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일요일은 밭에 가는 날이다.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 흐리고 한때 비가 온다고 하여 우장을 준비해 자전거타고 가기로 하였다 새벽 갓밝기에 일어나 아침 식사준비를 해서 6시5분에 집을 나섰다. 하늘은 잿빛구름으로 가득하였다. 부평구청사거리를 지나 부평구청역을 끼고 사근공원으로 들어서면 울창한 수목이 반긴다. 여름철에는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청량한 공기가 온 몸에 스며든다. 굴포천 자전거길로 진입하기 전 굴포천에 나무덱으로 조성한 부평굴포누리 아이뜨락이 있다. 이곳은 수없이 왕래하였지만 눈길 한번 주지않고 무심코 지나쳐 버린 곳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비교적 좁은 공간에 나무덱으로 아기자기하게 산책로를 조성하였다.. 분수대도 있고 버드나무 세 그루가 운치를 더해준다. 그리고 맹꽁이 서식지이기도 하다. 아이들하고 자연학습체험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장재로 횡단보도를 건너면 굴포천 자전거길이 시작된다. 부평역사박물관 근처에 옛 철로와 건널목이 있다. 지나갈 때마다 왜 이곳에 철길이 있는지 궁금하였다. 확인해 보니 옛 김포선이었다. 김포선 철도는 지금의 부천역( 당시 소사역)과 김포공항 사이를 운행했던 철길로 한국에 주둔한 미군에 의해 건설된 군용철도로 1951년부터 1980년까지 운행했다.
주로 미국에서 김포공항으로 파견되는 일부 군인들과 군수물자를 운송했다. 지금의 김포공항 자리는 1939년 일제강점기시대 세워진 일본군의 군용활주로 였고 광복 후에 미군이 주둔했다. 김포공항을 중심으로 캠프머서, 캠프아일라., 캠프리치먼드의 3개 군부대가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낚시질하는 강태공들이 눈에 띄였다. 아라등대공원까지 쉼없이 줄곧 달렸다. 아라등대공원은 아라뱃길 주운수로와 굴포천이 만나는 곳이다. 이곳에서 김포비행장으로 착륙하는 비행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안개가 자욱하여 시야가 제한되었다.
아라파크웨이마당에는 원형으로 만든 쉼터 등이 있다. 그리고 소형 푸드트럭이 3개가 있다. 토스트, 핫도그, 컵라면, 커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왕래하는 바이커들이 간단하게 식사하기 좋은 곳이다. 아라한강갑문은 조망터이자 쉼터로 바이커들이 항상 쉬었다 가는 곳이다. 그러나 오늘은 한산한 편이었다. 행주대교를 지나 창릉천으로 들어서는데 창릉천 교량이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한 꼴이었다. 교량 철제 난간 일부가 폭우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등 각종 쓰레기들이 철제 난간에 뒤엉켜있었다. 고양시 생태하천과에서 시설복구작업 완료시 까지 임시 폐쇄한다'는
글귀가 무색할 정도로 바이커들이 아랑곳하지 않은 채 쉴새없이 넘나들었다. 그 중에 나도 한 사람이었다. 행주산성 쉼터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창릉천자전거길로 접어들었다. 덤부렁듬쑥한 창릉천이 온데간데 없이 각종 쓰레기들로 넘쳐났으며 쓰레기 더미들이 마치 배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물이 한강으로 빠지지 않고 역류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수마가 할퀴고 간 상흔들이 곳곳에 널려있었다. 강매세월교에 이르기 전에 창릉천자전거길이 물속에 잠겨있었다. 반대편에서 온 바이커가 무릎까지 차오르는 물속을 헤치며 약 200m를 건너왔다고 하였다.
할수없이 왔던 길로 뒤짚어 나갔다. 월드컵공원역을 향해 한강자전거북길로 들어섰다. 고양대덕생태공원의 나무덱 진입로 곳곳에 붉은 테이프로 차단하였다. 말똥게다리, 물망초 둥지포토존, 물망초다리 등이다. 말똥게는 어릴적 많이 본 친숙한 바다생물이다. 말똥게란 이름은 강하구 풀밭까지 올라와 가축의 똥을 먹어 붙여진 명칭이다. 주로 강하구의 갈대밭이나 버드나무숲에 서식하며 펄에 구멍을 내고 산다. 가양대교 쉼터에서 잠시 한 숨 돌리고 페달링을 재촉하였다. 난지한강공원에 이르자 일렬로 세운 푸른 텐트에서 젊은 여성분들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홍제천에서 불광천으로 들어서서 월드컵공원역으로 진입하고 6호선 전철을 타고 불광역으로 향했다. 이때가 오전 9시20분 경이었다. 불광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고 원흥역에 하차하여 자전거길을 따라 대추나무밭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대추나무밭까지는 약 2,5km이다. 대추나무밭은 진초록색으로 물들고 있었으며, 대추는 알알이 영글어가고 있었다. 우선 잡초부터 뽑고나서 가지와 고추 그리고 약간의 고구마줄기를 땄다. 고구마는 밤고구마, 호박고구마, 꿀고구마(베니하루카) 등이 있다. 내가 심은 고구마는 베니하루카이다.
베니하루카는 밤고구마와 호박고구마의 중간 형태이다. 당도가 아주 높아서 꿀고구마란 명칭으로 불린다. 고구마는 알카리성 식품으로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식이섬유, 미네랄, 비타민 등 골고루 들어있다. 우선 칼륨 함량이 높다. 칼륨은 붓기나 노폐물 제거에 탁월한 영양소이다. 고구마에는 베타카로틴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베타카로틴은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성분으로 잘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세포노화를 막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다. 고구마의 식물성 섬유는 변비에도 도움을 준다. 또 고구마의 아마이드 성분은 장내 세균의 발효를 돕기 때문에 가스방출이 많아지게 된다.
고구마잎에는 각종 비타민과 철, 칼슘과 같은 무기성분 외에 클로로젠닉산이라는 항산화 성분도 많다. 잎을 쪄서 먹거나 살짝 데쳐서 말렸다가 물에 불려 볶아 먹으면 좋다. 나는 고구마를 무척 좋아한다. 한겨울에 식사대용으로 고구마를 주로 섭취한다. 약 1시간동안 밭일하고 운동화와 손을 깨끗이 씻은 다음 행신역으로 향했다. 서정마을로 진입하여 서정고등학교, 가라뫼사거리를 지나 행신사거리에서 좌회전하고 곧장 가면 행신역에 도착한다. 오전 11시20분경에 마침표를 찍고 경의중앙선과 인천공항철도, 인천지하철 1호선, 7호선을 번갈아 타고 집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2시45분경 이었다.
오늘 운동량은 대략 50km 정도 거리였다. 이번 라이딩은 집에서 밭까지 갔다가 원점회귀하는 코스로 잡았는데 창릉천자전거길이 물속에 잠겨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여름 날씨 치고는 운동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오전 10시 이후부터는 안개가 걷히고 햇빛이 났지만 찌는듯한 더운 날씨는 아니었다. 자전거여행하다 보면 무심코 지나칠 경우가 다반사다. 홀로 여행하면 그동안 자세히 보지못했던 곳들을 흠람하면서 여유롭게 페달링할 수 있다.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을 잠시 벗어나 자연과 벗삼으면 스트레스해소도 되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래서 주말만 되면 기다려진다. 산다는 것은 기다림과 여행하는 것이다. 노년에 자전거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다. 자전거여행은 건강뿐만 아니라 견문을 넓히고 정서함양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자전거타기는 격한 운동 중 하나다. 격열한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이 가볍고 머리도 맑아진다. 100세를 눈 앞에 둔 경찰 공무원 출신인 이모(97세)씨는 시속 30-40km로 달리는 수준급이다.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 한강 싸이클 클럽회원들과 40-50km를 달리고 있다. 내가 만약 97세까지 탈 수 있다면 축복받은 사람이다.
부평굴포누리아이뜨락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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