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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순 시인. ⓒ박민순 | 우리의 지친 심신을 조화롭게 조절해준다고 해서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차(茶).
사랑하는 아내, 마음이 맞는 친구, 연인과 마주 앉아 음악을 들으면서 마시는 한 잔의 차나 음료는 첫사랑의 입맞춤처럼 감미롭고 낭만적이다. 특히 비가 올 때나 눈이 펑펑 쏟아질 때 장작불이 타는 벽난로(페치카)가 있는 거실이나 분위기가 괜찮은 카페에 앉아 차를 끓이거나 마시면 은은한 향기가 날아와 잊혀진 추억과 환상 등을 불러일으킨다.
차는 예로부터 좋은 음료로 사랑을 받아왔다. 차의 깊은 맛과 향기는 생활의 여유와 삶의 멋을 더하게 한다.
우리나라 차의 유래는 신라 경덕왕 때 충담 스님이 미륵불에게 차 공양을 올렸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전해오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차를 마셨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들은 기름기 많은 음식이 주식이다 보니 기름기를 제거하는 차를 마시는 것이 우리가 숭늉 마시듯 생활화되어 있다. 중국 여행 중 식당에서 손님이 엽차를 몇 모금만 마셔도 종업원이 바쁘게 돌아가며 다시 찻잔 가득 엽차를 채워주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차는 차 나무의 잎을 이용하는 것과 잎이 아닌 것을 재료로 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대용 차라 한다. 대용 차에는 음료수로 끓여 마시는 보리차나 옥수수차, 모과차, 유자차, 생강차, 인삼(홍삼)차, 율무차, 쌍화차 등이 있으며 순수한 차 나무의 잎을 이용하는 차는 작설차(차 잎이 참새의 혀를 닮았다고 붙인 이름), 참차, 고유차, 전통차, 녹차 등으로 부르고 있다.
차를 끓이는 방법은 차 잎을 따뜻한 물에 우려내는 팽다법, 차 잎을 물에 넣어 끓이는 자다법, 분말(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 휘젓는 점다법 등이 있다.
차를 끓여 마시거나 손님에게 대접하는 일을 넓은 의미로 행다법이라 하며, 물질인 차 속에 정신인 도가 깃들어 있다고 해서 차를 마실 때의 방식과 예의범절을 다도(茶道)라 한다.
우리 국산차를 마시자는 운동이 일면서 몇 종류에 불과하던 국산 차도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앞서 열거한 차 외에도 오미자차, 매실차, 칡차, 쑥차, 꿀차, 감잎차, 두충차, 마차, 다래차, 영지차, 대추차, 호박차, 들깨차, 현미녹차, 솔잎차, 메밀차, 계피차, 결명자차, 동규자차 등등......
이들 차는 색과 향기, 맛이 독특해 취향이나 기호에 따라 손쉽게 골라 마실 수 있어 좋고 각성이나 이뇨, 진정, 진통 작용, 감기, 변비, 비만 예방 등의 의학적 효과도 있어 더욱 좋다. 그러나 요즘 널리 찾는 기호품 가운데 대종을 이루는 것이 커피다.
"커피 한 잔 하시겠습니까?"
생활의 일부이자 인사가 된 말이다.
커피의 그윽한 향은 환상적일 만큼 진하게 후각을 자극한다.
커피는 육식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인의 음료로 서양문화이지만 우리의 식생활이 채식 위주에서 육식 위주로 점차 바뀌면서 식후의 입가심으로 구수한 숭늉 대신 커피를 마시고 아무리 조촐한 자리도 커피 한 잔은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나온다.
뿐만 아니라 대화의 자리, 고단한 일과 중의 한가한 틈을 내는 휴식 수단으로, 졸음이 올 때나 무료함을 달랠 때도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다.
커피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세계 제2의 커피 소비 대국이 된 우리나라. 커피가 생산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이같이 소비량이 많은 것은 TV 드라마나 간접 광고 영향도 크다고 본다.
요즘 찻집이나 카페에서 전통차나 국산차를 마시는 사람도 많은데 TV 드라마에서는 겨울에는 따끈한 수정과, 인삼차, 꿀차, 생강차를, 여름에는 시원한 미숫가루나 식혜를 대접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고 커피를 한 잔씩 내놓는 내용이 많다. 한 편의 드라마 속에서 몇 번씩 나오는 차 마시는 상황 설정에서 꼭 커피가 아니면 안 되는지 의문이다.
우리 주위에는 커피가 몸에 맞지 않아 마시지 않는 사람도 있다. 사람의 체질(한의학에서 분류하는 사상체질 :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에 따라 더운 체질인 사람에겐 찬 성질의 차나 음료를, 찬 체질인 사람에겐 따뜻한 성질의 국산 차나 따뜻한 전통 음료를 대접하는 것도 얼마든지 자연스럽다.
커피는 자타가 인정하듯 카페인 성분이 들어있어 계속 마시거나 많은 양을 섭취할 경우 심장과 신경계, 위장을 자극하고 칼슘과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심장병, 위장병, 임산부나 빈혈 환자, 신경이 극도로 예민한 사람에겐 고약한 음료로 보고된 바 있다.
그리고 긴장 상태를 유발하여 깊은 잠을 방해하므로 하루 한두 잔 정도 마시거나 저녁 이후에는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커피는 외화를 들여서 전량을 수입해 오고 있건만 소비량은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이다.
커피보다는 국산차를 애용하면 몸에도 좋고 농촌도 살릴 수 있다는 점을 전 국민에게 알려 우리 것을 이용하도록 하자.
개개인이 무조건 좋아하는 외제 선호 의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가정이나 직장에서 커피보다 우리 차, 우리 음료를 더 사랑해 준다면 민족 정서를 지켜내는데 큰 소임을 할 수 있고 외화 낭비를 막는데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본다. < 저작권자 © 물향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