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걷게 될 진안고원길 8구간은 '진안군 정천면 봉학리 마조마을'에서 출발하여 '주천면 대불리 삼거마을'까지 약 17km 거리이다
진안고원길 8구간 개념도
초반 '마조마을'에서 '외처사마을'까지 9.6km 구간은 완만하게 이어지는 '갈크미재' 고개를 넘어서야 하고, 후반 '외처사마을'에서 '삼거마을'까지 약 7.4km 구간은 '주자천' 제방길을 따라 업 다운이 없는 평탄한 길을 걷게 된다
《 마조마을 ~ 외처사마을, 9.6km 》
(09:15) 진안고원길 8구간의 시작점인 '마조마을'에 도착하니 마을앞 노거수가 우리를 반긴다
(09:21) 언제나 처럼 출발전 단체 기념사진 남긴 후 각자 옷매무새를 갖추고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넘어야 할 '갈크미재'를 바라보며 거리를 가늠해 보고...가깝게 보이지만 마조마을에서 갈크미재 정상까지의 거리는 약 5.2km
'마조마을' 풍경
길 옆에 큼직하게 자리잡은 곶감 건조장은 이 곳이 곶감이 많이 나오는 마을일 것이라는 것을 예감케 해준다
실지로 마조마을은 '씨 없는 곶감' 생산단지로 정평이 나 있다고 하는데, 희한하게도 이 마을에 감나무를 심으면 씨가 없는 감이 열린다고 한다
"이 동네 감나무는 씨 없는 감을 내놓는다. 희한하게도 다른 마을의 감나무를 옮겨심으면 씨가 없어지고, 이 마을의 감나무를 옆동네에 옮겨 심으면 씨가 생긴다. 이게 대체 무슨 조화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씨 없는 감은 달기는 또 얼마나 단지. 그 신비로운 마을에 지금 곶감 만들기가 한창이다. 지난 한 생이 고스란히 깃든 두툼한 손이 감 껍질을 벗기고, 그 감을 주렁주렁 매달아 말린다." [출처 : 주간경향 ]
설마 사람도 씨가 없어지는건 아니겠지?
연리지(連理枝)?
'연리지'는 한 나무와 다른 나무의 가지가 서로 붙어서 나뭇결이 하나로 이어진 나무를 말하는데 ...
아무리 봐도 나뭇가지가 하나로 이어진 곳을 찾을 수 없으니 '연리지(連理枝)' 보다는 금슬 좋은 '부부목(夫婦木)'이 더 어울리겠다.^^
연리지 / 정연복
서로 다른 둘인 것이
하나 되었네
제각기 홀로는 외로워
둘이 하나 되었데
영원히 헤어지지 말자고
서로 꼭 껴안고
햇살 같이 받고
찬 이슬도 더불어 맞으며
한 하늘 우러러
함께 오순도순 살아가네
이쁜 글이다
온 세상이 갈색으로 변한 겨울철임에도 누군가의 울타리로 서 있는 '남천나무'에는 아직까지 빨간 열매를 매단체 생기를 유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
남천나무는 '상록 활엽 관목' 으로 '불행을 막아주는 나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울타리나 관상수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데
봄에는 연둣빛 새순을 올려 주고, 여름에는 푸른 잎과 하늘거리는 하얀 꽃을, 가을에는 붉게 물들어가는 줄기와 잎을, 겨울에는 붉은 열매로 성탄 분위기까지 자아내어 인기가 있다고 한다
마을 외곽에 서 있는 운장산 등산 안내도. 이곳에서 오르면 운장산 중봉(운장대)로 오를 수 있다.
몇 년전 100대 명산을 하면서 반대편 내처사동에서 출발하여 동봉(상장봉)~중봉(운장대)~서봉(칠성봉)을 거쳐 내처사동으로 다시 하산하는 환종주 산행을 한 적이 있는데
운장산 능선 산행은 시원스럽게 펼쳐진 조망도 좋고, 특히 능선상에 군락을 이뤄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얼레지 꽃'이 기억에 남는다
오늘은 하늘도 쾌청하고 겨울 날씨치고 바람도 적어 걷기에는 딱 좋은 날씨다
마조마을을 벗어나 5~6분 걸어 '마조천' 다리를 건너니 주택과 펜션 건물이 나온다
'산막팬션'을 지나면서 고원길은 본격적으로 갈크미재 고갯마루를 향해 가는 오르막 임도길이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갈크미재 정상까지 약 4km 남짓 계속해서 오락말길을 걸어야 한다
얼마전 진안 지방에 많은 눈이 내려 아직 눈이 많이 남아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오르막 길은 남향이라서 그런지 눈이 대부분 녹아 있어 걷는데 어려움이 없어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눈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져 서운한 감도 든다.^^
한적한 산촌 풍경.
군데군데 주택과 팬션 건물이 보이지만 우리 일행 말고는 보이는 사람 없이 마을?은 한적하기만 하다.
요란스럽지 않고 소박하게 보이는 펜션
항아리로 멋스럽게 조경을 해놓은 펜션 마당. 노거수 아래 놓여있는 벤치와 탁자도 매력이 있다
'남천' 열매
(09:40) 아직 오전인데도 이곳 풍경은 벌써 나른하다.
임도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10여 분 오르니 갈림길이 나오고 고원길은 왼쪽길로 이어진다
정천면 봉학리 마조마을에서 주천면 대불리 외처사마을까지(9.6km)는 임도길로만 8.4km를 걸어야 한다
아름다운 모습
고도가 높아지면서 눈길이 시작된다
마조마을에서 갈크미재를 오르는 언덕길은 고도 편차가 4백 미터를 넘지만 거리 또한 4km가 넘기 때문에 경사도가 대체로 완만하여 걷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09:51) 마조마을에서 2km 지점
우측 나뭇가지 사이로 '곰직이산' 능선이 살짝 보인다
역시 눈에는 소나무가 어울린다. 지난번 첫눈에 많은 소나무들이 부러지고 쓰러져 안타까웠었다
눈 덮인 임도. 좋아하는 사람과 조용히 둘이서 걸어도 좋겠다
앞 사람이 지나간 발자국을 따라 걸으니 발디딤이 쉽고 편하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난행)
今日我行蹟(금일야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눈 덮인 광야를 걸어갈 때는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걷는 발자국은
마침내 뒷사람들의 이정표가 되리니
눈길이 깊어지면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ㅎ
차단기를 지나 2~3분 걸으면 이내 갈크미재 정상에 이른다
(10:57) 갈크미재 정상. 마조마을에서 대략 1시간 35분쯤 걸린 것 같다
마조마을 ↔ 5.2km ↔ 갈크미재 ↔ 11.8km ↔ 삼거마을
'갈크미재'는 본래 '깔크막재'였는데, 이는 고개가 비탈이 심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경사가 심하다'의 방언인 '깔크막지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어릴적 내가 살던 고향에서도 경사가 심한 언덕길을 '깔크막진 언덕'이라고 했었다
운장산 오르는 길은 눈으로 덮혀있다
갈크미재에서 좌측으로 올라서면 운장산 동봉(상장봉)~중봉(운장대)~서봉(칠성봉) 능선이 이어지고, 우측으로 올라서면 곰직이산~복두봉~구봉산 능선이 이어진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좌우 능선을 한꺼번에 이어 완주한다고 한다
(11:00) 고원길은 좌우 능선 다 버리고 내리막 임도로 내려선다
북향(北向)인 내리막 길은 눈이 녹지 않아 기대했던 눈길을 제대로 걸어본다
눈 쌓인 길을 걷는 지금도 좋지만 갈크미재에서 외처사동으로 내려가는 길은 숲이 울창하여 여름이나 가을에 걸어도 좋겠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눈길
(11:30) 갈크미재 정상에서 30분 쯤 내려오니 탁 트인 개활지가 나온다
앞서간 일행들의 모습도 보인다
우와~ 그런데 이 풍경 어쩔~~~^^
8구간(운장산 넘는 길) 소개 글에는 '갈크미재'에 올라서면 남으로는 '심원재', 북으로는 '대불리' 일대를 내려다 볼 수 있다고 하였지만 울창한 숲으로 인하여 볼 수 없었는데 이곳에 오니 적어도 '주천면 대불리' 일대는 한 눈에 들어온다
주천면 대불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불 때문일까? 수종 개량을 하기 위함일까? 새삼 이곳에 대규모 개활지가 생기게 된 이유가 궁금해진다
나사 모량으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임도는 갈색으로 변한 수풀이 제 색깔을 띠게 되면 8구간 운장산 넘는 길의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
간선 임도에서 벗어나 임도 샛길에 올라서니 먼저 간 일행들의 모습이 아련하게 보인다
(12:25) 기나긴 임도길이 끝나고 55번 지방도(동상주천로)로 내려선다
내처삼거리
눈 앞에 주천면 대불리 '외처사마을'이 한적하게 자리잡고 있다
첫댓글 작가님과 함께 둘레길 탐방하는 것이 행운이라 생각되는 군요. 멋진 글과 사진들 잘봤습니다. 사진 감사드리고요~^^.
유유자적 ~~ 사진 감사합니다 ^^
멋진 고생하셨습니다
항상 건강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낼 뵈어요^^~
저희 세분 뒷 모습이
어는산골 삼남매 같어요
참 흐뭇하게 웃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