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의 '사설 탐정'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언론의 화려한 수사학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볼 텐데요. 오늘 의뢰받은 사건은 바로 조선일보의 [사설] 집값 잡으려다 세입자부터 잡게 생긴 세제 개편입니다.
기사를 쓱 읽어보면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 언론이 이렇게 집 없는 세입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노력하는구나' 하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왜 다주택자와 초고가 주택 소유자들의 세금을 올린다는데, 언론이 세입자를 걱정하며 밤잠을 설칠까요?
자, 돋보기를 들고 이 기사의 이면을 하나하나 뜯어보겠습니다.
1. 현상과 본질: 세입자 걱정일까요, '건물주 님' 걱정일까요?
먼저 기사가 말하는 껍데기(Fact)와 실제로 유도하려는 프레임(Intent)을 분리해 봅시다.
이 사설이 겉으로 내세우는 현상(Fact)은 이렇습니다. "정부가 실거주 중심으로 세제를 개편해서 초고가·비거주 주택에 세금을 매기니,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내쫓고 월세를 올려 세입자가 고통받는다."
하지만 합리적으로 추론해 보자면, 이 기사의 진짜 본질(Intent)은 전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다주택자와 부동산 투기 세력에게 매기는 세금을 깎아줘라"입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경찰이 동네 폭력배들을 소탕하겠다고 나섰는데, 옆에서 누군가 "경찰이 수사하면 폭력배들이 화가 나서 힘없는 상인들을 더 괴롭힐 테니, 제발 수사 좀 하지 마라!"라고 외치는 꼴이거든요. 기득권의 세금 부담을 방어하기 위해 가장 약자인 '세입자'를 인간 방패로 세워놓은 아주 교묘한 프레임입니다.
2. 논리적 허점 타격: 억지와 비약의 대잔치
기사 속 논리의 구멍들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집값이 좀 내린다고 무주택자가 집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사설에서는 세제 압박으로 매물이 나와 집값이 안정되더라도, 고금리·고물가에 시달리는 세입자는 집을 못 산다고 단언합니다. 이건 정말 궤변 중의 궤변 아닙니까?
집값이 떨어져도 당장 집을 못 사는 분들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차피 못 살 테니 투기꾼들이 집을 수십 채씩 쥐고 가격을 맘대로 올리게 내버려 두자"는 게 말이 될까요? 집값이 정상화되어야 장기적으로 청년들과 무주택자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이라도 꿀 수 있는 겁니다. 질병을 치료하는 약을 먹는다고 하루아침에 철인 3종 경기를 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약을 끊으라는 건 의사가 할 소리가 아니죠.
둘째, "위장전입 등 편법이 우려되니 정책은 실패다?"
10년 거주 요건을 피하려고 집주인들이 형식적인 주민등록 공동 등록을 하거나 전입신고를 미뤄달라고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습니다.
물론 현장에서 이런 꼼수가 나올 수 있겠죠. 그런데 편법과 범법 행위가 우려된다면, 정부를 향해 "불법 행위 단속을 철저히 하고 세입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라!"고 주문하는 것이 언론의 정상적인 기능입니다. 도둑이 담을 넘을까 걱정되면 담에 철조망을 치고 CCTV를 달자고 해야지, "도둑이 다칠 수 있으니 아예 담장을 허물자"고 주장하는 게 언론의 역할일까요?
3. 역사/사회적 맥락: 반복되는 '약자 팔이' 프레임
우리는 여기서 반드시 맥락을 봐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상위 1%의 부동산 기득권을 향해 세금 고지서가 날아갈 때마다, 보수 언론은 항상 똑같은 패턴을 보였습니다. 종부세를 도입할 때는 "은퇴한 불쌍한 강남 1주택 노인"을 데려왔고, 임대차 3법이 논의될 때는 "전세가 사라져 고통받는 신혼부부"를 방패로 삼았죠.
이번 2026년 세제 개편안 비판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초고가·비거주 주택'에 대한 세금 인상이라는 명확한 타깃을 쏙 가려둔 채, 정책의 부작용만을 극대화하여 묘사합니다. 이는 조세 정의를 실현하려는 국가의 정당한 정책을 '세입자를 괴롭히는 악법'으로 둔갑시켜, 결국 자산가들의 세금 저항을 정당화하려는 여론전입니다.
사설 탐정의 결론
시민 여러분, 언론이 갑자기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서민과 세입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나설 때는 그들의 진짜 목적지가 어디인지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이 사설은 세입자를 걱정하는 척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집주인들 세금 올리지 마라"는 기득권의 민원 수리서에 불과합니다. 진짜 세입자를 위한다면, 투기 수요를 근절하여 깡통전세의 위험을 줄이고,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며, 악덕 임대인의 갑질을 막을 제도를 촉구하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언론의 화려한 프레임에 속지 않고 그 이면의 '진짜 의도'를 꿰뚫어 보는 힘, 그것이 바로 우리 언론소비자들이 가져야 할 가장 날카로운 무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