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바늘이 멈추고,
건전지를 바꿔보지만
여전히 시계바늘은 움직이지 않고,
그래도 버리지 못하고
이사하면서도 늘 챙겨다녔다.
시간이 멈춘 후 책장 위 장식으로 있다가 이제는 아예 오래된 물건 보관함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네. 오늘 문득 생각나 따스한 햇살아래 화분들을 내어놓듯이 보관함에서 꺼내어본다.
2004년 여름. 작은 딸 임신하고서 조산위험으로 일을 그만두고 집에만 있으면서 다시 시작한 십자수였다. 나무 한그루 수를 놓으며 큰 딸아이와 그림책 보면서 동생 이름은 하늘? 나무? 도란도란 얘기나누던 기억. 큰 딸은 여동생이면 하늘, 남동생이면 나무라고 하자 했었다. 여동생 하늘이가 태어나고 이 나무는 10년 넘게 우리 가족을 지키는 보호수처럼 든든하게 우리집 거실 마루에 이렇게 서 있었다. 시계바늘이 멈추고 다이소에서 남편이 새로 사온 하늘색 구름 시계에게 자리를 내주고 뒤로 물러난게 언제쯤이었더라. 기억이 흐릿하다. 흘러간 시간은 그저 과거라는 이름 속에 갇혀있다가 과거의 기억을 꺼내어 아침 햇살 아래 살며시 비추어본다.
첫댓글 크고 단단하고 풍성한 나무를 딱 보며 생명수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글을 읽어보니 저 나무는 가족을 지키는 보호수 였군요. 생명력 가득한 보호수를 심고 키우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