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빈 미술관 전시리뷰>
몸의 조화-티벳의 기술
Bodies in Balance-The Art of Tibetan
인간의 본질
“나는 왜 사는걸까?” “산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어디에서 왔고, 또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살면서 이와 같은 인간과 인생 전반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 본 적이 한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세상살이에 묻혀 그리고 너무 오래전 일이기에 그 기억조차 선명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면 오랜 시간을 곱씹어 오는 질문이라 할지라도 그 명백한 답을 찾기 위해 어쩌면 지금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들의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어쩌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질문들의 첫머리에 나오는 “나” 라는 존재, 즉 인간이라는 존재를 구성하고 있는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바로 그것이다. 수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거나 비타민 가게에서 영양재를 구입해도 “supplements facts” 또는 “Nutrition facts”라고 해서 그 포장안에 담겨진 내용물의 구성성분을 통해 그 제품을 본질을 보여준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본질을 이해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생각보다 쉽고 또 실질적인 모습으로 우리 자신을 그리고 인생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눈에 보여지는 면과 눈에 보여지지 않은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손으로 만져지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우리의 육신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느낌이나 생각과 같이 그 존재감은 있지만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무형의 요소들이 그것이다. 진화론을 주장했던 다윈은 육신과 같이 눈으로 보여지는 모습만을 통해 인간의 기원과 본질을 규정짓고 이해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무형의 요소들을 간과한다면 인간을 온전하게 이해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육신이라는 물질적인 측면을 무시한채 무형의 정신세계만을 통해 인간을 설명하려고 한다면 그것 또한 인간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간의 4가지 요소
오스트리아의 철학자이며 월도프 스쿨의 창시자인 루돌프 슈타이너는 신체, 정신, 영혼의 영역을 가지고 있는 인간을 네가지 구성체로 이루어진 본질로 설명하고 있다. 그의 이론에 위하면, 인간은 출생당시, 7세, 14세, 21세 무렵의 4번의 계기를 통해 물질체, 에테르체, 아스트랄체, 그리고 자아라는 네가지 구성체가 완성 된다는 것이다. 이 네가지 구성체는 생명의 잉태되는 임신 순간부터 모든 인간이 갖게 되는 요소로서 우리 내면에 잠재되어 있다가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은 가장 완벽한 시기를 통해 하나씩 하나씩 발현되어 인간을 새롭게 탄생시켜 준다는 것이다.
인간을 구성하는 네가지 구성요소 중 물질체는 우리가 보통 말하는 신체를 의미하는데, 우리가 죽으면 한 줌의 흙으로 돌아 간다는 말처럼 인간의 물질체는 광물계의 성질을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두번쩨 구성체는 에테르체라고 한다. 에테르체는 중력의 법칙에 저항하며 밑에서 위로 뻗어 가는 힘을 가지고 있고 번식이나 유전과 같은 생명 현상을 담당한다고 한다. 물질체안의 모든 기관이 제대로 형태와 모습을 갖추고 있을 수 있는 것도 에테르체의 흐름과 움직임에 의한 것이며, 우리의 몸이 일정한 형태로 유지되어 있는 것 또한 이 에테르체의 영향이라고 한다. 슈타이너는 에테르체를 물질체의 건축가라고 부르며 물질체를 에테르체가 표현된 이미지라고 불렀다고 한다.
인간을 구성하는 세번째 구성체는 아스트랄체로서 기쁨, 슬픔, 고통, 즐거움등과 같은 인간의 감정을 전달하기에 감정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이렇듯 의식이라는 것은 아스트랄체의 특징이며 아스트랄체가 없다면 에테르체는 무의식의 상태가 된다고 한다.
인간의 네번째 구성체는 자아라고 한다. 앞의 세가지 구성체가 광물, 식물, 동물의 특성을 공유하는 것과 달리, 자아는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영혼 전체를 담당하고 있는 핵이 바로 이 자아인데, 자아는 영혼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혼이 갖는 여러 가지 경험을 총괄하며 물질체, 에테르체, 아스트랄체에도 영향을 준다고 한다.
슈타이너에 따르면, 이러한 인간을 구성하는 네 가지 구성요소를 인식함으로서 눈에 보이는 물질체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에테르체, 아스트랄체, 자아의 상태를 읽어 낼 수도 치유 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지학의 창시자이기도 한 루돌프 슈타이너는 교육이란 인간 본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인지학적인 인간관으로부터 교육이념을 발전시켰다. 이렇듯 인간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을 통해 세상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고, 그러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신체와 정신이 균형을 이룬 이상적인 인간으로서 성장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학자이며 교육자였던 루돌프 슈타이너의 철학과 이론들은 신기하게도 동양 의학이나 동양 사상과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서양식 교육이론들 속에서 알 수 없는 목마름을 느꼈던 필자가 정신과학 측면에서 아동교육을 접근하는 루돌프 슈타이너의 사상과 교육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일것이다.
티벳 전통의학을 통해 본 인간의 본질
루빈 뮤지엄에서의 전시 Bodies in Balance: The Art of Tibetan Medicine은 천년의 세월을 통해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티벳 전통 의학의 기원과 역사를 그림을 통해 소개하는 그림 역사 전시라고 할 수 있다. 140점이 넘는 다양한 메디컬 도구와 그림들이 소개된 이번전시회는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통해 관람객이 자신의 맥박을 직접 쟤어보거나 할 수 있는 작은 스테이션들이 마련되어 있어 관람객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티벳 전통 의학을 경험할 수 있었다. 티벳의 승가대학은 인간의 정신세계를 연구하는 종교대학, 인간의 몸을 연구하는 의과 대학, 그리고 기록을 남기기 위한 예술대학으로 이루어졌던 티벳 최고의 종합대학이었다. 그래서 티벳의 의사나 화가들은 모두 스님들이었다. 티벳 불교에 바탕을 둔 티벳 전통 의학 역시 물질체, 에테르체, 아스트랄체, 자아라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서양 의학과 달리 티벳 전통 의학 역시 우리 한의학처럼 환자의 피부색이나, 맥박이 띄는 상태, 소변의 색깔, 거품정도, 맛 등 인간의 신체인 물질체에 대한 섬세한 관찰을 통한 진단 기술이 많이 발달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정보는 그림을 통해 함께 전해지고 있었는데 가는 세필로 정교하게 그려진 일련의 진찰과정은 의학기록서라는 기능적인 역활을 떠나 하나의 독립된 미술 작품으로서도 그 미학적 가치와 독창성이 돋보였다.
더불어 한국의 오방색을 연상하게 하는 티벳의 칼라코드 시스템은 환자의 증상이나 체질을 효율적으로 분류하는 방법으로 사용되며 티벳의 전통 의학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학문임을 보여주고 있는듯 했고, 이렇듯 티벳의 전통의학은 천년이라는 오랜시간 동안 축척된 인간의 몸과 마음의 역학관계에 대한 분석과 검증을 통한 치유의학이었다.
자신의 건간상태나 체질을 알 수 있는 자가진단 챠트나 미리 예약을 하면 티벳의 의사로부처 검진을 받을 수 있는 기회와 더불어 자신의 체질에 적합한 식사를 뮤지엄 1층에 있는 카페 Serai에서 직접 경험해 볼 수도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전시와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마음챙김 수행과 더불어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그 본질인 물질체, 에테르체, 아스트랄체, 자아의 상태를 그림으로 통해 접해 볼 수 있는 이번 전시회는 나를 이해하는 수행에 있어서 인간을 좀 더 폭넓고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