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苦悲)와 성장
임 우 희
올 더위도 기록경신할 모양이다. 이런 날엔 아침부터 시간을 챙긴다. 사는 것이 늘 비슷하지만 다르다. 더울수록 아침 시간을 당긴다. 반대로 해본다. 물도 따뜻하게 마시고, 주스도 씹어 먹는다. 자전거도 식전에 타본다. 30분이 넘으면 온몸에 수분 반출을 빠르게 한다. 마지막 5분은 페달 속도를 올린다. 허리와 다리가 당기는 듯하고 옷이 흥건히 적셔지면 된다. 그리고는 훌라후프로 5분 정도 마무리하고 샤워를 하면 더위가 오히려 고마움이 된다. 그러면 아침 준비가 일이 아니고 놀이가 되기도 한다. 특별한 것은 없어도 매일 좀 다르다. 커피 한 잔까지 마시면 아침 행사는 끝나고 하루가 연속적으로 간다.
정리를 간단히 하고 작은 배낭에 물병 하나 들고 산으로 향한다. 앞산 입구에서 슬리퍼를 벗어 배낭에 넣고 솔숲으로 들어선다. 비 온 후 산은 소나무 향과 흙과 풀의 자연 향이 기분 좋게 코끝을 스친다. 오늘은 시간을 좀 넉넉하게 나에게 선물하고 싶어 정상으로 목표를 정해본다. 청소년수련원에서 시작해서 안일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길은 가파르나 좀 더 숲이 아름답고 거대한 통일돌탑도 있다. 돌계단이 많아 더위와 맞싸우기엔 무리가 올까 살짝 염려는 되었지만 그대로 오르기로 했다. 살다가 보면 쉽게 풀리다가도 항상 고비가 있다. 요 지점만 오르면 평평하고 대구 시내 전체를 내려다보면 솔바람과 탁 트인 정경을 상상하면서 오른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사과 반쪽만 먹는다. 정상을 상상하면서 발을 내디딘다. 훨씬 가볍게 갈 수 있다.
뉴스에선 코로나 확진자 증가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2.5로 격상시키고 있다. 또 태풍 영향권에 드니 강한 바람과 집중호우를 예상한다는 안전안내문 자가 하루에도 여러 번 날아든다. 태풍 바비, 마이삭도 지나가고, 또 하이선이 온다고 한다. 이번엔 바다의 신의 이름이라고 하니 제발 좀 무사히 지나가를 빌어본다. 벌써 8개월째 코로나와 전쟁 중이다. 이젠 우리가 익숙해져
가고 있다. 우리 인간들이 대책을 세운다고 백신 개발 등에 세계가 난리이지만, 세균은 더 빨리 변종이 계속해서 나온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균에게 세계 인간들이 벌벌 떨고 있다. 나도 떨고 있다. 아이들과 손자를 걱정했더니, 제일 위험군은 엄마, 아빠라면서 저들이 더 걱정한다. 우리가 위험군인 걸 나만 인식하지 못했다. 주변에 아무도 아픔을 겪지 않을 때 외로움 속에서도 작은 습관부터 바꾸어 나갔을 뿐인데 점점 제자리로 돌아왔다. 우리 앞에는 항상 기쁨과 슬픔, 시련과 극복, 과제와 도전, 고난과 고비가 있다. 어차피 앞에 이미 창궐한 일이면 그 어떤 권력도 비껴갈 수 없다. 모든 일은 아주 작게 쪼갤수록 간단해진다. 그리고 할 수 있다. 견디고, 버티고, 도전을 멈추지만 않으면 할 수 있다.
연일 35도 38도를 넘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에어컨이 반란을 일으킨다. 수리 센터에 연락해도 20일이 넘어야 올 수 있다고 한다. 일반 기술자를 동원해 봐도 깜깜하다. 요즘같은 시대에 그것도 초일류기업이라는 LG 서비스 r가 하는 답변이다. 이성으로 감정이 조절할 수 없다. 머리가 당기고 가슴이 답답하다. 남편은 얼음물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시원하지가 않다 그저 속만 탈 뿐이다. 집에 선풍기를 가져가고 얼음 넣어서 쓰는 얼음물 냉풍기도 돌리고, 공기청정기도 좀 더 높인다. 출입문은 열어둔다. 도로에 소음이 너무 심하다. 바로 옆에 소방서가 있어서 더 시끄럽다. 이동식 에어컨이 있어서 임시방편으로 사기 위해 갔지만, 공기구멍을 뚫어야 한다.
실내장식 구조상 안되는 일이다. 또 다른 전문가를 불렀다. 이번엔 점검 결과 실외기와 실내가 간의 호환되는 부품이 고장이란 것을 알아냈다. 그런데 최신형이라 부품이 회사에 밖에 없다는 것이다. 꼼짝없이 본사 출장을 기다릴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 다시 인터넷으로 출장 접수를 하면서 고장 난 부품과 제품명을 넣으니 6일 정도 빠르다. 그러면서 오후 6시가 되었다. 참 신기하게도 적응이 좀 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컴퓨터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마음이 조금씩 안정이 된다. 태도가 바뀌어 습관처럼 문자와 놀고 있다. 평소엔 온종일 에어컨 바람 때문에 저녁엔 머리가 아프다고 했었는데, 에어컨이 멈추니 머리에 쥐가 난다.
산길을 내려오는데 ‘엥’소리가귀에 거슬린다. 어느새 모기 한 놈이 팔꿈치에 흠을 내면서 알려주고 갔다. 괘씸한 놈 잡히기만 하면 살려두기는 어렵다. 그런데 무슨 수로 그놈을 찾는다는 말인가.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도 모기란 놈은 알리기라도 하지, 코로나는 보이지도 소리도 없다. 세계의 건장하거나, 유명하거나, 고관대작이라도그놈을 잡기는 쉽지 않다. 결국 살아간다는 것은 경험하고 견디고 해법을 찾는 과정의 연속이다. 아무리 큰일도 단순화시키고꼼꼼해야해결이 된다. 지난밤엔오랜만에 푹 잤다. 에어컨을 틀지 못하니 몸은 더 가볍고 머리가 맑다. 힘든 숙제를 다 마쳤을 때처럼 가벼운 마음이다.
첫댓글 오랜만에 올리신 글이라 더 반가웠습니다.
제가 전공자가 아니라 틀렸는지 모르지만 비문이 많이 보입니다. 퇴고하실 때 한문장 한문장 꼼꼼하게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우희쌤 삶이 그대로 보이는 듯 합니다. 제가 말씀드릴 처지는 안 되지만 몇가지 나름대로 제 생각을 드립니다. 제목이 관념적인 한자어라 딱딱한 느낌이 듭니다. 각 문단에서 너무 많이 말을 하고 있네요. 조금 솎아내면 더 깔끔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을 너무 말하듯이 쓰지 마시고 생략과 함축이 있으면 더 좋은 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한 문단에 한 문장쯤은 문학적인 은유가 들어가면 어떨까도 생각됩니다. 즉 퇴고를 많이 하시면 더 멋진 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
고맙습니다.
퇴고를 세심하게 해볼게요.
실력에 한계를 많이 느낍니다.
돌봐주세요.^^
임선생님의 글을 읽다 보니
함께 걷게 되었습니다 상쾌합니다
부지런하게 사시는 모습이 눈 앞에 선합니다
저는 왕게으름인데 배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