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달리'역의 '애드리안 브로디'는 짧게 출연함에도 내게 강한 인상을 줬었다. 그래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그를 만났을 때 정말 반가웠다. 그리고 '디태치먼트', 그가 출연하는 또 하나의 영화다. 그의 묘하면서도 잘생긴 얼굴에서 나오는 그 슬픈표정은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딱 들어맞다는 생각을 했다.
제목인 디태치먼트(detachment)가 뭔지 몰랐다. 찾아보니, '무심함', '거리를 둠'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영화가 교육에 대한 영화임을 알았기에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심함'에 대해 얘기하려나 보다라고 생각하면서 봤다.
처음에, 다큐멘터리 영화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내 아님을 알았다. 아마도 감독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헨리 바스(애드리안 브로디)는 고전문학을 가르치는 계약직 교사다. 그가 이번에 한달 간 맡게된 학교는 소위 '문제아'들만 다니는 학교다. 바스가 처음 들어간 수업에서 바스를 위협하는 아이, 욕을 하는 아이, 무시하는 아이 등등 최악의 학생들만 모여있다. 한 학생은 왜 자신의 말을 무시하냐면서 앞에 나와 바스의 가방을 던지고 패버리겠다고 윽박지른다. 하지만 바스는 냉정함을 잃지 않고 그의 눈을 바라보며 타이른다. 바스에 대해 더 얘기하자면, 그에게는 입원해계시는 정신이 조금 나가신 할아버지가 있다. 그리고 바스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다. 어머니가 자살해서 죽어있는 모습을 본 것인데, 그 기억과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래서일까 그는 무기력해보이기도 하고 슬퍼보이기도 하다. 바스의 학급에 사진찍는 것을 취미로 하는 '매러디스'라는 뚱뚱한 여학생 한 명은 바스를 좋아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선생님과는 달리 자신에게 말 걸어주고, 시선을 마주칠 때, 자신을 정말 봐주는 것 같다고 얘길한다. 그런 그녀는 바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바스는 거리를 둔다. 그래서 그녀는 스스로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또, 바스는 우연히 길에서 만난 매춘을 하는 소녀 '에리카'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자신의 집에 데리고 가서 보사펴주게 된다. 아마도 지금까지 자신에게 그랬던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에 처음에는 의심을 했을 '에리카'는 '바스'가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보살펴준다고 생각해서인지 스스로 변해간다. 바스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고민을 하다가 '에리카'를 청소년 보호시설에 보낸다. 하지만 '매러디스'의 자살 이후로 그녀를 찾아간다.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줄거리인데 영화를 보고나서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너무나 불편하지만 이것이 현실이기도 하니까. 교육에 대해,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해줬다. 이 영화는 자식을 둔 부모님들과 교육에 관련된 사람들이 꼭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이 영화에 나오는 미국 교육의 문제점에서 우리나라의 현 교육 실태를 봤다. 예를 들어, 요 몇 해 동안 아이들이 선생님께 대들고 욕하는 동영상이 찍혀 화제가 됐던 적이 있었는데, 이 영화에도 똑같은 모습이 나온다. 게다가 학생이 선생님께 대들고 욕을 해서 선생님이 그 학생을 퇴학시켰더니 그 학생의 엄마가 와서 왜 우리딸 퇴학시키느냐? 선생인 니가 하는게 뭐냐? 며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인다. 이런 모습도 실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실제 모습이다. 학생과 학부모들 뿐만아니라 교육자들에게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 교장은 학생들의 성적 올리기에만 급급해보인다. 게다가 교육당국자로 보이는 사람은 선생님들을 모아놓고 얘길 한다. "부동산 가치를 올리기 위해 성적을 올리고 더 좋은 학생들을 유치해야 한다."라고.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 학교가 정말 배움을 위한 곳인지 모르겠다. 학생들의 태도, 학부모의 모습,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교육자들의 태도가 저 모양이니 무슨 교육이 제대로 되겠는가... 이렇게 문제가 많지만, 영화에서는 바스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 같다.
영화를 보면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이던 한 학생과 그 아버지와 선생님들은 면담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그 학생은 "덫에 걸린 느낌이에요."라고 얘길한다. 아버지가 옆에 앉아있는데 그 학생은 굉장히 불안해보였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의 모습이다. 그리고 자살을 한 매러디스 또한 부모에게 사랑 받지 못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살을 빼라, 대학가라고 지원해줬더니 사진을 찍고 있네라며 그녀에게 상처만 준다. 바스는 얘길 한다. "부모가 되기 위한 자격증이 필요해요. 이수과정이라든가..." 라고. 나는 이 말에 크게 공감했다. 부모는 아이를 존중해주고 사랑해주는게 기본 소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기만의 방식이 아니라 상대방의 방식으로 사랑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장자에 나오는 바닷새 이야기를 잠깐 보자. 어떤 임금이 바닷새를 초청해서 고기를 주고 술을 주고 환대를 베풀었지만 바닷새는 몇 일 뒤 죽었다. 임금은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 되었던 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래서 자식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의 대사인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이런 대사도 있었다. "무신경 하기는 아주 쉽지만 신경 쓰는데는 오히려 용기가 필요하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본 영화인데도, 내가 써놓은 리뷰를 보니,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이어서.
나는 예전에 수학학원에서 강사로 일한 적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공교육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대안학교에서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이 왔었었다.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자연에서 아이들과 뛰어놀고, 책을 읽고 토론하며, 시험의 압박에서 벗어나, 더불어 산다는 것이 재밌고 보람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다 반대를 했었고, 나도 그냥 취업준비를 했었다.
최근, 청소년 사실학교 스텝을 하고나서, 대안학교라는 말이 떠오르며, "아, 이거다!" 싶었다.
얼마전, 등불과 이것에 대해 나누면서 내가, 청소년 사실학교는 이상적인 '대안학교'라고 했더니, 등불이 얘길했다.
"대안학교라는 말을 쓰면, 공교육이 함께 생각나~ 사실학교는 그냥 사실학교지~!" 라고.
그래, 맞다.
사실학교는 사실학교다.
청소년 사실학교에서, 나는 선생님은 아니었지만, 굳이 말로하자면 선생님 역할로, 아이들과 함께 놀고, 함께 즐기고, 함께 깨어났다. 아니,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배우고, 더 즐기고, 더 깨어났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이런 학교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싶다.
공교육을 대체할만한 대안학교, 아니, 등불말대로 그냥 사실학교!
이젠, 사실학교다!
청소년 사실학교가 끝나고, 공교육에 관한 영화인 디태치먼트가 생각나서 소개해본다.
자식을 둔 부모님들이나 교육에 종사하는 분들이 보면 좋겠다.
첫댓글 "부모가 되기 위한 자격증"
살짝 우울해 지면서 무거워지네요.
소개는 감사한 마음^^
아, 제가 생각을 불러일으켰나? 하는 생각에 조~~~금 무겁네요.
드러내니 바로 가볍네요!ㅎㅎㅎ
달팽이의 나눔들에서 자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기에,
"부모가 되기 위한 자격증"은 이미 충분히 가졌다는게 제 생각이구요, 따뜻합니다!
내용은 경종을 울리는 내용인데
소개하는 스마일의 가슴은
뜨겁고 힘이 있네요.
고마워요~~^^
사실학교...!!!!
와~ 소올의 피드백을 보며,
그렇게 느껴지셨구나! 하는 생각에 기뻐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사실학교'의 의미를 통찰해나가는 주의..에 기뻐요~!
자식을 제대로 키운다는건
때론 모성애만으론 버거울때가 있었지요
그럴때마다 부모도 자격이 있어야겠구나 하는 생각 많이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