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무덤에 꽃이불을 덮다.
복지관 방학 중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만나는 장애인 회원들이 더위에 어떻게 견디는지
두 주가 지나니 궁굼해지고 마음에 켕기는 회원이 생긴다.
최근 들어 두 시간 동안 앉아있을 수가 없어서 수업에 들어오지
못하는 s가 생각났다. 개별적으로 만나서 맛난 밥을 한 끼 사주고 싶어서
벼르다가 오늘 비보를 들었다.
어제까지 복지관에 나왔는데 오후쯤 쓰러지더니 그냥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에게 문상을 갈 수도 없고
그녀가 그렇게 의지하던 우리교실에는 알리지도 말라는 가족들의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그냥 죽게 두지 119를 불렀다고 혼줄이 난 도우미는 분노를 견디지 못한다.
그녀의 인생 앞에서 꺼이꺼이 울고싶은데 갈 곳이 없다.
시신을 기증하여 두었으니 언제 어디서 그녀를 기리며 고개라도 숙일 곳이 없다.
살다가 하얀 국화 한 단 들어다 무덤 앞에 놓아주고 싶은데
그 것도 할 수 없다,
가는 길도 외로웠을 그녀에게 내 묵주가 닳아지겠지만 짠하다.
모두가 그녀의 엄마를 지독하다고 욕까지 얹어 말하는데
아무도 그녀의 어머니를 판단할 수 없어서 침묵하기도 어렵다.
하느님만 아는 진실이 있을 것이다.
안녕 .....잘 가.....
이 세상에 선생님 밖에 없다고 기대던 여인에게
이 더위에 시원한 빙수 한 그릇 맛나게 먹여보냈더라면......
엄마가 못먹게 한다는 말이 들린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녀를 변기에 앉히던 날 나는 단 한번에 몸살이 나고 말았다.
도우미가 하루종일 같이 지내다 싶이 하지만 가고나면 밤새 화장실에 가는 것을 가족이도와야 하므로
나이든 엄마가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은 자명하다. 체중이 늘지 않도록 늘 먹는 것을 감시 당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에서 본능적 욕구만 하늘로 치솟으니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고 먹는 것도 밝히는 편이다.
솔직히 얼마나 먹고 싶을까 싶어 혼자만 피하지 못하도록 나는 종종 그들에게 단체 회식을 주선한다.
도우미가 몰래몰래 바나나며 달걀을 가져다 먹이다가 들키면 혼이 나야 했다.
올 들어 두 사람의 부고를 들으니 마음이 편하지 않다.
나는 저들과 언제 어떻게 헤어질 지 난감하다.
나의 선택이 아니라 봉사 정년제도가 있는게 차라리 나을 것같다.
무덤이 필요하다.
찾아가 반기지 않을 사람이라도 세월이 닦아내면
꽃 한송이 얹어놓을 무덤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그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타의에 의해 시신기능으로 생이 마무리 되고
그녀의 흔적은 지금 어디에도 없다. 아마도 그녀를 잊힐만 하면 어딘가에
무덤이 생기겠지.....
그녀가 간 이후, 나도 모르게 자주 하늘을 본다.
오며가며 하늘 무덤에 기도 꽃을 얹고 안부를 묻는다.
꽃잎 이불이 만들어진다.
토닥토닥, 그 곳에서는 웃어라 수현아.
절름거리지 말고 뛰어라. 수현아.
남들처럼 키도 크고 먹는 것 눈치보지 말고 살아라. 수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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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된 수현씨의 명복을 빕니다.
선생님 마음이 얼마나 허망할지, 가 보지도 못하고
그곳에선 꽃이불 덮고 영원한 안식이 허용이되겠지요.
마음이 아파요. 최근에 부쩍 생각이 나서 맛난 음식 한번 사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