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 박건호 “메밀밭 밤중에” 작품의 무대
삼새
토우 박건호 문학소년 문학 학생의 시 한 편을 올려본다
달밤을 걷는다.
메밀밭에 영아
네가 웃음을 짓고
네 웃음 반겨 달려가니
호젓이 빛나는 메밀꽃뿐,
하이얀 꽃잎마다 내가 젖는다.
손바닥 펼치면
별 이야기가 아련히 소근 거리는
옛날로 내가 밝게 핀다.
나의 영아야,
순수한 우리들의 강물은
어디에서 그쳤는가!
달빛과 메밀꽃과 나의 가슴과------
그리고
꽃으로 아롱져 온 네 목소리 앞에
나는 숨차게 달린다.
머언
그 달빛 아래
우리들의 마음을
질긴 명주실로 동여매게 해다오.
자료를 찾아보니 대성고등학교 다니던 1학년 그러니까 1966년 9월경이 된다. 18세 토우 박건호 책가방에는 교과서적 대신 문학책으로 가득했던 학창시절의 모습을 떠올린다. 동덜미로 가는 고개가 등장한다. 이 고개 아래 저편 비탈진 메밀밭이 무대다.
고향인 봉현은 원주에서 서북방향 4km에 위치하고 있다. 대성고등학교가 있는 무실동에서 출발하여 산모랭이를 돌고 나면 행가리가 나오고 여기서 남송천을 따라 내려가면 매지천과 서곡천이 합류되는 양짓마을 아래가 보인다. 북쪽으로 산모롱이를 끼고 돌아 내려가면 복거리란 마을이 등장한다. 복거리에서 산비알을 타고 오솔길을 걷노라면 등골마을이 나타난다. 다시 여기서 한숨을 돌리고 조금 걷다보면 봉현마을이 등장하는데 최단거리로 개울을 건널 필요 없이 질러가는 길이다.
1966년이면 소인배 나이 다섯 살 정도 되는 나이다.
고향마을 삼성동에서 원주읍내까지 이 십리 길 그러니까 8km 정도다. 개울을 건너 고개를 넘고 함포물레방앗간을 지나 서곡천을 건너 무실로 간다. 양짓 마을 앞 행가리를 지나 무릉도원 같은 실개천을 따라 과수원들이 펼쳐지고 무실 삼거리 거대한 소나무가 길 복판에 버티고 있다. 거기서 잠시 쉬었다가 다 왔어요 다 왔어 힘내요, 온 힘을 다하여 우측으로 홱 돌아 고개를 넘어가면 원주읍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장바닥에서 파는 올챙이묵 뱃 속에 거지라도 들어있는 듯 댓 사발에도 배가 푹 꺼진 어린 나이. 아이스깨끼 소리에 어머니 울고 국밥에 아버지 운다.
보릿고개 시절을 겪어야만 했던 초년 시절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과 원주읍내를 가려면 고향마을 삼성동에서 개울을 건너 동그란 산을 돌아 굽이굽이 걷다보면 연못이 등장한다. 여기서 산모롱이를 끼고 홱 돌아가면 고개가 온다. 이 고개가 작은 돼니재다.
소인배도 중학교 시절에 김소월 시집책을 간직하고 살았는데 타향살이 하다가보니 온데 간데가 없다.
작은 돼니 재라고 하는 이 고개는 동덜미, 새말, 돼니 삼새 삼성동 마을 주민들이 흥업이나 원주로 가기 위한 질러가는 고개다. 반대로 원주에서 장을 보고나면 일찍 서둘러야 저녁에 도달 하는 길목의 고개다.
원주에 가려면 보름날을 정해서 간다. 이유는 밤하늘에 뜨는 보름달이원주장을 보고 저녁 늦게 귀가할 때 보름달이 떠서 안내등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즉, 보름달이 길 안내자다. 보름달이 떠오를 때면 그야말로 대낮이다. 부엉이 울고 지나가는 능구렁이도 보일 정도다. 달그림자와 함께 귀가를 하는 고개를 오를 때에는 그림자가 앞질러 가고 고개를 넘어갈 때는 그림자가 뒷 서거니 앞 서거니를 반복한다. 집에 오면 그림자가 뒤를 따라오다가 추녀 밑에 들어서면 달그림자는 온데간데없다.
밤길 귀가
삼새
달아달아 곱고 고운 달그림자야!
뒤서거니 앞서거니 하지 마라
발길에 밟히면 울 엄마 발에 걸려 넘어져요.
달아달아 곱고 고운 달 그림자야!
뒤서거니 앞서거니 하지마라
장난치면 울 아버지 지겟다리 부서져요.
초년 시절을 원주읍내 장을 보고 보름달을 등짐 삼아 밤길 작은 돼니재를 오르며 --- 중학교 시절에 회상하면서 글을 써 보았다.
친구를 고향집 봉현에서 만나 노닥거리다가 집문 밖을 나선 고1학생 토우 박건호 푸른 하늘에 달밤 길을 걷는다. 등골을 지나고 복거리도 지나고 여기서 개울을 건너간다. 밤길에 새말을 향해 걷는 발걸음 머리카락이 서릿발 서듯 세워진다.
마을과 점점 멀어지는 신작로 홀로 밤길을 걷는 무서움. 새말이란 동네를 가기위해 걷다보면 삼거리가 나타나는데 오른손 짝에 비탈진 밭들이 보이고 고개가 한눈에 들어온다.
새말이란 마을은 동덜미 윗 동네 새말이 있고 합폰 새말이란 동네가 있다.
이 고개가 동덜미, 삼새 삼성동, 동덜미새말 돼니마을로 가기 위한 넘나든 고개 돼니 재가 된다. 동덜미는 2018년 현재 승안동이다.
삼새는 삼성동 마을이다. 소인배의 어린 시절에도 이 고개 아래 비탈 밭에 메밀을 심어 놓은 것을 본적이 있었다. 중학교를 다닐 시절에도 늘 보면서 도보로 통학을 했다.
달빛에 부서지는 하얀 메밀꽃들 눈앞에 목화송이처럼 연출이 된다.
훗날 문학의 올레 길이 조성된다면, “메밀 밭 밤중에” 시와 함께 메밀밭은 조성하여 메밀꽃을 바라보는 토우 박건호 설치예술로 담아보고 싶은 욕망이 앞선다.
토우 박건호 작품의 무대는 방대하다. 고향인 봉현을 비롯하여 사제리 수용소 사제분교, 복거리 등골, 흥업초교, 흥업, 원주역, 중앙시장, 여러 곳에 산재되어 있다. 이런 면에서 소년시절의 문학 소년으로 살아서 숨쉬는 사제리 마을은 제 2의 문학마을로 육성해볼 요소가 다분히 내포되어 있다. 특히, 영원의 디딤돌은 고향마을에 혼이 사무친 문학과 작사가가 되기 위한 초석인 것이다.
영혼의 디딤돌은 토우는 떠나갔으나 작품의 무대는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다. 문학의 해설사로 혹의 연구자로서 아니라 진심 어린 순수문학을 갈망했던 토우의 작품무대를 아는 범위 내에서 재조명 해본다.
“인생도 그러하듯이 똑똑한 나무부터 찍어간다.”
2017년 12월 31일 어머니 말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