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여름 오른 민주지산을 다시 찾아간다.
이 곳은 눈이 많은 지역이라 겨울 눈산행으로 제격인 곳이다.
과거 이곳에서 군인 들이 동계 훈련을 하다 많은 희생자를 낸 곳이기도 하고.
집을 나서는데 하늘이 희끄므레한게 오늘도 조망은 영 그렀구나 싶었는데...
물한계곡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겨울이라 주차장은 거의 비어 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계곡지킴이 장승이 맞이해주는 가운데 우측으로 산행길에 들어선다.
맑은 물이 끝없이 흐른다는 물한계곡은 3도의 분수령을 이루는 삼도봉을 비롯, 해발 1,000m이상의 준령을 이루는 민주지산, 석기봉에서 발원하여 심산유곡을 이루어 자연경관이 수려할 뿐 아니라, 숲속에는 우리나라 전체 식물종의 16%가 자생하고, 각종 야생동물이 서식하여 충북의 '자연환경 명소 100선'중 10걸로 지정된 곳이다.
각호골 갈림길.
다리를 건너면 우측이 각호골인데 2년 전 여름 이곳으로 진행하다 등로를 잃어버려 잠시 헤매기도 했다.
오늘은 각호산은 생략하고 좌측으로 올라간다.
갈림길 좌측은 황룡사, 우측으로 올라간다. 어느 쪽으로 올라가든 잠시 후 다시 만난다. 시간도 비슷하게 걸리고.
황룡사는 내려올 때 들를 예정이다.
우측으로 올라서자마자 등로에는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산객들이 왕래하는 곳은 다져 있고...
첫번째 목교 앞 삼거리에서 우측 민주지산 방향으로 올라간다. 좌측으로 조금 더 진행한 삼거리에서도 우측으로 진행하면 역시 민주지산으로 오를 수 있다. 어차피 두 길은 다시 만나게 된다.
계단을 오르면,
목교가 나오고 등로는 우측으로 이어진다.
양지 쪽은 눈이 거의 녹았고...
두 삼거리에서 진행하면 만나는 곳이다.
이제부터는 계속 눈길이다.
자그마한 얼어붙은 폭포를 지나고,
계곡도 건너간다.
이곳은 제법 추운 지역이라 두꺼운 옷을 입고 왔더니, 겨울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오늘은 포근한 탓에 티셔츠만 걸쳤는데도 벌써 등에 땀이 흐른다.
우측에 자그마한 빙폭이 형성되었다.
갈림길에서 좌측 계곡을 건너간다. 바로 올라가도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어 뚜렷한 등로 쪽을 선택한다.
올라갈수록 눈의 양은 점점 더 많아지고...
능선 삼거리에 도착했다. 100여m 떨어진 우측 민주지산을 먼저 다녀온다. 이곳에 오면 항상 각호산도 같이 다녀오는데 오늘은 생략하기로 했다. 좌측은 석기봉으로 가는 길이다.
여기까지는 그냥 올라왔지만 점차 미끄러울 것 같아 아이젠을 착용한다.
영동 방향.
정상에 오르니 사방이 확 트이며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아침에 출발할 때와는 완전히 바뀐 날씨에 멋진 조망이 받쳐주니 정말 좋다!
각호산.
민주지산(1,241m)
충북 영동군과 전북 무주군, 경북 김천시의 경계에 있는 산이며 소백산맥의 일부로 추풍령에서 남서쪽으로 15km 정도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다. 북쪽으로는 국내 최대 원시림 계곡인 물한계곡과 각호산이 이어지며, 남동쪽으로는 석기봉과 , 삼도봉, 경상북도 쪽으로는 직지사가 이어진다. 산의 이름은 정상에 오르면 각호산, 석기봉, 삼도봉을 비롯해 주변의 연봉들을 두루 굽어볼 수 있다하여 붙여진 것으로 보여진다. 원래 지역 주민들은 이 산을 민두름산이라고 불렀는데, 이를 한자로 음차하면서 민두름을 민주지(岷周之)라 하였던 것인데 이는 이두식 표기이다. '두름'에 대응하여 두루 주(周)를 따온 것. 현대 한국인들은 민주주의의 민주와 곤련이 있지 않을 까 짐작하기도 하지만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한다.
좌측 멀리 흐릿하게 독용산, 그 앞이 삼도봉, 그리고 다시 뒷쪽 멀리 흐릿하게 가야산, 그 앞 뾰족한 석기봉, 그 우측 뒤 멀리 수도산, 그 앞 박석산, 우측 뒤 또렷하게 대덕산이 줄줄이 늘어섰다.
정말 장관이다!
좌측 황악산, 그리고 중앙 푯대봉과 석교산.
좌측 대덕산.
11시 방향 스키 슬로프가 있는 덕유산도 희미하게 보인다.
한동안 조망을 즐기고 나서 이제 도로 내려가 석기봉으로 향한다.
다시 삼거리로 돌아왔다.
진행 방향은 석기봉.
능선의 눈을 밟으며 걷는 맛이 꽤 괜찮다.
가끔 이렇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의도 지켜야 하고...
앞에 보이는 로프를 이용하여 바로 직등하면 석기봉으로 오를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마애불을 볼 수가 없다.
해서, 우측으로 우회하여 간다.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와야 한다.
능선에 도착. 좌측으로 돌아 내렸다 올라가면 석기봉 정상이다.
삼두마애불 앞에 도착. 샘은 꽁꽁 얼어 있다.
무주 대불리 마애삼면조살좌상.
'삼두마애불' 혹은 '삼두불'로도 불리는 무주 대불리 마애삼면보살좌상은 민주지산의 동남쪽 석기봉 아래 바위 경사면에 조각된 마애불이다. 마애불은 남서향의 무풍면을 바라보고 있으며, 마애불이 조각된 바위 아래 쪽에는 바위에서 흘러내린 물이 고인 용천이 있다. 민주지산은 일제 강점기에 붙여진 이름으로 본래 백운산이라 불렸다. 고문헌에서 '불두사는 백운산에 있다'라는 기록이 확인되는데, 사찰 이름으로 흔치 않은 불두사라는 이름이나 설천면 산자락에 불대, 중고개, 줄당골 등 불교와 관계가 깊은 지명과 전설이 많이 남아 있다. 하나의 원통형 몸에 탑처럼 수직으로 쌓아 올린 3단의 머리와 머리 위에 보개를 조각한 사례는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 3단의 머리는 모두 머리카락 표현이 없는 둥근 얼굴을 하고 있으며, 얼굴마다 미간에는 백호가 새겨져 있다. 마애불의 연주문 목걸이는 마애불의 속성이 보살임을 보여준다. 토속적 표현과 간략화된 양식 등 티베트불교의 영향을 받아 지방화한 고려 후기 불상의 특징을 엿볼 수 있어 불교사적으로 가치가 높다.
* 보개 : 탑의 덮개 부분. 탑은 부처를 상징한다.
* 백호 : 부처나 보살의 양 눈썹 사이에 난 희고 빛나는 털로, 여기에서 나오는 빛이 무량세계를 비춘다고 한다.
* 연주문 : 작은 구슬을 꿰맨 듯 연결시켜 만든 문양.
마애불을 지나면 제법 가파른 등로가 잠시 이어진다.
계단 끝 우측에 정상석이 있다.
석기봉(1,200m).
민주지산 동남 쪽 3km 지점에 암석이 옹기종기 쌓여 마치 송곳니처럼 솟은 봉우리가 '기이(奇異)한 돌로 된 봉우리'라는 뜻의 석기봉이지만, 마치 쌀겨처럼 생겼다하여 쌀겨봉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석기봉 정상 뒤로 로프가 매여 있어 그곳으로 그냥 바로 내려가면 손쉽게 삼도봉 방향으로 갈 수 있는데 엉뚱하게도 착각하여 왔던 길로 되돌아 내려가서 올라가는 바람에 헛고생을 한 셈이 되었다.
좌측 삼도봉에서 백수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
대간 종주 시절 생각이 새록새록 떠올라 그리움을 금할 수가 없지만 다시 할 수 있을까!
좌측 뒤로 멀리 보이는 지리산 주능선을 당겨보고...
삼도봉에서 석교산, 푯대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이 장쾌하다.
박석산과 대덕산, 그리고 우측 멀리 덕유산.
무주 방향.
덕유산을 당겨 보니 스키 슬로프가 제법 확연히 보이고...
한동안 쉴 겸 조망을 즐기고 하산길에 들어선다.
원래는 삼도봉까지 가려고 했으나 갑자기 일이 생겨 석기봉에서 내려선 삼거리에서 바로 물한계곡으로 하산키로 한다.
가파르게 내려섰다가 가파르게 올라 온 능선 삼거리.
바로 위가 석기봉이다.
능선삼거리 지척에 있다.
이곳으로 바로 내려왔으면 될 걸 공연히 빙 돌아오게 되었다.
멀리 일렬로 늘어선 지리산 주능선이 제법 뚜렷하게 보인다.
계단을 내려서면 물한계곡 갈림길.
물한계곡으로 한동안 가파르게 내려간다.
삼도봉을 거쳐 삼마골재에서 내려오는 길과 합류 한다.
여기서부터는 편안한 등로가 기다린다. 잠시 후 아이젠을 벗고...
멋진 전나무 숲길도 지나고.
꽁꽁 얼어붙은 얼음 위로 계곡을 건너,
목교가 나오는데 그냥 옆으로 지나가도 되지만 한 번 건너가보기로 했다.
올라올 때 본 그 목교는 아니고, 조금 내려가면 다시 다른 목교가 나오는데 모양은 거의 흡사하다.
오전에 올라갔던 목교 앞 삼거리다.
계곡에 달린 출렁다리를 건너 황룡사로 들어선다.
황룡사 일주문.
다리 위에 멋진 황룡이 그려져 있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며 산행을 끝낸다.
도상거리 13.5km, 5시간 소요.
포근한 데다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던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었던 하루였다.
아주 맑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막힘없는 시야와 제법 뚜렷한 조망 덕에 가슴이 탁 트이는 상쾌함과 더불어 멋진 설경을 즐길수 있었으니 이야말로 겨울산행의 맛이 아니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