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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바 카즈시(桜庭和志/Sakuraba Kazushi)는 일본 아키타현 미나미아키타군 쇼와마치(현재는 텐노우마치·이타가와마치·쇼와마치가 합병하면서 카타가미시(市)라고 불립니다.) 출신의 종합 격투가입니다. 1969년 7월 14일에 출생한 사쿠라바는 초등학생의 시절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타이거 마스크(사야마 사토루)를 동경하여 프로레슬러의 꿈을 키우기 시작합니다. 이후 아키타시 입추논 상업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레슬링부에서 활동, 중앙 대학 레슬링부에서는 주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스포츠 클럽의 강사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던 프로레슬러로의 도전을 결의하고 대학을 중퇴합니다.
킹덤의 해산 이후 사쿠라바는 약 한달 뒤 다카다를 대신해 프라이드의 링에 서게 됩니다. (이는 사쿠라바의 프라이드 데뷔 무대가 됩니다. 당초 다카다의 결장으로 인한 대역으로의 단발성 등장이 될 예정이었지만, 뜻밖의 기량을 선보이며 호응을 받아 정기적으로 참전하게 됩니다.) 그의 상대는 판크라스, IFC, UFC 등지에서 활동한 버논 화이트(Vernon White)였습니다. 이 경기에서 사쿠라바는 집요한 그라운드 공격 끝에 암 바를 성공시키며 승리를 가져갑니다. 이후 프라이드에 정착하여 카를로스 뉴튼, 비토 벨포트, 에벤젤 폰테스 브라가 등을 내리 꺾으며 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합니다. 연승 행진을 계속하며 인기 몰이에 한창이던 무렵, 사쿠라바라면 (그레이시 타도가)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DSE 측에서 ‘프라이드 8’ 대회에 사쿠라바와 호일러 그레이시(Royler Gracie)의 대결을 주선하게 됩니다.
그레이시 헌터의 등장
사쿠라바와 호일러 그레이시의 대결은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우려도 컸지요. 비록 외국 선수들을 연파하며 승승장구의 기세인 사쿠라바라지만 상대는 그레이시 가문이었습니다. 안죠 요지가 그레이시 도장에 소위 ‘도장 깨기’를 시도했다가 초주검이 되어 귀국한 사건, 사쿠라바의 스승인 다카다 노부히코가 힉슨 그레이시에 참패를 당한 사건, 프로레슬러 사노 유히가 호일러 그레이시에게 완벽히 제압당한 사건 등 여러가지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우려는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48년간 자국의 격투가가 그레이시 가문의 선수를 이긴 전례가 없었지요. 당시 그레이시 가문은 일본 뿐만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경외하는 최고의 격투 가문이었기 때문에 패배의식이 농후했습니다. 사쿠라바가 더 큰 신장을 지니고 있긴 했지만 힉슨 그레이시(Rickson Gracie) 이상으로 불리는 호일러의 그라운드 테크닉을 어떻게 타개하는 가가 관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쿠라바는 그런 우려들을 일거에 불식시키게 됩니다. 호일러 그레이시를 타격으로 시종 압도하며 기무라 록으로 쾌승을 거둔 것이지요. 사쿠라바의 승리는 일본 격투계의 비원 ‘그레이시 타도’를 48년만에 이루었다고 칭송되며 사회적인 이슈가 됩니다. 이를 시작으로 ‘프라이드12’ 대회까지 호이스·헨조·하이안 그레이시를 내리 꺾으며 일본 뿐만 아니라 전세계 격투계에 대 파란을 일으키며 ‘그레이시 헌터(Gracie Hunter:그레이시 사냥꾼)’라는 영광적인 이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후 사쿠라바 카즈시와 힉슨 그레이시의 대결설이 나돌았지만 지금껏 성사되지는 못했습니다.
(이 시기의 사쿠라바는 자국의 그 어떤 격투가도 해내지 못한 ‘그레이시 타도’에 성공하면서 국민적 영웅으로 급부상합니다. 또, 그레이시 가문과의 대립 구도로 최고의 흥행을 만들어내면서 프라이드 중흥의 장본인으로 평가됩니다.)
도끼 살인마와의 악연 그리고 추락하는 그레이시 헌터
사쿠라바가 그레이시 가문을 각개 격파하며 최고의 상종가를 올리고 있을 무렵, 그 못지 않은 상종가를 기록하며 사쿠라바와 대전하고 싶다는 바람를 피력하는 선수가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도끼 살인마’ 반델레이 시우바(Wanderlei Silva)입니다. 당시 사쿠라바는 그레이시 가문의 선수들을 꺾으며 명성을 떨쳤습니다. 전 세계의 팬 뿐만 아니라, (종합) 격투가들에게도 명성을 떨쳤지요. 강함을 숭상하는 격투가들에게 있어 ‘그레이시 헌터’ 사쿠라바 카즈시는 경외의 대상임과 동시에 더없이 훌륭한 대전 상대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반델레이 시우바에게도 마찬가지였지요. 결국 프라이드 13 대회에서 시우바의 바람이 이루어집니다.
사쿠라바 카즈시와 반델레이 시우바의 대전을 두고 많은 팬들은 사쿠라바의 승리를 예상했습니다. ‘최강’ 그레이시 가문을 격파한 사쿠라바가 질 거라곤 예상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경기의 결과는 그들의 예상을 잔혹하리만치 비웃어주었습니다. 당일 날부터 해금된 4점 포지션에서의 니 킥에 사쿠라바가 1R TKO라는 통한의 패배를 맛본 것이었습니다. 이후 사쿠라바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15 대회에서 퀸튼 잭슨(Quinton Jackson)을 리어 네이키드 초크로 꺾고 부활의 신호탄을 쏘는가 했지만 17 대회에서 시우바와의 리벤지 매치에서는 경기 도중 어깨가 탈구 되면서 또 한번 뼈 아픈 패배를 하고 맙니다. 후에 미르코 크로캅(Mirko Crocop)·니노 셈브리(Nino Schembri)에게 패배하고, 미들급 GP 2003 개막전에서는 시우바와의 3차전에서마저 KO 패배를 당하며 자국의 팬들에게 실망과 아쉬움을 남깁니다. 이 시기 즈음하여 팬들로부터 「사쿠라바의 시대는 끝났다.(끝난지 오래다.)」는 잔혹한 평을 받기도 했지요.
미들급 GP 2003 결승전에서는 뛰어난 체격과 엄청난 파워를 자랑하는 케빈 랜들맨(Kevin Randleman)을 상대로 승리해 성공적인 재기전을 가졌지만 다음 대회인 남제 2003에서는 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Antonio Rogerio Nogueira)에게 전체적인 기량의 열세를 보이며 판정패합니다. 이는 다시 한번 사쿠라바의 기량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동기가 부여되면서 팬들의 실망을 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6월에 열린 헤비급 GP 2004 2라운드 대회에서 열린 특별 경기로 니노 셈브리에게 설욕에 성공. 미들급 GP 2005 개막전에서는 한국의 윤동식 선수를 초살하며 부활이 이루어지는가 했으나 다음 대회인 미들급 GP 2005 2라운드 대회에서는 히카르도 아로나(Ricardo Arona)를 만나 ‘죽지 않을 만큼만 맞고’ 패배하여 팬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아로나에게 참패를 당했던 당시 사쿠라바는 주위의 팬들과 프라이드 관계자들로부터 미들급(-93kg)은 사쿠라바의 적정 체중에 비해 너무 무거우므로 웰터급(-83kg) 전향에 대한 말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쿠라바 자신은 「미들급보다 가벼운 체급에는 흥미가 없다.」라고 못 박았다고 하네요.)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UWF-I 시절의 선배인 타무라 키요시에게 자신과의 대전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한번은 프라이드 29 대회에서 알리예프 막흐무드(Aliev Makhmud)와 대전했으나 상대의 기권으로 시시한 승리를 챙긴 타무라에게 사쿠라바가 「이런 경기는 시시할 겁니다! 저와 승부해 주세요, 타무라씨.」라고 공개적으로 마이크 어필을 했지만 타무라는 대답을 하지 않고 링을 떠났습니다.)
Chute Boxe로의 전지 훈련
아로나와의 대전 이후 사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도 통감한 건 사쿠라바 자신이었습니다. 경기 내내 타격으로도, 그래플링으로도 활로를 찾지 못하고 그가 경기에서 한 일이라곤 그야말로 ‘맞는 일’ 말고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요. 조금은 늦게 자신의 처지를 자각한 사쿠라바는 강훈을 결의하고 자신의 숙적인 반델레이 시우바가 소속해 있는 브라질의 슈트 복세 아카데미(Chute Boxe Academy)로 전지 훈련을 가게 됩니다. (여담이지만 사쿠라바는 비행기를 굉장히 싫어한다고 합니다. 싫어하는 건지 무서워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비행기를 싫어해서 국내 MMA 관계자들이 사쿠라바의 내한을 추진했다가 이런 이유 때문에 물거품이 되었다고 하네요. 이는 당시 사쿠라바가 얼마나 절박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 ‘숙적’ 시우바와 슈트 복세의 모두가 사쿠라바의 슈트 복세 전지 훈련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었다고 합니다.)
슈트 복세에서 타격 기술의 보완과 신 기술 습득·증량등 을 이룬 사쿠라바는 프라이드 30 대회를 기점으로 귀환, 켄 샴락(Ken Shamrock)과 대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켄 샴락을 펀치로 KO시키며(조금의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슈트 복세에서의 강훈의 성과를 극렬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해 남제에서는 DSE 측에서 사쿠라바 카즈시와 타무라 키요시간의 대전을 추진했으나 (위에서 언급했 듯) 양 측의 합의 과정에서 타무라의 거절로 성사되지 못 합니다. 결국 사쿠라바는 ‘리얼 프로레슬러’ 미노와 이쿠히사(美濃輪育久)와 대전하게 되는데 근 7년간 관절기로 패배한 기록이 없었던 미노와를 기무라 록으로 꺾으며 제 2의 전성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K-1 HERO'S
2006년 5월 3일에는 히어로즈 미들급 토너먼트 개막전에 돌연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등장. 다음날인 5월 4일 기자회견에서 공식적으로 히어로즈 이적을 발표했습니다. 이적 이유에 대해서는 사쿠라바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많은 추측들이 제기되었는데 전후 사정을 종합해 볼 때 다카다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이 주 원인으로 보입니다. (불과 2달전에 다카다 도장 탈퇴·다카다의 「더 이상 사쿠라바와는 술도, 식사도 하지 않는다.」는 발언·사쿠라바의 싫어하는 선배 때문에 이적했음을 시사하는 인터뷰 등을 미루어 본 글쓴이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사쿠라바와 다카다간의 갈등에 대한 몇가지 일화·일설 등을 알고 있는데 나중에 소개할 기회가 생기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해 8월 사쿠라바는 링스에서 활약한 바 있는 케스타티스 스미르노바스(Kestutis Smirnovas)를 상대로 히어로즈 데뷔전을 갖게 됩니다. 사쿠라바의 압승이 예상되었지만 케스타티스의 강력한 오른손 펀치를 턱에 허용하며 순간 실신, 이후 케스타티스의 파운딩을 여러차례 허용하며 반 실신 상태에 이릅니다. 하지만 심판이 이를 다운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경기를 속행. 정신을 차린 사쿠라바는 점차 데미지를 회복했고, 케스타티스는 공격하느라 스태미나를 모두 소실. 결국 사쿠라바는 극적인 암 바로 역전승을 거둡니다. (이 경기에서 편파 판정으로까지 비화된 심판의 오심으로 사쿠라바도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후 경기의 후유증으로 훈련 도중 현기증·구토 증세를 보이며 입원. 결국 아키야마 요시히로(추성훈) 戰이 예정되어 있던 10월 9일 대회에 결장하게 됩니다. 현재 몸을 회복한 사쿠라바는 오는 12월 31일 ‘다이나마이트’ 대회에서 아키야마의 요청으로 결정된 사쿠라바 카즈시 對 아키야마 요시히로 戰에 만반의 준비를 기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수년을 함께 호흡해온 사쿠라바의 열렬한 팬으로서 그의 족적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한때는 그레이시 가문의 선수들을 연파하며 천정부지의 상종가를 기록하던 그가 또 어느 때는 끝을 알 수 없는 몰락의 나락에 빠져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인간사는 새옹지마라는 걸 다시금 아로새기면서도 아쉬움을 금치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사쿠라바는 달라졌습니다. 평소에 게으른 탓에 훈련 자체를 많이 하지 않던 그였지만 아로나와의 대전 이후 달라졌습니다. 슈트 복세로의 전지 훈련을 가서 모든 메뉴를 소화하고, 히어로즈 이적 후에도 (비행기를 싫어하지만) 훈련을 위해 슈트 복세로 전지 훈련을 다녀왔으며, 케스타티스와의 대전의 후유증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도 몸이 회복되자마자 훈련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이는 그가 달라졌음을 방증하는 부분입니다. 사쿠라바의 나이는 이제 38살. 격투가의 나이로는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나이입니다. 뒤늦게 자신을 자각하고 헛되이 보낸 지난 날들을 반성이라도 하듯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인 그에게 히어로즈라는 무대에서의 새 출발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그의 주황 불꽃이 화려하게 타오르기를 기원합니다.
첫댓글 아~~잘 읽었습니다...그리고 마지막...사진이 너무 푸근~ㅎㅎ
카페에 고수님들이 참 많으시네요..흥미롭게 잘 봤습니다..사쿠라바의 부활을 꿈꾸며..화이팅!
좋은글이군요 ^^ 박수~~~
한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사쿠라바는 칼슨 그레이시한테 배운 적이 있다고 하던데... 그 부분에 대해 아시는 게 있는지요.
사쿠라바 넘 아쉽네요.좋아하는 선수인데..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부탁합니다.이런글 너무 좋네요.
땡큐 ~ 잘봤어요...
박수~~~ 정말 잘봤습니다. 저도 사쿠 너무 좋아합니다.^^ 멋진 모습으로 다시 오기를.. 그런데 다이너마이트 때 추성훈과의 결전은 참.. 누굴 응원해야 할지..ㅠㅠ
다음번에는 어떤 선수이력을 올려주실지 기대되네요.정말 잘봤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사쿠라바가 그레이시 가문들을 격파할때는 정말 멋있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같은 아시아 인으로서 자랑스럽당
좋은글 감사합니다. 비록,, 솔직이 말해서 싫어할 수 밖에 없는 일본인 이지만 그 격투정신과 도전의식만은 정말 좋아합니다..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