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즌 전국대학야구 추계리그전이 끝난 직후, 한양대학교 야구부의 김한근감독과 환담을 나누던 중,
그의 야구철학과 선수선발에 관한 지론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지론에 따르면, 결국 야구의 재능을 받쳐주는 가장 근본적인 기능은 바로 신체의 "힘(Power)"이라는 것이었다.
투수가 던지는 강속구의 비결도, 타자가 휘두르는 배트의 스피드도, 그리고 주루의 스피드 또한 모두 선수 개인이
가지고 있는 "힘"에서 결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김한근감독은 그러한 자신의 지론을 얘기하면서, 당대 불세출의 교타자였던 고 장효조(전 삼성2군 감독)의 예를
들어 설명을 해주었다. 상원고(구 대구상고)-한양대-삼성라이언즈의 진로를 함께 거쳐오며 가장 지근 거리에서
장효조를 지켜봐 왔던 김한근감독은 자신이 접해 본 선수중 가장 힘(Power)이 뛰어났던 선수로 장효조를
손꼽으며 그의 빠른 배트스피드가 바로 그 힘에서 부터 비롯되었다 하면서 힘에 관한 여러가지 일화를 들려주었고,
아직까지도 장효조의 그 빨랐던 배트스피드를 능가하는 선수를 본 적이 없다고 하였다.
기실, 유소년이나 성장기에 있는 고등학교 선수등의 청소년 선수들중의 유망주들을 취재하면서,
필자가 가지게 되는 가장 큰 고민거리가 바로 성장기 선수들의 "힘"에 관한 것이었다.
유소년기와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선수들은 신체적으로 급격히 성장하는데, 성장이라는 것이 모든 선수들의
개개인 마다 그 기간과 성장속도, 그리고 성장의 정도가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선수는 타고난 센스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신체적 성장이 더디기에 힘이 받쳐주지 못해서
두각을 못나타내는 선수도 있고, 어떤 선수는 그 팀의 주축으로 빼어난 성적을 나타냄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분석으로는 성장기에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힘으로만 야구를 할 뿐이지 그렇게 타고난 재질이
뚜렷히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십여년 전, 현재 서울 배명고의 수석코치로 재직중인 이석구(서울고-건국대-LG트윈스, 전 강남중 감독)코치는
선수들의 신체적 성장이 끝나는 고등학교 2학년~3학년 무렵이면, 모든 선수들의 기량이 거의 평준화 된다고 하며,
그 때 선수들의 우열을 가릴 수 있는 요소는 그 중에서도 차별화된 힘을 뚜렷하게 갖추고 있는 선수이거나,
아니면 야구에 대한 깊은 이해력에서 나오는 감각(센스)을 갖춘 선수들이라고 평한 바 있었다.
때문에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선수로 뛰고 있는 모든 야구선수들은 현재의 자신에 대한 평가 유무와 상관없이
힘과 기량을 늘리는데 최선을 다 해 주기를 하는 바램이 유망주들을 취재할 때 마다 항상 동반되는 필자의 심정이겠다.
지난 주에 끝난 2016년 고교야구 주말리그 전반기 리그전을 거치며, 각 프로야구단의 스카우터들과 협회의 기술위원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공의 위력을 지켜 본 심판들을 대상으로, 현재 서울지역 고등학교 3학년 투수들은
제외한 채, 1학년과 2학년의 투수들 중에 위 관계자들의 눈길을 잡았던 선수들을 대상으로 정리하여 보았다.
경기고등학교에서는 박신지(2학년, 185cm/70kg, 우투우타, 영동중)와 최하늘(2학년, 190cm/92kg, 우투우타, 자양중)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두 선수 모두 기본적인 140키로를 전후한 스피드와 좋은 신체 조건을 갖추었고,
제구력에서는 라직 숙제를 안고 있지만, 내년 시즌 팀의 주축으로 많은 기대를 낳게 하였다.
(경기고 박신지)
(경기고 최하늘)
덕수고등학교에서는 작년 2015년 서울지역 고등학교 추계리그전에서 만 15세의 어린 나이로 구속 146키로의
공을 뿌리며 스카우터들을 놀라게 했던 양창섭(2학년, 180cm/74kg, 우투우타, 청량중)이 단연 돋보인다.
리틀시절 부터 시작하여 청량중과 덕수고를 거치며 동연령대에서는 항상 넘버원으로 평가받던 선수로 고1이었던
작년에는 등판의 기회가 거의 없었으나, 올 시즌 부터 덕수고의 정윤진감독은 주요 경기에 선발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아직은 작년 가을의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나, 날씨가 더워지면 특유의 칼끝같은 강속구가 나오리라
기대하고 있다.
(덕수고 양창섭)
서울고등학교에는 1학년 신입생중, 좌교훈 우현일로 불리는 이교훈(1학년, 175cm/73kg, 좌투좌타, 청원중)과
최현일(1학년, 185cm/77kg, 우투우타, 대치중), 그리고 고척 돔구장 최초홈런의 주인공으로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강백호(2학년, 181cm/90kg, 우투좌타, 이수중)등이 있다. 아직 공식대회 등판기록이 없는 김교훈은 그러나
청원중 시절 부터 탑랭크의 좌완투수로써, 그리고 호타준족의 야수로 빼어난 실력을 보여주었으며, 지난 서울고의
동계훈련 기간에서도 자신의 탁월함을 유정민 감독과 관계자들에게 확실히 보여주며 신뢰를 얻었다 한다.
전반기 리그중 충격의 0대1 패를 당했던 서울디자인고와의 경기에서 8회에 등판해 140키로의 구속과 날카로운
제구력을 보여주었던 최현일은, 올 해 1학년 사실 하나만으로 당시 현장에 있던 스카우터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었다.
팀의 주전 포수와 1루수를 맡아 보지만, 필요시에는 마운드에도 올라 최고 149키로의 구속까지 보여주는 강백호는
올 시즌 부터 서울고의 가장 큰 주축으로, 빼어난 타격과 동시에 장타력과 타점능력을 함께 갖춘 만능의 선수로
장래를 기대케한다.
(서울고 강백호)
(서울고 최현일)
성남고등학교에는 작년도 1학년 투수로 성남고의 청룡기 준우승 주역이 되었던 하준영(2학년, 180cm/72kg,
좌투좌타, 성남중)이 있다. 좌완의 투수로 제구력이 빼어나고 어릴 때 부터 큰 시합을 많이 경험하여 경기운영과
멘탈이 좋다. 상대적으로 힘과 피지컬의 보완이 필요하지만 올 시즌도 변함없이 성남고의 에이스로 마운드를 지킨다.
(성남고 하준영)
장충고등학교에는 성동현(2학년, 190cm/99kg, 우투우타, 홍은중)과 최건(2학년, 182cm/82kg, 우투우타,
대치중)이 눈길을 끈다. 장충고 소속의 거의 모든 투수가 140키로를 웃도는 강속구를 던지고 있지만, 저학년
투수들중에 이 두명이 스카우터들과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게 하였다. 장충고의 송민수감독은 또한 명투수의
조련사이고,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손길을 거쳐간 투수는 한결같이 무서운 강속구를 던지는
대형투수로 성장한다는 공통점들이 있다.
휘문고등학교에는 덕수중 시절 부터 강속구로 유명했던 김대한(1학년, 185cm/78kg, 우투우타, 덕수중)이 있다.
올 시즌 작년 덕수고의 양창섭 처럼 만 15세의 나이로 147키로의 구속을 선보여 주위의 스카우터들을 또한
놀라게 했다. 서울고의 1년생 김교훈, 최현일과 함께 장래의 큰 기대를 보여주는 선수이며 이들의 경쟁이
앞으로의 흥미로 나타날 것이다.
청원고등학교에는 조금 특이한 투수가 있다. 조성훈(2학년, 183cm/70kg, 우투우타, 건대부중)이 그 주인공인데,
최근까지 투수가 아닌 내야수를 맡아 보는 선수였다. 동계훈련을 거치며 투수훈련을 받은 후, 전반기 리그 부터
몇이닝씩 마운드에 올라 투구를 선보였지만 처음에는 그리 빠른 구속을 보여주지는 못했었다.
그러나 이닝을 거듭할수록 빠르게 구속이 올라가는 모습과 함께 날카로운 제구력과 볼끝을 보여주며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와인드업과 셋포지션 상태에서의 투구폼이 다르고, 직구와 변화구의
투구시의 모습도 다르는등, 투수로써 기본기가 향상되야 할 점이 많지만, 투구 자체가 스카우터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매력적인 투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피지컬이 좋아질수록 더 좋은 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낳게한다.
(청원고 조성훈)
우리나라 고등학교 야구계에는 2013년 시즌 전국적으로 분포된 약 사십여명의 투수가 140키로를 넘는 구속을
보야주었던 특이한 시즌이 있었으나, 그 이전과 그 이후 몇년 동안, 강속구의 투수는 흔하게 발견되지를 못했었다.
대개의 고교야구 투수들이 140키로의 구속을 꼭 이루어야 하는 목표로 인식하고 있지만, 여러 프로야구단 소속
스카우터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사실 140키로의 구속은 프로야구단에서 그렇게 흥미를 갖는 구속은 아니다.
현재 프로야구선수들의 일반적인 배트스피드는 평균 구속 143키로의 직구를 장확히 맞출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정교화 되어 있고, 그러한 배트스피드를 극복하고 이기기 위하여는 더 빠른 직구의 구속과 정교한 제구력이
필요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작년 2015년 시즌의 추계리그에서 단지 140키로를 넘는 빠른 직구만을 가졌던
서울디자인고의 소이현이 겨울 동계훈련후 빠른 슬라이더와 우타자 몸쪽으로 떨어지는 커브성 변화구를 장착한 후,
서울지역 탑클래스의 투수로 거듭 난 사실을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유망주 선수들 모두의 건투를 빈다.
* 최종수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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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2 <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