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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벚나무에 몸을 고정시킨 체 열심히 짝을 찾는 매미의 울음소리를 가까이하고 풀숲을 뒤척이면 화려한 색의 꽃을 피우고 있는 다양한 초본성 식물들을 발견하게 된다. 무심히 지나치면, 단지 아름답고 예쁜 이름 모를 꽃들이지만, 바닥에 몸을 뉘이고 꽃의 내부를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수많은 호기심과함께 학문적 경이로움을 발견하게 된다. 종(species)마다 엄연하게 다른 다양한 구조 및 기관들. 이 들은 어떻게 매미처럼 짝을 찾아 본인의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하는 것일까?
초, 중, 고등학교의 생물 수업을 거치면서, 우리는 이미 식물의 성(sex)에는 단성화(unisexual)와 양성화(bisexual)가 존재한다는 것을 배웠다. 한 식물내에 웅성(male)과 자성(female)이 따로 존재하게 되면 단성화이며, 함께 존재하면 양성화이다. 단순 명료하다. 그렇다면 자연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식물들이 과연 이 원리에 적용될 수 있을까? 몇 가지의 다른 식물을 통해 식물의 다양성과 복잡성에 대해 예시를 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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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식물은, Prospero autumnale (L.) Speta라는 이름으로 지중해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고, 우리나라에는 무릇 (Scilla scilloides (Lindl.) Druce)이라는 식물과 먼 사촌관계에 있다.
이 식물은 한 꽃 내에 암술과 수술이 동시에 존재하는 양성화이다. 대부분의 초본에서 발견되는 이러한 양성화의 장점은 유전자 교류의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즉 타가수분(outbreeding)이 용이하도록, 화분(pollen)을 방출시켜 본 개체의 정핵(sperm)을 다른 개체에 전달시키며, 다른 개체의 정핵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확률을 증가시켜 다음세대까지 유전자를 보존 시키는 방법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단점은 과연 무엇일까? 비용적인 측면과 자가수분(inbreeding or selfing)의 가능성이다. 즉, 웅성의 기능과 자성의 기능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에너지의 소요가 많음이 첫번째이고, 또, 한 꽃 내에 수술과 암술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자가수분의 확률이 증가하게 됨이 다른 이유이다.
물론, 이 자가수분을 피하기위한 식물의 여러 기작(수술과 암술의 시간적 성숙 차이, 공간적 차이, 화분을 인지하는 암술머리의 화학적 차이 등)이 있지만, 여전히 위험성은 존재 한다. 때문에, 양성화의 체계내에 웅예일가화(andromonoecy), 웅예이가화(androdioecy), 자예일가화(gynomonoeciy), 자예이가화(gynodioecy)등 잡성화(polygamy) 현상의 독특한 성체계(breeding system)를 가진 다양한 식물 종들이 종종 발견되곤 한다. 식물학자들은 이 현상을 양성화와 자성화의 진화적 발전관계를 나타내주는 좋은 예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중에 자예이가화현상에 대해 보여주고자 한다. 자예이가화란 꽃의 구조는 양성화임이 분명하지만, 한 종내에 양성화와 자성화가 동시에 존재함을 말한다. 즉, 하나의 같은 종임에도 어떤 개체는 양성화인 반면, 어떤 개체는 양성화의 구조로 수술과 암술을 동시에 가지고 있지만, 수술이 기능을 하지 않는(화분을 생성하지 않는) 자성화를 포함한다. 따라서 양성화와 자성화의 구조 및 크기의 차이는 현저하게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자성화는 화분을 전혀 생성하지 않고, 퇴화된 수술을 가지며, 보다 높은 확률의 수분(pollination)을 위해 암술대와 암술머리가 꽃잎 밖으로 돌출되어 있어야 하기때문에, 수술과 암술을 동시에 포함하는 양성화의 꽃보다 현저하게 작다. 밑의 식물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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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ene alba (Miller) Krause라는 식물로, 장구채속에 속한다. 이 식물은 비록 한 꽃 내에 암술과 수술이 동시에 존재하지만, 어떤 개체는 화분을 생성하지 않는 퇴화된 수술과 함께 자성의 기능만을 가지고 있다.
자성의 기능은 곧 다음 세대의 기능, 즉 종자(seed)의 이익과 연관성을 갖게 된다. 화분에 소모되는 에너지는 모두 종자의 생산성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자성화의 종자의 크기 및 발아율의 정도가 양성화보다는 크고 발아율 역시 성공률이 높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다. 물론 종마다의 예외가 있긴 하다.
하지만, 여기서 왜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자성은 왜 불임(sterile)의 수술을 흔적기관으로 가지고 있을까?
이 의문점을 해소할 증거를 일부 식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중간형(intermediate)의 출현이다. 즉, 한 개체 내에 양성화와 자성화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개체는 흥미롭게도 자성화는 자성화로써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지만, 양성화는 비록 화분을 생성함으로써 웅성의 기능을 갖을지라도, 불임의 화분, 즉 정핵을 포함하지 않는 화분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특이성을 갖는다.
이는 중간형 개체의 양성화가 웅성화로써의 기능보다는 오히려 자성화의 기능을 상대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즉 이러한 중간형의 출현은 불완전한 자예이가화의 현상으로, 양성화와 자성화의 진화적 중간단계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보인다.
자예이가화현상은 양성화의 범주에 포함되며, 이 밖에도 다양한 생식체계가 나타나지만, 그 현상들을 이해하기위해서는 많은 연구가 수행되어야 함이 분명하다. 아직 많은 연구와 관찰이 필요한 식물의 성.. 작은 관심의 시작이 그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가끔 식물들을 자세하게 관찰하다 보면, 때로는 구조의 아름다움과 함께 오싹함도 느끼곤 한다. 존재에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햇빛을 받아 강렬하게 반사되는 제비꽃의 보라색은 수분 매개자를 유혹하기 위함이요, 누군가 스치기만 하면 톡하고 터지는 냉이 열매는 멀리까지 분산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꽃마리 줄기에 보송보송 앙증스럽게 존재하는 털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렇듯 그 존재의 의미와 소요되는 에너지의 측면에 관심을 갖다보면 식물들의 생존전략과 삶의 치열함에 경외심을 갖게된다.
발밑의 작은 소중한 생명들에 관심을 가져보자. 그들의 치열함 속을 이해해 보자. 아마도 바쁜 일상과 고단한 삶의 경쟁속에서 조그마한 마음의 위안과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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