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과 바위에서도 생명을 피우는 꽃)
2025. 2. 25(화)
마태오 복음 13,1-50
마르코 복음 4,1-34
루카 복음 8,4-18
루카 복음 13,18-21
(마태 13,38)
밭은 세상이다.
(루카 13,19)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정원에 심었다.
묵상-
기막힌 비유, 적나라한 비교,
읽는 족족 한 눈에 들어와 꽂힌다.
똑같은 씨인데 사람마다 환경마다
이렇게 다르니 결국엔 선택하는
자의 몫이라는 거다. 그리고 또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 있었는데,
(마태 13,1)
예수님께서는 집에서 나와
호숫가에 앉으셨다.
(마태 13,36)
예수님께서 군중을 떠나
집으로 가셨다.
예수님도 집이 있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사람으로, 우리와 똑같이
평범한 일상을 사신 분이라는 게
새삼스럽게 인식되었다.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신분과,
그분의 신성에만 관심을 두게
되면, 인성을 지니신 사람이라는
사실을 놓치게 되는 것 같다.
‘좋은 씨를 뿌리는 이는 사람의
아들이고‘(마태 13,36) 라고
표기한 이 대목에서도 예수님의
인성, 즉 인간다움이 묻어난다.
사람의 아들이 좋은 씨(자녀들)를
세상이라는 밭에 뿌리신다.
당신의 정원인 세상에 당신
자녀들을 보내신 거다.
그러니 정성껏 돌보시고 가꾸고
키워내실 터다.
(루카 13,19)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정원에 심었다.
우리 집 담벼락 아래엔 화단이
있는데, 나는 작은 정원이라고
부른다. 곧 봄이 올 거고 나는
좋은 씨를 화분에 뿌리고 물을
주며 매일 들여다볼 거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가는
그 신비로운 과정을 말이다.
내가 뿌린 씨앗이니 흙 속에서
죽지 않고 잘 틔워 튼실한 화초로
자라도록 애지중지 키울 것이다.
그러다가 흙 위로 설핏 연두색 싹이
나오면 마구 경탄한다.
똑같은 씨앗인데도 옆집 할머니네
꽃은 더 실하고 풍성하다.
할머니는 밭(세상)에 거름을 듬뿍,
자주 주기 때문이다. 양질의 흙이
주인이 뿌린 씨앗을 더 좋게
만들어 준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거름주기를 게을리 한다.
그럼에도 우리 집 꽃밭이 너무
예쁘다며 지나가는 분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공들여 심었는데 싹이 나지 않고
죽었거나, 비실비실 힘이 없는 건
뽑아 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심지도 않은 곳에 씨가 날아와
싹이 올라오면 수고하지도 않고
거저 선물을 받은 것 같아 감개무량,
잘 자라서 꽃까지 예쁘고 풍성하면
하느님께서 거저 베푸시는 사랑이
이런 거구나 하는 고급지고 알찬
성찰도 곁들이게 된다.
주인이 방심한 틈을 타고 어디선가
날아와 뿌리를 내린 가라지도 있는데,
화초의 밑 둥이 굵어지기 전에, 뽑아
버리던가, 그렇지 않으면 오늘 말씀처럼
둘 다 커지고 열매를 맺었을 때,
가라지만 낫으로 베어 던져버린다.
세상이라는 밭에 뿌려진 <나>라는
씨앗 역시 그렇다. 거름을 준 흙에
뿌려지든 길바닥이든 가시덤불이든
나의 영적 상태에 따라, 숨이 막혀
죽기도 하고, 뿌리가 뽑혀 나가기도
한다. 한껏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해도
각자마다 고유한 상처와 약점, 감정들이
있기에, 약한 곳이 건드려지면 금세
비바람이 되어 나를 흔들고, 기도의
힘이 딱 버티고 서서 막아주지를
못하는 거다.
하지만 심지도 않은 곳에 뿌려진
씨앗이 주인 몰래 튼실하게 자라나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것을 보면,
나(씨앗)라는 존재의 생명력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느끼게 된다.
하여 중요한 것은, 나의 멘탈이든
영적인 내공이든, 축척된 기도와
훈련의 힘이든, <나>라는 씨앗의
위대함을 알고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돌밭과 가시덤불과 길가에 떨어져도
내 힘이 아닌, 하느님의 힘에 기대어
살아남을 수 있는 영적 생명력이
있을 때, 비로소 백배, 예순 배,
서른 배의 열매를 낼 수 있을 거다.
그랬을때 주님은 그 준비된 씨앗을
세상(밭) 곳곳에 뿌리시며, 더 많은
열매를 거두실 것이다.
생명의 주인이신 주님!!
씨를 뿌리기 위해서는 밭에 거름을
주고 갈아서 좋은 밭으로 만듭니다.
이제부터는 <나>라는 씨앗에게도
관심과 사랑, 인정과 존중이라는
영양분을 주어 세상 어디에 내놔도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고, 자기만의
꽃을 피워 주님께 영광이 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저희를 단단하게
키워주소서.
첫댓글 요셉피나님의 좋은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