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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루의 고성군 마산봉. 죽변봉 능선 종주기
들녘의 가을은 황금빛으로 내리고, 산마루의 가을은 들국화 꽃잎으로 먼저 내린다. 진부령 '흘리'의 해발 600m가 넘는 산간
마을에는 벌써 온갖 들국화가 한창 피었다. " 연못의 풀은 봄꿈에서 깨지 않았는데(未覺池塘春草夢/미각지당춘초몽) 뜰앞의
오동잎은 벌써 가을소리를 낸다(階前梧葉已秋聲/계전오엽이추성)" 고 했듯이(朱喜의 詩句). 봄.여름 같은 어제는 어느새 가
을되어 쑥부쟁이는 파아란 하늘을 담아 연한 보랏빛 화사하게 피었고, 맑은 가을 햇살을 담은 구절초는 하얗게 피었다. 감국
(甘菊)은 노랑꽃망울을 터뜨리기에 바쁘고, 산국(山菊)은 알알의 녹색 꽃망울들을 주저리로 달고 찬서리 가을 밤 기러기 올
날을 기다리며 해바라기에 여념없다. 청산에 들녘에 가을이 내리고 있다.
2014,09,20. 북설악권에 있는 마산봉을 간다.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과 토성면을 경계하는 설산이 아름다운 마산봉이다. 마산
봉에서 동쪽 죽변봉을 거쳐 운봉산에 이르는 능선을 종주하기 위해서다. 소양강변의 46번 국도를 따라 인제. 원통을 지나고,
진부령을 지나서 다시 흘리령으로 간다. 아침 10시, 칠절봉과 마산봉 사이의 백두대간 태령의 흰구름 떠가는 높푸른 하늘이
한없이 평화롭다. 아름다운 마산 북릉의 알프스리조트는 겉보기와 달리 인적없어 쓸쓸한 데, 태령의 동.서를 넘나드는 초가
을 소슬한 금풍(錦風)에 억새들이 하얀손 흔들며 구름을 부르는 양이 정겹다. 무리져 핀 들국화들은 다투어 은은한 가을 향
을 피워되니 청산도 어쩌지 못하고 시나브로 녹색의 빛을 바래며 단풍을 피우기 시작한다.
마산봉은 인근 병풍바위봉에서 바라보면 영낙없이 '말이 앉아 쉬는 모습'이다. 높이 1,052 m에 이르는 백두대간 남한 쪽 첫
봉이자 마지막 봉이다. 신선봉에 이은 금강산의 제2봉이며, 눈 덮힌 설산이 아름다워 고성 8경으로 유명한 천봉 (天峰)이다.
산은 육산이지만 정상의 암봉은 곁에 한몸 서기조차 어렵게 날카롭다. 흘리령에서 정상까지 2.2km, 표고차 400여 m에 이르
는 가플막은 1시간이 족히 걸린다.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에 알프스리조트의 곤돌라(gondola) 삭도가 파아란 하늘을 가르고,
곳곳의 억새에 철이른 단풍이 피어 제법 가을산의 운치를 더해준다. 마산봉에 올라 바라보는 사방의 경치는 장관이다. 백두
대간은 북쪽으로 진부령을 건너 칠절봉과 향로봉으로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신선봉을 거쳐 설악산 황철봉으로 달려간다.동
해는 엷은 해무 속에서도 수평선은 가물거린다. 하늘이 수평선에 내려 바다에 쉬고, 바다는 수평선을 타고 하늘에 올라 파
랗다. 태산 준령에 하늘과 바다가 한데 어울어진 해동망경(海東望景)이 절승(絶勝)이다. 발길을 돌리려니 바위틈에 소북한
들국화 흰꽃 무리 곁에 비눗방울 같은 화형에 연한 보라색 꽃피운 참산부추가 눈길을 달라 방싯댄다.
마산봉과 죽변봉 사이 능선은 855봉 750봉 암봉을 포함해 8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를 솟구치고, 간성읍과 토성면을 경계하고
뻗어 운봉산으로 내려선다. 남쪽의 문암천과 북쪽의 남천을 품은 능선으로 신선봉에서 바라보면 그져 밋밋하게 흘러 내리는
듯 해도 그 오르내리는 가플막은 꽤나 심해 보기와 달리 까탈스럽다. 평소 산행객이 거의 찾지 않는 -긴 능선에 계곡이 깊고
중간 탈출로가 없어 초심자들이 종주하기 쉽지 않다 - 능선이라서 호젓해서 좋긴 하지만 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누구는 산
행길이 훤해 좋다며 객기도 부리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발길에 걷어 채이는 돌부리가 쉼 없고, 바짓가랑이를 걸고 채는 길
없는 관목숲을 이리 저리 헤치고 오르 내리는 능선길은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수백 년 금강송이 줄지어 늘어선
칼날능선에서는 청송(靑松)의 기상에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어 좋고, 주변의 해동승경에 가슴 벅차니
짧은 고행 긴 희열을 생각하면 가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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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봉 긴긴 능선의 마지막 동쪽 봉우리인 죽변봉에 오른다. 먼 길 온 노독에 오름길의 발걸음이 무겁지만 마음은 한결 가볍
다. 무사히 목표한 봉우리에 오르는 기쁨에서다. 원형 헬기장 넓다란 죽변봉 정상에서니, 해거름의 내 그림자가 벌써 키높이
보다 더 길게 늘어선다. 사위를 살펴보다 오던 길 뒤돌아 보니 마산봉은 긴 능선 끝간데서 구름 속에 숨었고, 역광 속의 신선
봉은 우람한 잿빛 태산으로 하늘에 높이 올라있다. 대간령을 타고 긴 계곡 내린 문암천은 도원저수지에서 머물러 쉬고, 김삿
갓의 삿갓같은 운봉산은 드넓은 학야리의 벌판에서 동심원을 그렸다.6시간의 산행길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흘리령에서 백
두대간을 따라 마산봉을 오르고, 금강초롱 핀 마산봉의 가을 속살을 살펴보면서, 그 동사면을 내려서며 긴 능선을 따라 855
봉, 750봉을 거듭 오르내리며 죽변봉에 올랐다. 지나온 걸음 걸음 다시한번 눈과 마음으로 그려보고는 문두골을 향해 죽변봉
남릉을 내려선다. 암반 위를 흐르는 명계옥천인 문암천이 곧장 오란다.
▼ 병풍바위봉에서 바라본 마산봉 2012,09,22일 백두대간 종줏길에서-
▼ 750봉에서 바라본 마산봉
▼ 855봉에서 바라본 죽변봉
산행지도 / 흘리령- 마산-855봉-750봉-암봉-죽변봉-도원저수지.
▼ 흘리 가는 길 - 1. / 홍천 화양강 풍경
▼ 흘리 가는 길- 2. / 차창으로 보는 소양강 풍경
▼ 흘리령 / 간성읍 흘리 알프스리조트 앞
▼ 마산봉 북사면 알프스리조트 삭도
▼ 간성읍 흘리 풍경
▼ 마산봉 백두대간 갈림길 풍경
▼ 마산봉 산정
▼ 마산봉에서 바라본 칠절봉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 마산봉에서 바라본 향로봉
▼ 마산봉 헬기장 주변 풍경
▼ 마산봉 능선에서 바라본 도원저수지 풍경
▼ 마산봉 능선 855봉을 오르며 뒤돌아 본 마산봉
▼ 마산봉 능선 855봉을 오르며 바라본 신선봉
▼ 855봉 능선 풍경-1
▼ 855봉 능선 풍경- 2 / 사진 아래는 졸참나무에 자란 노루궁뎅이버섯
▼ 능선의 금강송
▼ 855봉에서 바라본 죽변봉(630,9m, 일명 꼬깔봉)
▼ 750봉과 암봉 사이 능선의 바위
▼ 750봉과 암봉 사이 능선의 바위에서 뒤돌아 본 750봉
▼ 암봉에서 바라본 신선봉(좌) - 대간령- 새이령 암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풍경
▼ 암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 750봉과 암봉 사이는 '의가등능선' 이다.
▼ 암봉 주변 풍경 - 1
▼ 암봉 주변 풍경 - 2
▼ 죽변봉 능선에서 바라본 학야리 운봉산(286,7m)
▼ 855봉에서 죽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 죽변봉 능선에서 바라본 향로봉
▼ 죽변 정상( 630,9. 일명 꼬깔봉)
▼ 죽변봉에서 바라본 간성읍 쪽 해안풍경
▼ 마산봉과 죽변봉에 이르는 능선. / 죽변봉에 올라 지나온 능선 뒤돌아 본 서 바라본 풍경
▼ 죽변봉 남사면 암릉 풍경
▼ 죽변봉 남사면 암릉에서 바라본 마산봉-855봉-750봉-암봉- 무명봉 - 죽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풍경
▼ 죽변봉 남사면 암릉에서 바라본 도원능선
▼ 죽변봉 남사면 암릉에서 바라본 도원저수지- 1
▼ 죽변봉 남사면 암릉에서 바라본 도원저수지 - 2
▼ 죽변봉 남사면 암릉 풍경
▼ 토성면 도원리 문두골을 내려오며-
▼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 풍경
▼ 문암천 풍경 - 1
▼ 문암천 풍경 - 2
▼ 마산봉의 야생화
상열 좌로부터 'ㄹ"자 - 참산부추. 쑥부쟁이. 고려엉겅퀴. 금강초롱. 일월비비추. 며느리밥풀꽃
금마타리. 미역취. 참취. 구절초 홍화. 투구화. 솔채. 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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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을 햇살아래 멋지게 담아온 작품 즐감하고 갑니다
노루 궁댕이 버섯 따오셨음
쥔장님 혼자 드시면 아니 되옵니다~~ㅋㅋㅋㅋ
노루궁뎅이 따셨나요,,,,,정말 맛나는데,,기름장에 찍어드시면,,,음 또 따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