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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7.16. 수
여름방학 첫날
8시에 출근하다 길에서 다리를 삐걱했다. 잘 걸을 수 없다. 지하철까지 겨우 겨우 걸어내려 갔다. 학교까지 걸어가는데 겨우 걸었다. 정보부장 정왕기선생이 냉면을 산다기에 교장, 교무, 전산보조선생이랑 배박사 냉면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광제한의원 앞에 내려달라고 했다. 1시 20분! 아직 점심시간이란다. 2시에 의사선생님이 오셨는데
삔 첫날은 찬 시프, 둘째날은 따뜻한 시프를 하여야 한단다. 그리고 첫날은 의혈이 아직 안 모여 있어 둘째날 빼야하는데 내가 둘째날은 출장 간다고 못 온다고 하자 의혈을 조금 빼주었다. 저녁에 아플 거라고 하는데 밤새 자고 나니 훨씬 좋아졌다.
속성 알아맞히기
비가 내리면 울 때도 있다. 한 쌍으로 이루어져 있다. 많은 노동을 한다. 동물에게 있다. 노동을 할 때는 남자들이 주로 많이 사용한다. 비교적 끝이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 단단하다. 가끔 무덤을 파면 나오기도 한다. 연체동물에게는 없다. 살이 감싸고 있다. 중국 사람들은 이 부위에 새를 올려놓고 거리를 거닐 때도 있다. 목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어깨뼈)
반투명체다. 얇다. 구기면 나지막이 빗소리를 발한다. 얇고 가볍다. 붓글씨를 쓸 때 사용한다.(미농지)
사람에게만 있는 하얀 길이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다. 주변에 숲이 무성하다. 이따금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도 한다. 없는 사람도 있다.(가르마)
속성 바꾸기
-큰 것을 작게-
우주-인간이 알고 있는 우주, 소인배기 바라보는 우주, 소인배가 졸보기로 들여다 본 우주
바다-조그만 지도책 속에 그려져 있는 바다. 영화촬영을 위해 만든 미니어처 바다. 물이 말라버린 바다. 장난감 지구본에 그려져 있는 바다.
소리의 강도를 바꾸어 보자:청각
-큰 소리를 작은 소리로-
천둥- 귀를 막는다. 방음장치를 한다. 녹음을 해서 볼륨을 낮춘다. 사랑에 몰두했을 때, 해비메탈 음악에 섞여 들리는 천둥소리, 방음장치가 된 실내에서 듣는 천둥소리, 영영실조 걸린 천둥소리
-작은 소리를 큰 소리로-
모기소리-마이크 앞에서 날아다니는 모기소리, ,불면증 환자가 잠들기 직전에 귓전을 날아다니는 모기소리, 모기약을 흡입하고 죽기 직전에 발광하는 모기소리, 늪지대에서 일제히 날아오르는 모기떼의 아우성.
속삭임-딱정벌레의 청각기관을 관통하는 고릴라의 속삭임, 성난 사람의 속삭임, 다혈질인 남자가 전철이 지나갈 때 청력이 약한 애인에게 전달하는 속삭임.
냄새를 바꾸어 보자
-좋은 냄새를 나쁜 냄새로-
향수냄새-밀폐된 공간에서 진동하는 싸구려 향수냄새, 천박한 놈이 전신에 뿌리고 다니는 향수 냄새, 샘플 양주인 줄 알고 마셨느네 종일토록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르는 향수 냄새
풀냄새-폐수처리장 부근의 풀냄새, 한여름 되약볕 아래 완전군장으로 행군하면서 맡던 풀냄새, 씹었을 때의 풀냄새, 입덧이 심한 여자가 잡초덤불 속에서 오줌 누다가 맡는 풀냄새
-나쁜 냄새를 좋은 냄새로-
똥냄새-갓난아기의 똥냄새, 오랜 여행에서 돌아와 고향의 밭둑에서 맡는 똥냄새, 광신도가 느끼는 교주의 똥냄새
발고린내-국토순례를 돌아온 아들의 발고린대,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의 발고린내, 병적으로 자기애가 강한 인간이 맡아 보는 자기 발고린내
질감을 바꾸어 보자:촉각
-거친 촉감을 부드러운 감촉으로-
톱밥-정성들여 곱게 분쇄한 톱밥, 한겨울 톱밥난로 속에서 타고 있는 톱밥, 신혼의 베개 속에 들어 있는 톱밥, 자갈밭 위에 두텁게 갈아놓은 톱밥
속성으로 역할 분담하여 대화하기
-연필과 볼펜의 대화:칭찬하기-
연필이 볼펜에게
너는 한평생 칼질 당라할 일 없으니 마음 하나는 편하겠다. 죽을 때까지 같은 굵기로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니.대단해. 땅바닥에 아무리 세차게 내동댕이쳐도 심이 부러지지 않는 내공.
볼펜이 연필에게
저놈음 깎을 때마다 향기가 난단 말야.
실수를 했더라도 지울 수가 있으니 무슨 걱정이냐.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침을 흘리지 않는 비결이 뭐지.
설탕과 소금의 대화:비아냥거리기-소금이 설탕에게-
바다도 모르는 놈
애들 이빨이나 썩게 만드는 놈
비만과 당뇨의 앞잡이
-설탕이 소금에게-
우쒸, 너 개미 모아본 적 있어?
지금 그대 주변에 방치되어 있는 단어들을 무작위로 적어보라.초겨울, 창문, 바람소리, 골목, 외등, 새벽 눈시울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진실을 전달할 수 있다.
창문을 흔들고 지나가는
초겨울 바람소리
행여 그대가 아닐까
바깥을 내다보았습니다.
골목 저 멀리 외등 하나
눈시울이 젖은 채로
새벽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사안론(아름다움을 보는 네 가지 눈)
육안은 얼굴에 붙어 있는 눈이고
뇌안은 두뇌에 들어있는 눈이며
심안은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는 눈이고
영안은 영혼 속에 간직되어 있는 눈이다.
흥부의 마음, 놀부의 생각
흥부는 다리 부러진 제비에게 측은지심을 느껴 다리를 고쳐준다. 제비와 나를 동일시하는 정서 그것이 마음이다.
놀부는 성한 제비 다리 부러뜨린 다음 고쳐주고는 부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다른 것과 나를 분리해서 판단하는 정서. 그것이 생각이다.
깃발이 흔들리는가. 바람이 흔들리는가
깃발이 흔들리는 것이다.
아니다. 바람이 흔들리는 것이다.
스님들이 깃발이 흔들리느냐 바람이 흔늘리느냐는 명제를 두고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손승 혜능이 말했다.
깃발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요. 바람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다. 바로 그대들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다.
본성 접근하기
밥
너를 살리기 위해서 내가 죽는다.
버리지 말라. 농사꾼이 울지도 모른다.
말로는 밥이 보약이라면서 죽어라 술만 처마시는 이유가 뭐냐? 나를 먹을 자격이 없는 인간들어 있어.
발상의 전환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것들은 모두 공짜다.-
물, 공기, 햇빛, 지천에 널려 있다. 무한정이다. 인간은 돈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식조차 못하고 살 때가 많지만 이것들이 없어지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생명체들은 멸종해 버린다. 가장 가치 있는 것들이 공짜라니.
-없으면 생존에 불편을 초래하는 것들은 돈을 조금만 지불하면 된다.-
부식이나 주식, 또는 살림도구들은 그다지 비싼 가격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들이 없으면 생존이 불편해진다. 그것들을 구입하려면 약간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고맙게도 정부는 그것들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폭등하는 것을 정책적으로 방비해 준다.
-없어도 생명에 아무 지장이 없는 것들은 엄청나게 비싸다.-
명품, 보석, 골동품. 이것들은 없어도 생존이 불편하거나 생명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 인류사 이래로 보석이 없어서 떼죽음을 당하거나 명품이 없어서 질식사를 당한 사례는 아직
없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이 선호한다. 잠깐만 사용하고 아주 오랫동안 보관해 두는 특징이 있다. 때로는 사람보다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발상의 전환이 깨달음을 얻는다.
깨달음을 얻은 자는 공통적으로 아주 하찮은 것들에 눈물겨워한다. 깨달음을 얻고 나면 대개 시가 터져 나온다. 그런 시를 오도송(悟道頌)이라고 한다. 문학은 이렇게 위대하다. 대부분의 오도송은 자연을 이야기한다. 지천으로 공짜인 것에 대해 아주 크게 감동한다.
하찮은 것과 소중한 것
-코딱지-
외부의 먼지가 이물질이 콧속으로 들어가면 그것들이 몸속으로 깊이 침투하는 것을 방비하기 위해 점액질이 분비되고 그것들은 점액질에 싸여 콧속에서 굳어진다. 그래서 만들어지는 것이 코딱지다. 코딱지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우리는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먼지나 이물질, 또는 거기에 붙어 있는 세균들에 의해 잦은 호흡기 질환을 앓게 된다. 코딱지에게도 경배하라.
창조의 출발
남들과 똑같은 사고를 하게 되면 남들과 똑같은 글을 쓰게 된다. 그대가ㅑ 남들과 다른 글을 쓰고 싶다면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부터 가지도록 하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면 안되고 있는 것을 없애고 없는 것을 만들어보는 습관부터 가져라.
있을 법한데 없는 것들
혓바닥
무더운 여름에 혓바닥을 축 늘어드린 채 그대 앞에 천연덕스럽게 놓여 있는 수박, 수박이 혓바닥으로 그대 얼굴을 핥는다면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모든 과일들에게 혓바닥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과일들은 자신의 혓바닥으로 자신의 속살을 핥으면서 뭐라고 말할까.
감각 개발
(한 단어로 느낌 표현하기)
살모사, 외줄타기, 총구, 지뢰, 붉은색, 경고문, 총성, 유리조각,. 덫, 올가미, 함정, 이발, 면도날, 스파크. 앰블란스, 사이렌-위기감을 내포한 단어들
곷, 달, 촛불, 돌탑, 합장, 기도, 움,ㅡ 연등. 정화수, 겨울나무, 백자. 알,ㅡ 보름달,ㅡ 연하장, 솟대, 연-소망을 내포
만국기, 입학식, 벚꽃, 박수, 금메달, 팡파르, 꽃마차. 축전, 월계관, 합격증, 무죄선고, 승전보, 우승 컵, 챔피언-환희를 내포한 단어들
코알라, 한여름, 거지, 낮잠, 구렁이, 두꺼비, 민달팽이, 솜이불, 흔들의자, 팔베개, 아편, 아지랑이, 봄 햇살, 식곤증-나른함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
독촉장, 감옥, 잔소리, 혓바늘, 시험, 초읽기, 숫자들, 정치가. 변명, 연착, 성적표, 소음, 여드름, 심부름, 트집-짜증을 내포하는 단어
비가 내리면 육신만 적시지 말고 영혼까지 적셔라.
비에 관한 명상수첩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흐린 세월 속으로 시간이 매몰된다. 비가 내리면 불면증이 재발된다. 오래도록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던 이름일수록 종국에는 더욱 선명한 상처로 남게 된다. 비는 사람 속의 해묵은 일기장을 적신다. 일기장을 태워도 그리움가지 소각되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문장을 꾸미지 말라.
나는 사방에서 매미들이 주변의 나무들이 진저리를 칠 정도로 목청을 다해 발악적으로 시끄럽게 울어대는 맞은편에서 사람이 오면 비켜설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비좁은 오솔길을 혼자 쓸쓸히 걷고 있었다.
위 예문을 정치법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오솔길을 걷고 있었다. 혼자였다. 오솔길은 비좁아 보였다.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과 마주치면 비켜설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매미들이 시끄럽게 울어대고 있었다. 발악적이었다. 주변의 나무들이 진저리를 치고 있었다.
먼저 제시했던 예문보다 안정된 느낌을 준다. 단문으로 정리해서다.
하수와 고수하수의 눈으로는 절대 고수를 측량하지 못한다. 그러나 고수의 눈으로는 하수를 대번에 측량할 수 있다.
바둑의 고수들은 대국에서 이긴 다음 소감을 물으면 대부분 자기가 잘 우어서 이긴 것이 아니라 상대가 실수를 해서 이긴 것이라 한다. 입에 발린 겸손이 아니라 수많은 대국을 통해 얻어낸 진실이다. 그러나 하수들에게는 진실조차도 가식으로 보인다. 고수들을 속일 수는 없다. 고수들은 딱 보면 아는 눈을 가지고 있다.
허영-모든 허영 뒤에는 정신적 빈곤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정신적 빈곤을 겉치례로 위장하고 있다.
활자의 마술(구두점 하나, 쉼표 하나가 중요!)
아담한 선물봉지에서 이응 받침이 바지거나 작지만 강한군대에서 기역 받침이 빠졌다고 생각해보라. 특히 상대가 어린이들을 출판된 서적이라면 과언이 아니다.
일면 톱기사 자리에 박정희대통령을 견통령(犬統領)으로 점하나 더찍어서 냈다가 택시 수백 대를 동원해 회수하는 촌극으로 위기를 모면했다고 한다.
문학적 문장 만들기
여기 색종이 한 장이 있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찢어서 담배를 말아 피우고 어떤 사람은 그것을 잘 비벼서 코를 풀었다. 어떤 사람은 그것으로 바람개비를 만들어 아들에게 주었고, 어떤 사람은 그것으로 장미꽃을 접어 애인에게 주었다. 똑같은 종이 한 장이지만 사용자에 따라 용도와 가치는 달라진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단어라도 사용자에 따라 천박한 낙서로 전락하기도 하고 격조 높은 문학으로 승격되기도 한다.
'무너진다'라는 서술어가 있다. 탑이 무너진다. 빌딩이 무너진다. 축대가 무너진다. 하늘이 무너진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문장들이다,. 하지만 무너질 수 있는 것들을 무너지게 만드는 솜씨 정도로는 작가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 작가는 무너뜨릴 수 없는 것들조차도 무너뜨릴 수 있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도 무너뜨릴 수 있어야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무너뜨릴 수 있어야 한다. 작가는 그런 존재다. 절망도 무너뜨릴 수 있어야 하고 시간도 무너뜨릴 수 있어야 하고 사랑도 무너뜨릴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을 무너뜨리고 싶은가. 무너뜨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무너뜨려라.
'펄럭거린다'는 서술어가 있다. 작가는 어떤 것도 펄럭거리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초현실주의 화가 그림 속에서는 나른한 오후의 벽시계가 엿가락처럼 녹아내린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거대한 바위가 한가롭게 떠다니기도 한다. 비너스가 가슴에 서랍을 달고 복도를 서성거리기도 한다. 작가는 절대자다. 작가는 현실 속에서 펄럭거리지 못하는 것들을 펄럭거리게 만들 수 있는 존재다. 절망도 펄럭거리게 만들 수 있고 시간도 펄럭거리게 만들 수 있고 사랑도 펄럭거리게 만들 수 있는 존재다.
물질명사와 오감 서술어의 결합
녹는다.
먹구름이 녹는다
휴대폰이 녹는다
돼지가 녹는다
선풍기가 녹는다
책이 녹는다
마스카라가 녹는다
백열전구가 녹는다
할머니가 녹는다
비물질 명사와 오감 서술어의 결합
질펀하다.
고독이 질펀하다.
절망이 질펀하다.
믿음이 질펀하다.
공포가 질펀하다.
연민이 질펀하다.
주어에 적절하게 부합되는 서술어 찾아내기
도시라는 주어가 있다. 어떤 서술어가 떠오른는가.
복잡하다. 시끄럽다. 번잡하다. 혼탁하다. 활기차다.
이런 상투적 표현은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다.
습관성을 벗어난 서술어를 대입시켜보자.
단어에는 임자가 없지만 문장에는 임자가 있다. 그대가 먼저 만들어낸 문장은 그대가 임자다.
멀미를 앓는다.폭발한다.
질식한다
술렁거린다.
비틀거린다.
썩는다.
기지개를 켠다.
모짜르트는 교향곡을 음표 하나 수정하지 않고 하룻밤에 완성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신은 열등감을 느낀다는 말-그러나 천제는 결코 위대한 존재가 아니다. 하늘이 능력만 부여해 준다면 누군들 모자르트를 능가하지 못하랴. 굳이 부러워하겠다면 타고난 사람을 부러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을 부러워 하라.
무엇을 쓸 것인가
쓰고 싶은 글을 써라. 대부분 리포트, 독촉장, 공문서, 보고서 다위의 형식적인 글쓰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살아간다.
글은 충동과 의욕에 의해서 쓰여지는 것이다.
ㆍ어떤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ㆍ만약 디즈니가 생쥐를 거부감이나 혐오감으로만 대했다면 디즈니는 평생을 무명으로 지냈을 것이며 우리는 미키마우스를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대가 진실로 ㄴ마을 감동시킬 수 있는 글을 스고 싶다면 먼저 사물에 대한 거부감이나 혐오감부터 몰아내 버려라. 설사 길을 가다 개똥을 밟았더라고 개똥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라. 개똥은 다라가 없기 때문에 피하지 못했고 그대는 다리가 있는데도 피하지 못했다. 그대 마음 바깥에 존재하는 그 어떤 사람도 그대에 대한 거부감이나 혐오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대가 그것들에게 애정의 눈길을 주는 순간 그것들도 그대에게 애정의 눈길을 준다.
초보운전
계란이 타고 있습니다.
세 시간째 직진 중
삼대독자 운전 중 마루라는 임신 중
밥은 하고 나왔어오.
삼천리 금수강산 무엇이 급하리
이 글씨가 보이면 부딪칩니다.
운전은 초보 성질은 람보
선배님들 존경합니다.
화장실
조준 잘하면 명문대 합격
(고등학교 화장실 문구-고등학생에게는 이만한 설득력을 가진 문구도 없다.)
네 것은 권총이지 장총이 아니여. 바짝 다가서라 이놈아. 청소아줌마 백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역시 정조준을 권장하는 문구)
급훈
네 성적에 잠이 오냐
대학 가서 미팅할래 공장 가서 미싱할래
포기란 배추를 셀 때난 필요한 말이지
잠에 지면 그 자리에서 꿈이나 꾸게 되지만
잠에 이기면 머지않아 꿈을 이루게 된다.
한숨 자는 오늘, 한숨 쉬는 내일.
어떤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구상한다.
일단 구어체로 스케치한다.
스케치는 친한 친구에게 말하듯이 구어체로 거침없이 서내려 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가급적이면 정치법에 의거한 단문을 사용하자.
↓
가을이었어. 은행잎들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어. 이다금 서늘한 바람이 지나갔어. 그대마다 은행잎이 흩날렸어. 플라타너스 이파리들은 이미 져버린 상태였어. 노인들이 공원을 배회하고 있었어. 슬쓸해 보였지. 며칠간 날씨가 청명했어.
이 구어체를 문어체로 바꾸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가을이었다. 은행잎들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 다. 이다금 서늘한 바람이 지나갔다. 그대마다 은행잎이 흩날렸 다. 플라타너스 이파리들은 이미 져버린 상태였다. 노인들이 공원을 배회하고 있었다. 슬쓸해 보였다. 며칠간 날씨가 청명했다
세련된 문장 만들기
1. 삭제하기
2.절단하기
-태어나자마자 용인의 한 고아원에서 버려진 저는 그곳에서 고등학교까지를 마치는 동안 이렇게 세상만사에 무관심한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세 가지 사실을 한 문장 안에 구겨넣었기 때문에 글쓴이의 의도가 모호해져 버리고 말았다. 이 세 가지 사실을 각각 한 문장으로 독립시켜 정리해 보자.
-저는 태어나자마자 용인의 한 고아원에 버려졌습니다. 그곳에서 고등학교까지를 마쳤지요. 그러는 동안 이렇게 세상만사에 무관심한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3. 수식하기
한 문장에 같은 성분을 가진 수식어를 연달아 쓰면 반드시 문장이 어색해진다.
-호수 건너편에 관광객을 위한 지붕이 빨간 아담한 방갈로가 지어졌다.-
위 문장에서 수식어를 제거하면 '호수 건너편에 방갈로가 지어졌다'가 된다.
이럴 때는 수식어별로 문장을 전달해 주어야 한다.
-호수 건너편에 관광객을 위한 방갈로가 지어졌다. 지붕이 빨간 색이었다. 아담해보였다.-
수사법
직유법 바로 쓰기
살얼음처럼 싸늘한 방바닥은 살얼음의 대표속성은 싸늘함이 아니라 위태로움이다.
'빙판처럼 싸늘한 방바닥'이나
'얼음장처럼 싸늘한 방바닥'이 해야 마땅한다.
녀석은 바람같이 다급하게 내달았다.
바람의 대표속성은 다급하다가 아니다. 다급하게를 삭제헤 버려야 한다.
'녀석은 바람같이 내달았다.' '녀석은 다급하게 내달았다."
라고 표현해야 마땅하다.
"칼날처럼 단호한 목소리로 내 부탁을 거절해 버렸다."
칼날은 단호하다는 느낌보다는 '예리하다'는 느낌이 먼저 부각된다. 먼저 부각되는 느낌을 직유법으로 활용해야 무리가 없다. 그냥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내 부탁을 저절했다로 충분하다.
직유법이 음료수와 흡사하다면 은유법은 발효차와 흡사하다. 직유법은 문장을 격쾌하고 신선하게 만들어주고 은유법은 문장을 심오하고 운치 있게 만들어준다.
직유법은 속성에 근거를 두고
은유법은 본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