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 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22>
“만성퇴행성관절염, 요통, 골다공증” - 쇠무릎(牛膝)
연골은 몸에서 힘을 많이 받는 곳이나 탄력이 필요한 곳, 외부에서 들어온 압력을 주변으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는 곳에 위치하며 뼈와 함께 뼈대를 이루는 매끄럽고 질긴 고형구조물이다. 관절은 이 연골과 뼈, 관절막, 인대 등으로 구성되는데 연골이 점차 퇴화하면서 이 부위에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을 골관절염이라 한다. 골관절염은 관절부위로 공급되는 혈류의 흐름이 감소하고 말초신경기능이 저하되는 노인성에서 많다. 생성되는 연골세포의 양보다 파괴되는 양이 더 많으면 연골 특유의 충격흡수기능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곳에 마찰이 반복됨으로써 관절강 내에 열과 염증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위치는 주로 경추· 요추, 고관절, 무릎관절, 손가락관절부이다. 또 외상에 의해 미세골절이나 골막자극, 인대손상이 일어날 수 있으며 비만으로 장기간 압력을 받는 쪽 관절에서도 유발될 수 있다. 이 경우는 연골의 경화, 과잉형성, 변형 등이 발생하여 점진적인 운동장애로 이어진다.
초기환자의 경우 병원에서는 약물, 운동, 체중 감량, 주사요법 등 비수술적 보존치료와 함께 레이저요법으로 염증을 제거한다. 연골 손상부위가 2~3cm 이하로 크지 않은 중기환자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 건강한 연골의 일부를 떼어 손상된 부위에 이식하는 자가연골이식술로 치료하고, 이보다 손상 범위가 넓은 경우 시행하는 자가연골배양이식술은 환자의 정상 관절연골조직을 소량 채취하여 한 달 정도 배양한 뒤 결손 된 부위에 다시 이식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운동성 외상이나 박리성연골염 치료의 대안으로 비교적 젊은 층(15∼55세)에 적용되며 노인성의 만성퇴행성관절염에는 적합하지 않다. 주지하듯 서양의학에는 보법의 카테고리가 없는 까닭에 자기 연골을 떼어 자기에게 이식하는 수평적 보강에 한정되는 것이다. 퇴행성변화가 조직이나 세포의 기능 감퇴, 정지, 신진대사의 장애로 생기는 위축, 변성, 괴사 따위의 병적 변화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듯 노화로 닳아 없어져가는 보다 넓은 범위의 연골 손상은 생약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치료방식이 안전하고 유리하다.
현대한의학의 생약치료는 인체의 특정 장부와 경락으로 귀경(歸經)하는 약초 고유의 성질을 이용하고 각 약초가 지닌 기미(氣味)와 한열온량(寒熱溫涼)의 성질 내지 약리학적 작용기전과 효과를 최대화하는 전통적· 현대적 기법을 망라한다. 더욱이 열 가지 스무 가지가 결합할 때 발생하는 상호작용(시너지효과)은 단일성분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양약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을 치료목표로 하게 되어있다. 비록 작은 병이라 할지라도 인체의 음과 양, 허와 실을 따라 그 원인이 환자의 몸 안에 숨어있게 마련이고 그것을 알아내는 진단을 통해 종합적인 접근이 가능하게 된다. 만성퇴행성관절염은 소모성이며 부족증이 오래된 것이므로 자보(滋補)하는 것이 기본이다. 또 마르고 열이 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염증, 부종, 통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항염, 진통, 구어혈(驅瘀血)의 약재가 해당 관절까지 도달(歸入)하도록 인경(引經)해야 할 것이며, 연골을 생성할 수 있는 원료인 진액과 혈액의 양도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내경》에서 말하기를 ‘신(腎)은 골(骨)을 주관한다’ 하였다. 힘줄, 인대, 근육은 간이 주관하고 간은 신장의 음액을 받아(肝腎同原) 정상작동을 하기 때문에 신음(腎陰)이 부족하면 간에서 쓸개즙 생성이 저하되고 동시에 소화기능도 떨어지게 됨으로써 위는 진액(혈액)생성이 순조롭지 못하게 된다. 결국 관절액 부족과 연골생성 부진으로 귀결된다.
연골 생성을 위한 한의학적 처방은 하수오, 복분자, 천문동, 여정자, 구기자 등으로 신정(腎精)을 보하고 사물탕 재료인 당귀, 천궁, 숙지황, 백작약을 더하여 간혈(肝血)을 보해서 말라가는 노인성 뼈 질환의 물질적 기초를 충족해주어야 한다. 여기에 인체의 경락과 근골 사이의 풍습을 제거하고 통증을 멎게 하는 독활·상기생·오가피·방기·위령선 등과 뼈(연골)를 기르는 아교·속단·구척·두충·녹용·토사자 등에서 몇 가지를 비슷한 분량으로 합용하면 치료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러한 한방처방은 만성퇴행성관절염, 요통, 골다공증의 치료는 물론 골수(骨髓), 뇌수(腦髓), 척수(脊髓)의 생성에도 도움을 주므로 노화로 인한 중추신경계 및 신경정신계질환의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쇠무릎』은 비름과에 속한 다년생초본으로 줄기 마디가 소의 무릎과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뿌리를 약재로 쓰며 생약명도 「우슬(牛膝)」이다. 성미는 쓰고 시며 평하고 조금 차다. 간·신 2경에 직달하여 인혈하행(引血下行), 활혈거어(活血祛瘀), 보간신강근골(補肝腎强筋骨)의 작용이 있다. 즉 허리, 골반, 무릎 쪽으로 내려가 어혈을 제거하고 혈행을 촉진하며 간신(肝腎)을 보하여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한다. 한방에서 비증(痺證)이라 하는 노인성변형성척추증과 요통, 골다공증, 하지무력, 좌골신경통, 각기, 고관절동통 등에 폭넓게 적용된다. 약초 우슬은 진통, 항염, 항산화효과와 함께 다량의 칼슘염이 들어있어 관절과 뼈를 강화하고 면역기능을 높여 대식세포의 활동을 활성화한다. 단미(單味)로도 효과가 우수하지만 민간에서는 감초, 대추와 함께 마가목, 토복령, 황칠나무, 울금, 개다래, 홍화자 등을 합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우슬을 인삼과 결합하면 연골조직을 파괴하는 파골세포의 활성을 크게 낮춰 연골세포의 사멸을 억제하고 연골과 뼈, 인대, 힘줄 등의 핵심성분인 콜라겐 생성의 촉진효과가 더욱 커진다. 황기에서 분리한 아이소아스트라갈로사이드Ⅱ 성분과 칼리코신 성분은 연골세포주에서 연골기질물질분해효소(MMP)의 억제효과가 높은 것으로 발표되었다.
활혈거어(活血祛瘀)하는 우슬의 약리는 한편 생리불통, 자궁근종, 출산 후 복통 등 부인과질환을 잘 고치며, 인혈하행(引血下行)하는 작용으로 가슴과 두부의 화(火)를 내려서 토혈, 코피, 치통, 구내염, 두통, 어지럼증을 가라앉히고, 이수통림(利水通淋)작용은 하초의 습열(濕熱)로 인한 혈뇨, 방광염, 소변불리 등을 폭넓게 치료한다. 단 임신부는 삼간다.[終]
전초
줄기
뿌리
우슬(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