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신곡 19곡】 "성직이나 성물을 거래한 자들, 부패한 세 교황"
19곡 성직이나 성물을 거래한 자들, 부패한 세 교황
아, 마술사 시몬이여! 불쌍한 추종자들이여!
너희들은 당연히 선의 신부가 되어야 할
하느님의 물건들을 탐욕스러운 본성을 이기지 못하여
금과 은으로 팔아먹고 말았다. 이제
너희들이 갇혀 있는 이 세 번째 구렁에서
너희들에게 나팔이 울려야 마땅하리라!
단테는 시몬과 추종자들이 성직과 성물을 매매한 데에 심한 질책을 하고 있습니다.
사마리아의 마술사 시몬은 예수의 제자인 베드로와 바울로부터 성령을 전하는 역할을 돈으로 사려 했습니다.
중세 법정에서는 판결을 공포하기 전에 나팔을 불어 사람들을 모았다고 합니다.
이곳은 여덟 번째 구리의 세 번째 구렁으로 교황을 비롯한 고귀한 성직자들이 이곳에서 성직 매매로 벌을 받고 있습니다. 죄인들의 영혼은 구멍 속에 거꾸로 처박혀 발바닥에 불이 타는 형벌을 받고 있습니다. 이 불꽃의 세기는 그가 지은 형벌의 무게에 따라 뜨거워집니다. 거꾸로 처박힌 것은 하느님을 왜곡했음을 암시합니다.
오, 높은 지혜여! 하늘과 땅에, 사악한 세계에
나타내시는 당신의 지주는 얼마나 크며
당신의 힘은 얼마나 정당하게 행사되는가!
단테는 하느님의 위대함을 찬양합니다.
구렁의 가장자리와 한 복판에 영세 받는 곳에 있는 작은 통들과 비슷하게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단테는 몇 년 전 성 요한 성당에서 그 통에 어린이가 빠져 그 통을 부수고 어린이의 생명을 구한 적이 있음을 이야기 합니다. 통을 부순 것은 신성모독이지만 어린이의 생명을 구하려 한 것이니 소문을 내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구멍마다 죄인의 발과 정강이, 넓적다리가
거꾸로 솟아 있었고 몸과 얼굴은
구멍 안쪽에 거꾸로 박혀 있었다.
그들의 양 발바닥에는 불이 붙어
오금이 어찌나 세차게 떨렸는지,
밧줄이나 사슬도 끊어 낼 수 있을 정도였다.
단테는 선생님께 저 자는 누구이기에 더 시뻘건 불꽃에 더 아파하는지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더 낮은 둔덕으로 내려가면 그 이름과 죄를 알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네 번째 둔덕에 도착해 구멍이 숭숭 뚫린 좁은 바닥으로 내려갔습니다.
한 영혼이 처박힌 구멍에 가까이 갔습니다.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주라며 말을 건넸습니다.
그는 나를 보니파키우스 8세로 착각하고 지옥 영혼은 미래를 내다 볼 수 있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소리 높여 외쳤다. “너 벌써 거기 와 있느냐?
벌써 거기 와 있느냐, 보니파키우스?
예언 기록이 날 몇 년 속였구나.“
보니파키우스 8세는 1294년부터 1303년까지의 교황이었는데 피렌체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흑당을 지원했습니다. 그 결과 단테가 속한 백당이 피렌체에서 추방되는데 영향을 미쳤고 단테는 자신이 망명의 길에 오르게 된 것이 모두 보니파키우스 8세 교황의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보니파키우스 8세는 프랑스의 필리프 4세와 콜론나 가문과 대립하여 '아나니 사건'으로 한 달 후 선종을 하는데 '여우처럼 교황의 자리에 올라 사자처럼 지배하고 개같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단테가 나는 보니파키우스가 아니라고 하자 그 영혼은 한숨과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자기가 전에는 교황이었음을 말해주었습니다. 그는 니콜라우스 3세로 곰을 문장으로 쓰는 오르시니 가문인데 자식들 잘 자라기를 바라 돈을 긁어 보아 주머니에 넣었는데 자기 자신도 주머니에 처 박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내 머리 밑에는 다른 놈들이 바위 틈에 갇혀 있는데 그들은 나보다 앞서 성물과 성직을 매매한 사람들이오. 좀 전에 보니파키우스인줄 알고 소리쳤는데 그 놈이 오면 나도 저 아래로 지옥으로 갈 것이오. 나의 발이 불에 타고 거꾸로 처박힌 시간은 그놈이 시뻘건 발로 처박혀 있을 시간보다 길 것이오. 그것은 그 놈 다음에 신성도 인성도 없는 놈인 프랑스 출신 클레멘스 5세(필리프 4세의 사주를 받아 교황청을 아비뇽으로 옮김)가 오기 때문이오.
그의 말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나는 이 말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성 베드로에게 열쇠를 주시기 전에
돈을 얼마라도 요구하셨습니까?
또 ‘나를 따르라.’고 요구하지도 않으셨지요?
버림받은 사악한 영혼의 자리를 마티아가
채웠을 때 베드로나 다른 제자들은
은이나 금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니콜라우스 3세)
거기 그대로 있으시오. 온당한 벌을 받고 있으니.
그리고 샤를을 거부하며 불의를 저질러 얻은
사악한 돈이나 잘 간직하시오.(나폴리와 시칠리의 왕 앙주의 샤를을 치기 위해 그리스 황제와 검은 거래를 했습니다.)
한때 신랑(하느님)의 사랑을 받았을 때 신부(교회)는
일곱 개의 머리(성체)를 지니고 태어나
열 개의 뿔(율법)에서 힘을 얻었소.
당신은 금과 은으로 하느님을 섬겼으니,
우상숭배자들과 무엇이 다른가?
그들이 하나를 섬겼다면 당신들은 백을 섬겼으니!
이런 얘기를 들려주는 동안 교황 니콜라스 3세는 분노 때문인지 양심 때문인지 두 발바닥을 사납게 흔들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나의 진정한 말(교황의 탐욕에 분노하자)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주 만족한 기색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팔로 꼭 품에 안아 네 번째 다섯 번째 둔덕을 이어주는 다리 꼭대기까지 안고 가셨습니다. 그리고 돌다리 위에 나를 내려 놓으셨는데 거기에는 또 다른 구렁이 입을 벌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