 그대를 돌보니
오래도록 이날 이때를 기억해요.
믿음으로 보호받아 머무르세요,
사랑의 축복이 깃드는 곳에서!
승리의 용기, 사랑과 행복이
하나 된 두 분을 축복합니다.
승리한 젊은이, 여기에 머물러요!
꽃다운 젊은이, 여기에 머물러요!
찬란한 축제의 속삭임이 흘러나와
마음의 행복을 그대 받아요!
사랑으로 꾸며진 향기로운 방으로
들어가요 이제 찬란한 곳에 빠지세요.
믿음으로 보호받아 머무르세요,
사랑의 축복이 깃드는 곳에서!
승리의 용기, 사랑과 행복이
하나 된 두 분을 축복합니다.
..
어릴 적 피아노를 만지면서부터 지인분들의 결혼식에 피아노 웨딩마치로 더 많이 듣게 된 결혼행진곡.
이제껏 가사의 의미를 몰랐던 저로서는 자막과 함께하는 ‘합창’ 소리는 결혼의 서약과도 같은 행복에 젖어들었습니다.
‘믿음에 이끌려 다가가세요. 사랑과 축복이 깃드는 곳에서’
‘믿음으로 보호받아 머무르세요.…
승리의 용기, 사랑과 행복이 하나 된 두 분을 축복합니다.’
아마도..결혼을 서약한 분들은, 무조건적인 믿음, 그리고 용기, 그네들은 정녕 축복을 받을 만한 분들인 거 같습니다.
이런 황홀한 기대와 설렘은 연주회장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십 여 년 전 어느 화가선생님께서 때늦은 결혼식을 당신의 전시회장에서 전시회 개막식과 함께 올리신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예술하시는 분들은 그분들의 삶 속에서도 성스럽고 축복된 서약을 하시구나 하며 말입니다. 그래서 예술가들의 영혼은 오늘날의 결혼식처럼 일괄된 삶의 방식과 다르다는 것을 생각들었습니다.
이미 결혼 적령기를 훌쩍 지나버렸던 탓인지 결혼의 환상과 결혼 상대에 대한 막연함도 사라진 지 오래여서 이젠 합창의 고운 선율과 기악곡의 웅장함에 빠져 감상할 수 임음에 감사하며 또 한 번 바보..
요즘같은 시대, 남들은 두 번도 한다는 결혼, 너는 어찌 한 번도 할 생각을 못하냐는 부모님의 막장(?)어린 핀잔어린 말씀이, 언제부터인가 이제 네 한몸이라도 성하길 바란다는 가엾음으로 전환되어 이 또한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이것도 감사할 일입니다. 이 바보...
4. 다시 곡으로 돌아와...
아시다시피, 바그너는 중세 기사문학 작품인 볼프람 폰 에셴바흐의 <파르지팔>, 콘라트 폰 뷔르츠부르크의 <백조의 기사>, 작자 미상의 서사시 <로엔그린> 그리고 그림형제의 <독일 설화집> 등을 참고해서 <로엔그린>을 만들었습니다.
오랜 신화의 원형에서 동기를 찾으려했던 바그너적인 발상은 그의 민족성을 부추기고 그도로 민족주의 색채를 띠게 만듭니다. 만약 우리나라의 신화라면, 바리데기신화에서 효녀심청까지 연결되는 코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곡 자체가 선동적이고 화성적인 반음계의 진행이어서 그런지 곧 ‘나룰 따르라’라는 깃발이라도 흔들며 일보 전진하게 만드는 체험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머리를 흔든다는가, 손을 흔든다는가, 심장을 쿵쾅하게 만드는 관악기와 타악기의 장대함은 전쟁터의 나팔수, 그리고 북치는 소년의 '람파파파' 처럼 몰입되어 연주회장을 떠나가게 한 듯 합니다.
다행하게도 2층 객석 로얄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던 나로서는 만족스러웠던 음향이었지만 1층의 객석 중반부에서만도 가슴은 물론, 이것은 4D 영화관을 방불케하는 진동과 폭발음에 정신이 혼미해졌을 정도라니 이번 연주회의 호불호가 나뉘어진다면, 소리의 힘의 조절에 아쉬움이 있지 않았나도 싶어요.
특히 이번 연주회에 트럼펫만 10여명의 객원연주자가 함께했고, 4관 편성된 100여명의 경기필 단원, 그리고 4개의 합창단 180여명의 소리가 함께 해서 장대한 300여명의 수가 맥시멈을 펼쳤으니 현장감은 그곳에 자리하신 분들이 충분히 공감하셨을 것입니다.
참, 이번 그란데오합창단이 연습의 아쉬움으로 함께 자리 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쩌면 기악의 소리가 파묻힐 염려가 있었던 부분이 자연스레 진행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악극이지만 기악곡의 돋보이는 갈라연주회였다는 부분에서 그렇습니다.
그러나저러나 이렇게 많은 객원과 함께 연주하려면 리허설이며, 부대 비용이 많이 들 거 같아 진행상 어려움이 많으실텐데 그것들은 또 어찌 감당하셨을까 하는 오지랖도 생겼습니다. 헉~점점 아줌마 근성이 되어가는 이 여유는 또 무엇일까요..이 바보...
5. 나오며...
참, <로엔그린> 시작에 앞서 지휘자님이 포디움에 깡총 올라가자마자 울려나오는 빠른 템포는 극의 분위기를 더더욱 만끽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지휘자님의 지휘는 손끝에서뿐만 아니라 몸언어 전체에서 연주되어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 저 개인적으로는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오페라 연주에서 기나긴 서사 장르의 흐름을 떠올리게 해주는 오페라 지휘자님이라는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음악 전체를 조망하게 하려면 곡 전체에 대한 자기해석이 표현되어질 때 가능하는 거구요.
비록 이번 연주회에서는 2곡 밖에 듣지 못하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오감만족으로 풍성한 연주회였습니다.
다만 작은 바람이 있다면,
단원연주자선생님들과 객원연주자선생님들, 그리고 합창단 분께 많은 지원과 격려를 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예술의 장르 중에, 가장 고전의 정형성을 잃지 않는 분야가 클래식 중에 오케스트라의 존재라고 생각됩니다. 회화와 조각의 상당 부분은 사진과 디자인으로, 그리고 연극과 오페라의 대부분도 영화와 뮤지컬로 변이를 해가며 신자유주의와 결탁한 자본주의 맥락에서 변형되고 계승되어가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예술 장르의 타영역보다 오케스트라는 그 맥락과 정형성이 재해석되어가긴 하지만, 상품성보다는 자존감과 전통을 이어가는 예술이고, 그런 예술의 대한 지지와 관심은 더해가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기필의 문턱 낮춘 공연관람료와 객석을 향한 무한한 감동은 다음 연주회를 어느새 기다리게 합니다.
어느새 경기필리안이 되어 버려
또 다시 오늘도 주문을 외우고 있군요..
"믿음에 이끌려 다가가세요,
사랑의 축복이 깃드는 곳으로!"
ㅡ그곳은 바로 여기, 구자범단장님과 함께하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아닐까요?
첫댓글 저만치나 거룩하고 성스러운 축복을 받았는데 떠나가야 했던 로엔그린을 그저 받아들이기엔 마음 속 장벽이 큽니다. ㅎ 물론 백치미의 엘자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레지나님 리뷰는 참 따뜻해요. 그래도 저 곡에 깊은 감동을 느끼신 것만도 레지나님은 아직 결혼과 멀어지신게 아니어요. 저야말로..-.- a
상록수님, 댓글 감사합니다.이제야 확인했네요~*^^*결혼..이요?ㅋ십 여 년 전 ,전생에 모스크바 어느 수도원의 수사였다는 믿을 수 없는 전생사이트가 왠지 자꾸 되뇌이게되네요..아마 상록수님도 중세시대 라틴어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성가수사님쯤 되지 않으셨을지...ㅎㅎ
ㅋㅋ 저 MBTI 검사하면 잔다르크형이라고 나온다는...
우와~ISTP(내향 ,감정,직관,인식)!!우리나라 2%에 해당한다는군요?!!맞네~~역시 S대 출신의 미모 1호님~!!
어서 짝을 찾으시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