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범 사진전 (HUMAN)
(글 : 사진평론가 장한기)
“작가는 작품으로 말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대별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 하나는 작가란 백 마디 말보다도 자신이 창작한 작품이 이를 대변한다는 뜻이며, 다른 하나는 작가가 창작한 작품 속에는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언어가 담겨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필자가 이기범 작가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1991년 여름 이었다. 당시 부천에는, 경인포토아트. 부천사진동우회, 선용회, 심상, 등 4~5개의 사진동아리가 활동하고 있었으나, 부천의 사진 활성화를 목적으로 필자가 1991년 월간사진동우회 부천지부를 탄생시키면서 부터였다.
당시 이기범 작가는 부천역 북부광장 한편에서 핸드폰 가게를 운영하며 광장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활상을 지속적으로 사진으로 기록하는 모습을 관심 있게 지켜볼 수 있었다. 그 후 월간사진동우회부천지부에 입회하여 함께 사진 활동을 하게 되었다.
이기범 작가는 1997년 한국사진작가협회 부천지부회원으로 입회하였으며, 10여년간 지부간사로 활동하였다, 1998년~1999년 제3대 월간사진동우회부천지부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2014년 이후 현재까지 부천지부장의 중책을 맡고 있다. 전시작품으로는 96년“춤”이라는 주제로, 2003년도에는 “캄보디아에서 만난 아이들”로 3인전을 기획하여 호평을 받은바 있으며, 2006년에 “잊혀진그곳 신상리”등 꾸준히 다큐멘터리 사진을 발표했다. 그러던 중 장고 끝에 “나의 시선이 멈추었던 그곳에는” 이라는 주제의 첫 번째 개인전과 사진집을 발간하게 되었다.
이번에 기획한 전시작품을 요약해보면 작가가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창작한 휴면 스토리 작품으로 국내외 촬영여행을 통하여 인간의 희로애락을 단편으로 엮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흑백작품으로 내용이나 형식면에서도 나무랄 데 없는 스마트한 구성이 돋보인다. 특히 조 단위로 구성된 작품 하나하나에는 대상의 표정에서 그 속마음 까지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리얼함이 배어있어 작가의 인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작가 중에 인간을 주제로 한 휴먼스토리로 인상적인 작품을 발표한 사진가를 살펴보면, 부산에서 평생을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생활상을 기록한 “고” 최민식 선생, 동아일보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하며 “유머가 있는 풍경”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전” 월간사진예술 김녕만 발행인, 수 십 년간 세계의 오지를 찾아 다양한 인간의 삶을 기록한 APC뉴스 은효진 발행인, 아프리카 빈민촌을 찾아 그들의 가난과 굶주림과 아픔을 기록한 “전” 한국사진작가협회 “고” 문선호 부이사장, 1960~70년대에 학계, 언론계 정계에서 교수, 편집국장, 무임소장관, 문화공보부장관 등을 역임하신 후 1980년대 후반에 사진계에 입문하여 “영월이야기와 우리어머니를 비롯한 20여권의 인간가족 사진집을 출판한 윤주영 선생 등을 들 수 있으나, 자기희생을 동반하지 않으면 빛을 보기 어려운 것이 다큐멘터리 사진이다.
최근에는 진주에서 시장사람들 촬영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최윤종 작가, 강원도 태백에서 “아버지는 광부였다” 로 다큐멘터리 사진계에 돌풍을 일으킨 박병문 작가, 휴먼러브 “밤골마을사람들” 로 한국사진문화상 출판상을 수상한 조영만 작가 등이 한국사진계의 다큐멘터리 사진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어려움에 누구한사람 선뜻 나서기를 꺼려하는 시점에서 이기범 작가의 용기 있는 도전에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내용 중 작가와 관련된 프로필 밒 년도에 일부 착오가 있어서 수정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