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창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 독서토론
241204 브런치 빈
참석 : 5명
혜숙샘 - 제목부터 다시 읽어보게 되는 책, 원제를 찾아봤다. (제목으로 유추해 보기) 과학적인 책, 나는 내 삶에서 객체인가? 주체인가? 사람이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진 디지언트를 사용하는건데 시스템에 의해 소모되는 점에서 인간과 차이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 봤다. (어제 사건을 겪으면서 하게 된 생각)
민나샘 - 디지언트라는 용어를 썼다. 애완동물인구가 많다. 감정교류를 할 수 있는 생명체. 유기견 문제 등 법적인 문제도 많은 데 소프트웨어 반려동물(AI 반려동물)이 생긴다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상호교류가 중요한 문제이다. 허용치 등은 고민해 봐야할 것 같다. 사회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 성적 사용등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애나의 생각에 동의한다.
미진샘 - 설령 인공지능이 법적 권리를 얻는 게 탐탁지 않다고 해도, 인공지능을 존중해야 할 이유는 여전히 존재한다. 주인에게 줄곧 무시당한 애완동물이라든지, 연애를 해도 한달 이상 간 적이 없다는 연인을 떠올려 보라. 굳이 그런 애완동물이나 연인을 갖고 싶은가?
"나쁜 육아법에 의해 성인이 된 사람들을 상상해 보라. 그런 사람들을 친구나 부하로 삼고 싶은가? 인공지능에게 어떤 역할을 맡기든, 발달 과정의 어떤 시점에서 진심으로 그들 생각을 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206쪽
종란샘 : 읽는 내내 슬펐다. 눈물도 나고 그랬다. 무엇을 길들인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길들이는 자와 길들여지는 것에 대해서 고민했다. 길들여지는 것은 그것을 진정 원하는가? 생각했다. 게임을 해 봐야 하나 생각했다. 다르다고 틀린 게 아닌데 결국은 사람의 문제이다.
선화 : 테드창이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던 건 컴퓨터공학쪽으로 공부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융합적 글쓰기에 대해서 생각하며 랩걸의 작가도 생각났고, 무한한 상상력으로 SF소설을 쓰는 김동식 작가도 생각났다. 한강이 떠올랐던 건 역사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세밀한 조사로 역사를 담은 까닭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한 번쯤 고민해 볼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과 윤리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다.
* 언캐니 밸리 - 미진샘 발언에 참고해서 찾아봄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은 궁극적으로 인간과 가장 비슷한 인간과 같은 상호작용을 지향하지만, 그 역설도 있다.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을 보면 로봇의 움직임이나 생김새가 인간의 모습에 근접하면 근접할수록 더 호감을 갖지만 인간과 너무 비슷하면 오히려 혐오감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일본의 로봇 연구자인 모리 마사히로(Mori Masahiro)가 주창한 이론으로 언캐니 밸리 효과(uncanny valley effect)로 부른다. 언캐니(uncanny)라는 단어는 ‘이상한, 불가사의한, 기괴한, 기분 나쁜’ 이라는 뜻으로 ‘친숙한, 편안한’ 이라는 캐니(canny)의 반대어다.
1919년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언캐니(Uncanny, Das Unheimliche)”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언캐니라는 의미를 심리학적으로 재해석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친숙한 것이 그 일상성을 탈피할 때 가장 기이하고 공포스러운 것이 되며, 혐오와 기피의 대상과 선호와 애정의 대상 사이에 차이는 매우 미묘하다고 주장했다.
50여 년 후 마사히로는 이 프로이트의 언캐니 이론을 로봇에 적용해, 로봇이 인간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흡사하면 괜찮지만 어중간하게 비슷했다간 도리어 극도의 반발심이나 거부감을 유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거부감을 느끼는 구간의 하락된 호감도를 그래프로 그려 보면 계곡 모양이 된다 해서 ‘언캐니 밸리’라고 명명했다. 외모, 행동에서 인간의 유사성에 따라 로봇에 대한 호감도가 계속해서 오르다가 첫째 봉우리를 지나면 급강하해서 오히려 호감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로봇 연구의 실험 참가자들은 생김새는 인간을 닮았는데 움직이지 않으면 시체를 연상시키고, 어색하게 움직이면 그 폭락은 더 심해지는데 이는 좀비를 연상시킨다고 토로한 바 있다.
언캐니 밸리 현상은 게임이나 영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CG 영화 속에서 디지털 캐릭터들은 하이퍼 리얼리스틱한 인간의 얼굴과 외양을 갖추고 있지만, 거기에 만족할 만한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 없다면, 그것은 인간과 같지 않다는 어떤 거부감을 내포한다. 인간 캐릭터로 영화 속에 처음 등장한 디지털 액터로 2001년 일본 게임 회사 스퀘어 에닉스(Square Enix)가 자사의 게임을 영화화한 <파이널 판타지(Final Fantasy: The Spirits Within)>의 여주인공 ‘아키 로스(Aki Ross)’가 있다. ‘아키’의 머리카락과 주름진 피부, 솜털 등은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했지만 불분명한 행위와 시선 처리 등 연기력 부족으로 관객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혹평을 받은 바 있다. 디지털 액터 ‘아키’는 인간과 유사하지만 인간과 같은 호감도를 느낄 수 없어 섬뜩함이 느껴진 것이다.
언캐니 밸리가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가설이라는 데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을 재현하기 위한 디지털 액터 기술은 한 치의 오차도 용납될 수 없는 완벽함을 추구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언캐니 밸리 효과는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의 복잡다기함과 오묘함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