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학회(創價學會)에 대한 일고찰
― 불교혁신운동의 측면을 중심으로 ―
박 규 태*
1)
目次
들어가는 말
Ⅰ. 창가학회의 개관과 현황
Ⅱ. 마키구치 츠네사브로(牧口常三郞, 1871-1944)
와 가치론
Ⅲ. 도다 죠세이(戶田城聖, 1900-1958)와 생명론
Ⅳ. 창가학회와 불교혁신
나오는 말
들어가는 말
1993년 9월 7일자 마이니치(每日) 조간신문은 “창가학회, 종문과 결별,
독자적으로 본존수여(本尊授與)를 결정”이라는 제하의 일면 톱기사를 내보
냈다. 그 내용을 간추려 보면 이렇다. “일련정종(日蓮正宗)의 신도단체인 창
가학회는 7일 오전, 신앙의 근간이자 근행의 대상인 본존을 신규회원들에게
독자적으로 수여할 것을 결정했다. 이는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될 것이다. 본
존은 원래 일련정종의 법주가 수여하게 되어 있으나, 창가학회가 2년 전부
터 일련정종으로부터 파문당한 이래 신입회원들은 본존을 지니지 못하게
되었다. 금번의 결정은 63년 전에 설립된 창가학회가 종문측과 결별하여,
종교단체로서 완전히 자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창가학회는 명칭 및 교의
등에는 변동이 없다고 하는데, 공칭 8백 3만 세대에 이르는 거대종교단체
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종교계뿐만 아니라 정계를 비롯한 관련 각계에 적
* 서울대 강사, 종교학
종교학 연구 70
지 않은 파문을 던질 것임에 분명하다.” 일본을 대표하는 유력 일간지 아사
히(朝日)와 요미우리(네賣)도 마이니치를 이어 관련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
도했다. 도대체 창가학회라는 집단은 어떤 종교단체이기에 주요 일간지들이
이와 같은 반응을 보였을까?
현대 일본의 종교 지형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전체 인구의 1할 내지
2할을 차지하는 신종교의 교세인데, 그 중 절반 이상이 니치렌(日蓮,
1222-1282)을 숭경하는 법화계 신종교이다. 이때 법화계란 공통적으로 법화
경을 소의경전으로 삼는 계통을 총칭하는 말이다. 이 법화계 신종교 교단에
서는 단순하게 법화경을 믿기만 하면 구원받는다고 설한다.1) 그리하여 법화
계 신종교 교단에서는 다이모쿠(題目) 즉 법화경에 귀의한다는 뜻의 “나무
묘법연화경”(南無妙法蓮華經)이라는 말만 암송하면 구원받고 복 받는다 하
여 이 다이모쿠를 문자로 써서 그것을 기도 대상인 본존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물론 법화계가 일본 불교 내에서 지배적인 교단은 아니다. 현재 천태
종과 일련종 등을 포함한 법화계 불교교단의 사원수는 전체 일본 불교교단
사원수의 15%정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일본 재가불교 혹은 일본불교의
현대적 재해석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 법화계 신종교 교단들의 성장세는
가히 놀랄 만하다. 그와 같은 법화계 신종교의 전형적인 사례로서 영우회
(靈友會)2)와 창가학회(創價學會)를 비롯하여 입정교성회(立正佼成會),3) 불소
호념회(佛所護念會),4) 묘지회(妙智會),5) 본문불립종(本門佛立宗)6) 등을 들
1) 니치렌의 등장은 실은 법화경 신앙의 재활성화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일본에서는
불교 전래이래 줄곧 법화경이 중시되어 왔다. 가령 일본 불교의 개조로 말해지는
성덕태자(574-622)의 저서 삼경의소 는 법화경을 포함한 세 경전의 주석서였으며,
8세기에 세워진 국분니사에서는 법화경 독송이 중요한 행사였다. 또한 9세기 초 사
이쵸(最澄, 767-822)의 천태종은 법화경을 최고 경전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이후
13세기에 이르기까지 밀교, 정토교, 선종, 율종 등이 세력을 펼치면서 법화경의 권
위가 중대한 도전을 받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니치렌이 등장하여 법화경에 의한
국가적 사상통일을 주장한 것이다. 여기서 가장 대중적인 대승경전 중의 하나인 법
화경은 “정경이 무엇이냐” 하는 강한 문제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그 속에는 법화경
이전의 설법은 모두가 임시 가르침에 불과하며 최고의 진리가 법화경에 있다고 하
는 강력한 신앙이 내재되어 있다.
2) 구보 가쿠타로(久保角太郞)에 의해 1924년 창시된 법화계 신종교. 신자수는 공칭
300만 정도..
3) 니와노 닛쿄(庭野日敬)에 의해 1938년에 창시된 법화계 신종교. 영우회의 일분파로
성립되었으며 현재 신자수는 공칭 650여만 명.
4) 세키구치 가이치(關口嘉一)에 의해 1950년에 창립된 불교계 교단으로서 영우회로부
터 분파되었다. 현재 동경에 본부가 있으며 신자수는 공칭 200여만 정도..
5) 미야모토 미츠(宮本みつ)에 의해 1950년에 창시된 불교계 교단으로서 영우회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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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다. 이들 법화계 신종교 교단들은 주로 1920년대에서 70년대 사이에
발전을 이루었는데, 이 시기는 일본사에서 매우 급격한 사회변동기에 해당
한다. 이 법화계 신종교들은 주로 세 그룹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1857년 나가마츠 닛센(長松淸빌)이 창시한 본문불립종으로부터 시작되는 흐
름이며, 둘째는 1925년 구보 가쿠타로와 고타니 기미가 창시한 영우회 계열
로서 여기서 오늘날 거대교단으로 발전한 입정교성회를 비롯하여 불소호념
회와 묘지회 교단 등 20여 분파가 갈라져 나왔다. 이 영우회의 중요한 특징
으로서 법화경 신앙을 선조숭배와 결부시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셋째는
일련정종 계열로서 본고가 다루고자 하는 창가학회가 이에 속한다(島薗進,
1992a: 134-166쪽 참조).
창가학회는 일본의 현대종교 가운데 가장 큰 세력을 자랑하는 종교단체
이며,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브라질 등 전세계에 걸쳐 지부를 가지고 있
는 다국적 교단이다. 본고는 이 창가학회에 대해 그것이 가지는 기성불교에
대한 혁신운동으로서의 성격을 사상적인 측면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해 보고
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창가학회의 개관과 현황을 간략히 항목별로 정리
해 본 다음, 이어서 창가학회 신념체계의 대표적인 세 가지 구성축이라고
여겨지는 마키구치의 가치론, 도다의 생명론, 일련정종의 교학에 대해 살펴
본 후에, 법화계 신종교인 창가학회가 어떤 측면에서 현대불교 혁신운동의
중요한 사례로 말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Ⅰ. 창가학회의 개관과 현황7)
(1) 본부 소재지: 도쿄(東京)도 신쥬쿠(新宿)
(2) 창시자: 마키구치 츠네사브로(牧口常三郞, 1871-1944), 도다 죠세이
(戶田城聖, 1900-1958)
(3) 현재: 명예회장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1928- ), 회장 아키야 에
이노스케(秋谷榮之助, 1930- ), 이사장 모리타 카즈야(森田一哉)
(4) 목적: 니치렌(日蓮) 대성인이 건립한 본문계단(本門戒壇)의 대어본존
분파되었다. 현재 본부는 동경에 있으며 신자수는 공칭 90여만 정도..
6) 나가마츠 세이후(長松淸빌)에 의해 1857년에 창립된 불교계 신종교교단으로서 현재
교토에 본부가 있으며 신자수는 공칭 50여만 정도..
7) 이하는 주로 (橫山眞佳, 1997: 72-76쪽)을 참조했다.
종교학 연구 72
을 본존으로 삼고, 일련정종의 교의에 입각하여 불교 의식을 거행하는 한
편, 회원들의 신심을 확립시키며, 이를 토대로 세계평화를 실현하고 인류문
화의 향상에 공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아울러 이에 필요한 제반 공익
사업, 출판사업 및 교육문화활동을 전개한다.(종교법인 창가학회 규칙)
(5) 주요 연혁:
1930 일련정종에 입신한 마키구치, 도쿄에서 ‘창가교육학회’ 설립
1941 기관지 價値創뗄 창간
1943 치안유지법 위반 및 불경죄 혐의로 마키구치와 도다 투옥. 창가교
육학회 와해
1944 마키구치, 옥중사
1945 도다 출옥.
1946 ‘창가학회’라는 이름으로 조직의 재건 시도
1949 기관지 大白蓮華창간
1951 기관지 聖敎新聞창간, 折伏敎典발간
1952 창가학회의 종교법인 인가
1954 절복대행진 시작, 사회문제화
1955 ‘국립계단’ 건립을 위한 정계진출 도모, 통일지방선거에 후보 내세움
1958 도다 사망
1960 이케다, 3대회장에 취임. 해외포교 착수
1962 동양철학연구소 설립
1964 공명당 결성
1968 창가학원 개교
1970 ‘언론출판 방해사건’으로 인한 사회적 압력에 의해, 공명당과의 분
리 및 국립계단론 포기 선언
1971 창가대학 설립
1972 후지야마(富士宮)시에 후지(富士)미술관 설립
1975 이케다, 소설 인간혁명 발간. 괌도에서 개최된 「세계평화회의」에
서 SGI(국제창가학회) 결성, 회장으로 취임. 창가학회의 반전반핵
평화운동 시작
1979 이케다, 회장직 사임(명예회장으로 남음). 호오조, 4대회장 취임
1980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SGI(국제창가학회) 제1회 총회개최
1981 호오조 사망
1983 하치오오야(八王子)시에 도쿄후지(東京富士)미술관 설립
창가학회(創價學會)에 대한 일고찰 73
1990 일련정종측, 이케다 및 아키야의 직책 해임
1991 일련정종측, 창가학회 파문조치
1993 창가학회, 일련정종으로부터 완전분리 선언
(6) 경전: 니치렌 대성인 어서전집(日蓮大聖人御書全集)
(7) 교의 및 실천: 창가학회 신앙의 근본은 일본중세 가마쿠라 신불교의
일파인 일련종(日蓮宗) 창시자인 니치렌(日蓮, 1222-1282))의 불법(佛法)에
있다. 이 니치렌 대성인의 가르침에는 인간 개개인을 내적으로 변혁시키는
힘과 구제력이 내포되어 있음을 믿으며, 특히 니치렌의 입정안국론(立正安
國論, 법화경에 입각한 정법으로써 나라와 사회의 평화 및 번영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에 의거하여 평화, 문화, 교육활동을 전개한다.
(8) 주요 의식 및 행사: 지부총회, 좌담회, 춘추 히간(彼岸)근행법요, 세
계평화기원 근행회
(9) 교세: 1995년 현재 국내 회원수 812만 세대,8) 해외 회원수 136만 명9)
(10) 기관지 및 발매부수: 성교신문(聖敎新聞)-550만 부, 대백련화(大白蓮
華)-280만 부, 그라프SGI-120만 부
(11) 최근 동향 : 국제연합 NGO행사로서, 1992년 리오데자네이로와 상파
울로에서 “환경과 개발전”을, 그리고 나가사키(長崎)에서 “전쟁과 평화전”을
개최. 캄보디아 UNTAC(국제연합 잠정통치기구)로부터 지원요청을 받아
“VOICE-AID 캄보디아 라디오 지원캠페인” 실시. UNHCR(국제연합 난민
고등변무관 사무소)과 협력하여 난민을 위한 기금 및 홍보 캠페인 실시. 오
키나와에서 “제1회 SGI 아시아총회 및 평화음악제” 개최. 뉴델리에서 “제2
회 인도문화제” 개최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애당초 일련정종의 재가 신도단체였던 창가학회
는 1930년 마키구치가 창가교육학체계 를 발간하고 ‘창가교육학회’를 창설
한 데에서 비롯된다. 이후 마키구치가 옥중에서 사망한 뒤에 1946년 도다
가 ‘창가학회’라는 이름을 내걸고 새롭게 재건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창가학
8) 1951년 이후 회원수 증가추이는 다음과 같다: 1951년-5700세대, 1955년-30만 7500 세대, 1960년-140만 세대, 1965년-500만 세대, 1970년-755만 세대, 1975년-775만
세대, 1980년-791만 세대, 1985년-795만 세대, 1990년-803만 세대, 1995년-812만
세대(창가학회 공칭).
9) 전세계 128개국에 분포되어 있는 해외 신자수는 지역별로 다음과 같다: 북미-33만
8천 명, 중미-1만 2천 명, 남미-20만 5천 명,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77만 9천 명, 유럽-1만 9천 명, 중근동 및 아프리카-7천 명(창가학회 공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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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비약적 발전이 이루어졌으며, 1958년 도다가 사망한 후 이케다 다이
사쿠(池田大作, 1928- ) 및 호오조 히로시(北條浩, 1923-1981) 시대를 거쳐
현재에는 아키야 에이노스케(秋谷榮之助, 1930- )가 제5대 회장으로 있다.
이 가운데 창가학회의 사상적 초석은 역시 초대 회장 마키구치와 2대 회장
도다에 의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마키구치의 ‘가치론’과 도다의 ‘생명
론’이 그것인데, 이하에서는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뒤에 그 가운데
특히 기존 불교(특히 일련정종)의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요소에 대해 생
각해 보기로 하자.
Ⅱ. 마키구치 츠네사브로(牧口常三郞, 1871-1944)와
가치론
창가학회의 창시자 마키구치 츠네사브로는 1871년 현 니가타(新潟)현 가
시와자키(柏崎)시에서 태어났다. 그의 인생은 개인적으로 그다지 유복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6세때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마키구치(牧口)가의 양
자로 들어간 그는 보통소학교를 졸업하자 곧바로 홋카이도(北海道)로 건너
가 경찰서 급사로 일하면서 틈틈이 독학에 힘썼다. 이런 그의 성실성과 학
문적 소질을 알아보았던 경찰서장의 도움으로 마키구치는 20세때 홋카이도
보통사범학교에 편입할 수 있었고, 그곳을 졸업한 후부터 일생에 걸친 교육
자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 초기 노정에서 지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마키구치는 잠시 소학교 선생을 그만두고 도쿄로 건너가 인생지리학
(1903년)이라는 저서를 간행했는데, 이 책은 현지조사를 기초로 한 탁월한
실증주의적 연구서로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10) 1909년에는 도쿄에서 교직
생활을 다시 시작했는데, 이 시기에 그는 일본 민속학의 아버지 야나기다
구니오(柳田國男) 등이 주최하는 향토회(鄕土會)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런
경험에서 나온 주저가 바로 교수의 통합중심으로서의 향토과 연구 (1912
년)이다. 여기서 마키구치는 향토의 현지조사를 통한 자연 관찰교육의 필요
성을 역설하면서 각 학교마다 향토과라는 과목을 설치하여 가르쳐야 한다
고 주장했다. 1920년(49세)에 니시마치(西町)소학교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
10) 당시 대만총독부의 기사(技師)였던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뗄)도 이 저서를 읽고 깊
은 인상을 받아 마키구치에게 격려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창가학회(創價學會)에 대한 일고찰 75
을 때 그는 홋카이도에서 올라온 청년 도다 죠세이(戶田城聖)를 교사로 채
용했는데, 이 둘의 만남은 이후 창가학회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계기로
기억되게 된다. 1928년(57세) 마키구치는 일련정종에 입신하였고, 이로부터
몇 년 후 그는 창가교육학체계 (1930-1934년)라는 대저를 발간한다.
이 창가교육학체계 는 교육학조직론(제1권), 가치론(제2권), 교육개조론
(제3권), 교육방법론(제4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가운데 특히 가치론에
주목할 만하다. 이 저술에서 마키구치는 교육의 목적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
드는 데에 있음을 천명하고 있는데, 그때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서 나온 것이 바로 가치론이었다. 즉 마키구치는 가치 개념을 통해 인간의
행복을 논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그는 ‘가치’를 ‘진리’ 개념과 대치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즉 진리가 인식의 문제라면 가치는 평가의 문제이다. 대
상을 있는 그대로 지각하는 인식작용과 관련된 진리 개념은 인간의 구체적
인 삶의 장을 넘어서 있다. 이에 비해 가치란 항상 구체적인 인간 삶과의
관계에 있어서만 존재한다. 말하자면 우리 삶을 실제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진리가 아니라 가치라는 것이다.(東京大學法華經硏究會編, 1975: 27-33쪽)
진리란 가치평가 및 가치창조 이전의 것으로서, 가치와는 관계가 없다. 또
한 이런 저런 가치에는 참도 거짓도 없다. 왜냐하면 가치란 시대와 장소
혹은 사람에 따라 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가령 “개나리꽃이 샛노랗다”라
는 진술은 ‘진리’와 관계가 있다. 그 진술에 대해서는 참이냐 거짓이냐를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개나리꽃이 아름답다”는 진술은 참이냐 거짓이냐를 말
하기 어렵다. 어떤 이에게는 그 진술이 참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가치’의 속성이다. 진리는 발견되는
것이며 가치는 창조되는 것이다. 진리를 발견하는 것은 물론 가치 있지만,
진리 그 자체는 결코 가치가 아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제 마키구치는 가치의 영역으로부터 진리를 추방
한다. 주지하다시피 칸트는 대표적인 가치 영역으로서 진선미를 꼽았다. 그
러나 마키구치는 진(眞) 대신 리(利)를 대체했다. 진은 가치와는 상이한 인
식 차원에 속한 것이고, 선이나 미와는 다른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했
기 때문이다. 선과 미에 상응하는 가치로 리를 들지 않으면 안 된다. 이때
리는 “전인적 생명에 관련된 개체적 가치”로서, 선은 “집단적 생명에 관련
된 사회적 가치”로서, 그리고 미는 “부분적 생명에 관련된 감각적 가치”로
서 규정되고 있다. 이처럼 마키구치가 구상한 가치의 왕국에서는 미보다는
리가, 리보다는 선이 보다 상위의 가치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이처럼 리를
종교학 연구 76
중시하는 관점은 아마도 다이쇼 초기의 일본 사상사에 공통된 에토스, 즉
진보다 리를 더 중시하는 제임스의 프래그머티즘에서 영향받은 것으로 추
정된다. 그런데 리의 가치에 주목하는 시선은 창가교육학체계 이전부터
이미 존재했었다. 전술한 교수의 통합중심으로서의 향토과 연구 에서도 마
키구치는 이미 ‘리미선’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마키구치의 가치론
에 있어 창가교육학체계 가 보여주는 새로운 측면은 무엇인가?
첫째로, ‘가치창조’ 즉 창가의 개념을 통해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보여 주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이때의 인간이란 주어진 환경 속에서
그때 그때마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나가는 능동적인 인간을 가리킨다. 요
컨대 창가교육학체계 는 인생 전체를 그와 같은 가치창조의 과정, 나아가
생명의 끊임없는 자기갱신의 과정으로 간주한다. 둘째로, 창가교육학체계
는 리선미에 등급을 매겨 선이야말로 최고의 가치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
서 이전의 입장과 차별성을 보여준다. 여기서 마키구치는 ‘대선(大善)생활’
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인생이라고 규정한다. 지금까지는 리를 기준으로
한 지식추구가 적극적으로 권장되었다. 그러나 이제 리는 낮은 차원의 가치
이며, 가장 최상의 가치는 선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셋째, 마키구치는 창가
교육학체계 에서 문화현상의 많은 부분을 가치창조에 관련된 현상으로 파
악, 그런 현상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경험적 귀납에 의해 가
능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일련정종에 귀의한 마키구치는 결국 이 모든 가치
론의 층위를 일의적인 신앙과 연결시키고 말았다.
Ⅲ. 도다 죠세이(戶田城聖, 1900-1958)와 생명론
이시가와(石川)현에서 태어난 도다는 5세때 가족이 모두 홋카이도로 이
사하면서 그곳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삿포로에서 초등학교 선생을
하다가 1920년(19세) 동경으로 가서 마키구치 츠네사브로를 만나 생애에
걸친 특별한 사제관계를 맺는다. 1922년 교사직을 사임한 도다는 사설학원
을 세웠고, 이후 출판 활동 등 마키구치를 후원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928년 마키구치가 창가학회의 전신인 ‘창가교육학회’를 창설하여 회
장직을 맡게 되자 도다는 28세의 나이로 이사장에 취임한다. 창가교육학회
는 처음에는 교육연구에 전념하였으나 점차 종교색을 띠게 되었다. 그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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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1943년 전시하에서 이세(伊勢)신궁의 부적 모시기를 거부했다는 천황불
경죄의 혐의로 도다는 마키구치와 함께 투옥되고 만다. 이때 도다는 독방에
서 불경과 여러 서적들을 섭렵하면서 어떤 종교적 확신에 도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도다는 매일 일만 번씩 “나무묘법연화경”을 암송하는 창제(唱
題)수행을 했다고 하는데, 마침내 그것이 이백만 회가 되는 날 그는 생명의
신비를 체득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도다는 “붓다는 곧 영원한 생명이다.
우주와 인간은 모두 그 생명이 드러난 것이다. 모든 생명은 붓다에게서 유
래된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힘으로서 곳곳에 편재하고 있다. 이러한 우주 생
명력의 근원이 바로 나무묘법연화경을 도식으로 표현한 ‘본문의 본존’ 만다
라이다. 그러니까 이 본존을 받들고 다이모쿠(題目)를 창하면 개개 생명의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힘이 발동될 것이고 그럼으로써 인간은 행복을 얻고
성불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도다 또한 마키구치와 마찬가지로 종교의 핵심이 행복의 추구 및 행복의
보장에 있는 것으로 이해한 듯 싶다. 이때 마키구치가 행복의 문제를 가치
와 연결시켰듯이, 도다는 그것을 생명의 문제와 연결시켰다. 도다에 의하면,
행복이란 우리의 내적 생명과 외부 세계와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뒤
집어 말하자면, 내적 생명력의 확인 없이는 결코 행복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도다는 이런 내면적 생명을 보여주는 것이 종교이며, 일련정종이야
말로 인간을 참된 행복으로 인도하는 종교이고 따라서 이 위대한 종교를
믿어야만 생명의 리듬이 우주의 리듬과 조화를 이루게 되어 살아 있음의
행복을 절절하게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11)
요컨대 우주가 곧 생명이라는 것이다. 생명이란 우주와 더불어 존재하며
우주보다 앞선 것도 아니고 그 뒤에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우주 자체가 생
명이다. 그러므로 어디든 조건만 갖추어지면 생명이 발생한다. 생물체뿐만
아니라 비생물체도 다 생명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일각일각의 생명,
생활이 바로 실상(實相)에 다름 아니다. 이 순간적 실상 속에 과거 영원의
생명이 내포되어 있고 미래 영원의 생명이 깃들어 있다. 이 일순의 생명이야
말로 우주 자체의 활동이며, 자기 생명이며 실재이다.” 이런 관점은 중국 천
태종으로부터 니치렌에게 전승된 “일념삼천(一念三千)” 및 “관심(觀心)”의
11) 확실히 넘치는 생명력, 생명의 환희야말로 행복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부정할 사
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생명력의 발현이 오직 일련정종에만 있다는
도다의 인식에 있다. 즉 도다는 “니치렌 대성인의 가르침은 우주의 대생명을 발휘
하는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은 오직 일련정종에만 존재한다”고 말한다.
종교학 연구 78
교리가 ‘생명’ 및 ‘우주’라는 말로 바뀐 것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우주=
생명은 대어본존(大御本尊)과 동일시된다. 대어본존이란 니치렌이 삼대비법
으로 말법의 중생에게 전한 본문의 다이모쿠(題目), 본문의 본존, 본문의 계
단이 총집약되어 있는 대만다라를 가리킨다. 이 대어본존이야말로 우주 생명
력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대만다라에는 본불(本佛)로 신앙되는
니치렌의 깨달음과 생명이 면면히 살아 있으며, 그 위대한 생명력을 지닌다
면, 고통으로 가득한 이 삶을 즐겁게 누릴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해탈이다.
위대한 생명력이야말로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는 대어본존을
믿음으로써만 얻을 수 있는 큰 영험이다. 이 대어본존을 향해, 대어본존과
일련성인과 내가 구별이 없음을 믿고 감사하며 열심히 다이모쿠를 창할 때,
우주의 리듬과 내 리듬이 조화하여 우주의 대생명이 내 생명과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대어본존에 일련대성인의 깨달음 즉 우주의 생명에 관한 진리
(一念三千)가 직접 구체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진다. 요컨대 석가가
법화경 적문(전반부)에서 설한 “리(理)의 일념삼천”에 대해 니치렌의 삼대
비법은 “사행(事行)의 일념삼천”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생명은 인간의 삶 구석구석에 나타나는 것이 된다. 우리의 생명
에는 세정(洗淨)의 이법(二法)이 존재한다. 맑은 생명(淨法)은 외계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우주의 큰 리듬과 조화하여 생명이 유전되므로
결코 무리가 없다. 이런 생명이야말로 위대한 생명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다. 그런데 생명의 세법(洗法)은, 생명이 여러 가지
유전의 도상에서 잘못된 생활에 물든 것을 말한다. 욕심, 분노, 어리석음,
질투 등으로 인해 오염된 생명은 우주 리듬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생명력
을 시들게 한다. 말법에는 악인이 많다. 그럴수록 사랑이 필요한 시대인데
실제로는 사랑이 너무 결여되어 있다. 하지만 인간은 붓다의 지혜를 통해
사랑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절복(折伏)을 통해 청정한 생명력을 회복시키는
것이야말로 구체적인 사랑의 행위이다(島薗進, 1995: 367-374쪽).
이러한 도다의 생명론에서 니치렌은 자비 그 자체이며, 우주만물은 모두
가 붓다의 실체라고 간주된다. 그 우주 본연의 모습은 사랑(자비)이며, 우주
는 붓다의 모습 그 자체다. 요컨대 도다의 생명론은 우주=생명=사랑=붓다=
인간, 이런 식의 동심원적 동일화로 가득차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도다의 생명론에는 전통적인 일련정종의 교학과는 사
뭇 이질적인 새로움이 내포되어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창가학회(創價學會)에 대한 일고찰 79
Ⅳ. 창가학회와 불교혁신
일련정종은 니치렌의 직제자 6인방 중 한 명인 닛코(日興)에 의해 1279
년에 창시되었으며 후지 대석사(大石寺)를 중심으로 하는 종파이다. 이 일
련정종의 특징으로는 다음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일련정종은 니치렌
에 의해 불법의 궁극으로서 제시된 만다라 본존(本門의 本尊=大御本尊), 만
다라본존을 안치하는 장소인 계단(本門의 戒壇), 불법의 구극인 나무묘법연
화경을 창하는 다이모쿠(本門의 題目), 이 세 가지가 말법시대에 불교신앙
의 핵심이라고 하는 이른바 ‘삼대비법’을 주장한다. 특히 후지 대석사야말로
본문의 계단이며, 1279년이래 거기에 안치되어 있는 대만다라 본존이야말
로 지고의 존재라고 여겨진다. 둘째, 일련정종에서는 니치렌의 존재와 그의
가르침을 석가의 존재 및 가르침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것으로 간주한다.
즉 니치렌이야말로 석가보다도 더 뛰어난 궁극적인 부처라는 것이다. 이것
을 일련정종에서는 ‘니치렌 본불론(本佛論)’이라 한다. 셋째, 이 니치렌 본불
론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풀어 말하면 일련정종의 불교개시사관(佛敎開示史
觀)이 된다. 법화경 수량품 제16에 보면 지금까지 최고의 각자라고 믿어
져 온 인도의 석가는 보다 보편적인 부처의 한정적인 현현에 불과하다고
설해진다. 이때 보다 보편적인 부처는 ‘구원실성(久遠實成)의 석존’으로 묘
사된다. 그런데 일련정종에서는 이 ‘구원실성의 석존’보다 더 앞선 지고존재
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법으로서는 나무묘법연화경이며 인간으로서는
‘무작의 본불’이라는 것이다. 니치렌은 바로 이러한 지고존재가 다시 태어난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넷째, 일련정종의 관심론(觀心論)을 들 수 있다. 니
치렌의 관심본존초(觀心本尊抄) 에 의하면, 지의(智顗, 538-597)12)의 ‘일념
삼천(一念三千)’의 교설에 의거하여 본존을 믿고 다이모쿠를 창하는 것이
성불의 길이며, 그것이 바로 불교의 핵심이다. 이때 일념삼천의 ‘삼천’이란
모든 존재,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십계(十界)’, ‘십여시(十如是)’, ‘삼세간(三
世間)’에서 서로 얽힌 세계를 가리킨다. 이 중 십계란 ‘지옥, 아귀(餓鬼), 축
생(畜生), 수라(修羅), 인간, 천(天), 성문(聲聞), 연각(緣覺), 보살, 불’이라는
중생의 열 가지 존재양태를 가리키는데, 그 각각은 다시 열 가지를 각자
자기 안에 구유하고 있다. 말하자면 지옥 안에 다시 십계가 있다. 이를테면
12) 중국 천태종의 개조. 법화경 을 최고의 경전으로 하는 교상판석에 입각한 명상(지
관, 좌선, 관심)의 이론과 실천체계에 대해 기술한 저술로 마하지관 이 있다.
종교학 연구 80
지옥 안에도 부처가 있고, 부처 안에도 지옥이 있다는 식이다. 이를 ‘십계
호구(十界互具)’라 한다. 이로부터 백가지 세계가 나오는데, 여기에 십여
시13)와 삼세간14)이 합쳐져 총 삼천개의 세계가 된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삼천세간이 일념에 의해 파악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일념삼천이다. 그 일
념삼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마음 안에 부처가 있다는 깨달음이다. 관
심이란 다름 아닌 이와 같은 일념삼천을 깨닫는 것이다. 이는 중생이 살아
있는 몸 그대로 부처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다섯째, 있는 그대로의 중
생이 그대로 깨달음의 경지에 있다고 주장하는 일본 천태 본각사상에서는
‘일념삼천’을 ‘즉신성불’과 결부시켜 이해했다. 니치렌의 저술 관심본존초
등에서도 그런 생각이 전제로 깔려 있다. 일련정종은 니치렌 사후, 본각사
상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즉신성불’을 지향해 왔다. 그리하여 본존과 다이
모쿠가 그대로 일념삼천을 구체화한 것이며, 명상으로서의 ‘관심’이 아니라
창제로서의 ‘관심’의 실천에 의해 즉신성불이 실현된다고 보았다. 일련정종
에서는 이를 ‘사(事)의 일념삼천’이라 하여 천태지의가 설한 ‘리(理)의 일념
삼천’과 대치시킨다. 이리하여 일련정종에서는 대어본존을 믿고, 다이모쿠를
창하는 것이 그대로 즉신성불의 실현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이 이
누추하고 나약한 몸 그대로 붓다의 경지에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을까?
옥중의 도다가 직면한 것은 이런 문제였다. 도다는 바로 ‘붓다는 생명이다’
라는 생각으로 이 문제를 푸는 실마리로 삼았던 듯싶다.
우리가 도다에 의한 혁신을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대목에서이다.
도다의 생명론은 ‘즉신성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준다. 나무
묘법연화경이라고 창할 때 스스로 부처의 경지에 있다는 것을 그는 ‘부처는
생명이다’라는 개념으로 이해한 것이다. 즉 도다의 생명론의 내용은 즉신성
불의 생명주의적 이해라고 바꿔 말할 수 있겠다. 이를 다시 이렇게 풀어
말할 수 있으리라. 즉 붓다와 인간의 생명, 붓다와 현세의 모든 존재들은
다 동일한 생명을 나누어 가지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신앙으로써 대어본존
의 생명과 일체가 될 수 있으며, 또한 행불행의 여러 양상을 지닌 구체적
인 생명활동으로서의 삶을 생명력이 넘치는 절대의 행복으로서의 성불 상
태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을 타자에게 전해주는 삶이야말로
참된 불교적 인생이다.
13) 如是相, 如是性, 如是体, 如是力, 如是作, 如是因, 如是緣, 如是果, 如是報, 如是本末
究竟.
14) 五바世間, 衆生世間, 國土世間.
창가학회(創價學會)에 대한 일고찰 81
이로써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첫째, 도다에게 있어 불교
란 전적으로 현세적 삶을 추구하는 것으로서 이해된다. 대어본존=붓다는 생
명력의 원천이며 현세이익을 실현시켜 준다. 물론 불교가 추구하는 성불이
라는 인생의 목표는 절대적인 것이며, 행복이라는 것이 그런 궁극적인 목표
와 결부된다. 행복은 생명력의 충일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성불이
란 바로 이 세상에서 실현해야 할 것으로 파악된다. 둘째, 도다는 궁극적
존재와의 연관성을 현세적 실재의 차원에 귀속시켜 이해했다. 생명이라든가
생명력이란 것은 현실 속에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이지 않으면 안되며
붓다도 그렇다. 즉 붓다와 같은 궁극적 존재 또한 감각적으로 몸의 차원에
서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신앙의 차원과 세속적인 앎의 차원,
종교와 과학의 차원은 생명을 매개로 하여 서로 연결되어 있다. 셋째, 도다
에게 있어 종교적 자기변혁과 현세에 대한 적극적 참여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성불이란 것은 외면적인 일상생활과 분리된 내면적 사건 혹은 사후
세계에서 체험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성불은 일상생활 속에서 그 변혁을
통해 체험되는 것이다. 생명이란 것은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
이다(島薗進, 1995: 367-381쪽).
이와 같은 도다의 관점은 일본 불교의 구원론적 구조에 큰 혁신을 초래했
다고 보여진다. 종교학자 시마조노는 이를 “생명주의적 구원관으로 특징지워
지는 현세구원사상의 수립이라는 종교사상의 혁신”으로 설명한다(島薗進,
1995: 382쪽). 즉 도다의 생명론은 일본 신종교의 생명주의적 구원관15)의
15) 쓰시마 미치히토(對馬路人) 등은 “신종교에 있어 생명주의적 구원관”이라는
논문에서, 흑주교, 금광교, 천리교, 대본교, 영우회, 생장의 가, 입정교성회,
PL교단, 창가학회, 세계구세교, 천조황대신궁 등 19세기초에서 현대에 이르
기까지 성립한 일본 신종교 제교단 가운데 대표적인 11개 교단의 구원사상
에 관해, 우주의 본체(우주관), 종교적 근원자(신관), 인간의 본성(인간관), 생과 사(생사관), 악과 죄(선악관), 구원방법, 구원의 상태 등 8개 항목에 걸
쳐 고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종교의 구원사상에는 ‘생명주의적 구원관’이
라 불릴 만한 공통된 사유양식이 깔려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 논문의 핵
심적인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신종교 교의의 핵심은 ‘우주=親
神=생명’으로 보는 우주관 및 신관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 ‘근원적 생명’의
관념에 있다. 이런 의미에서 신종교의 구원사상을 ‘생명주의적 구원관’이라
부를 수 있다. (2) 이러한 ‘생명주의적 구원관’에 있어, 인간은 기본적으로
‘소우주=대우주’의 틀 안에서 이해되며, 거기서 소우주로서의 인간은 ‘근원
적 생명=우주=親神’에게서 비롯되었고 또한 생명을 부여받아 살아가는 ‘신
의 분신’ 혹은 ‘신의 자녀’로 간주된다. (3) 신종교 교조는 생명력에 가득 찬
그의 생애로써 구원받은 인간의 모델로서의 生神으로 신앙된다. (4) ‘생명주
의적 구원관’에 있어 악이란, 생명력의 쇠약 혹은 조화의 상실에 다름 아니
종교학 연구 82
전형적 사례라는 것이다.16) 한편 그렇다고 해서 신종교의 현세구원사상을 단
순히 ‘현세긍정’의 사상으로 파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신도와 민속종교
의 애니미즘, 혹은 일본불교의 특징인 천태 본각사상17)도 현세긍정적이기 때
문이다. 그런데 신도나 애니미즘의 경우는 ‘구원’이라는 관념이 희미하다. 한
편 본각사상은 현세긍정적이면서 구원을 지향하는 사상이다. 그렇다면 전통
적 불교의 본각사상과 신종교의 생명주의적 구원관은 어디가 다를까? 지금
까지 살펴 본 창가학회의 사례는 이런 문제를 고찰하고자 할 때 좋은 사례
였다. 전술했듯이, 창가학회 종교사상의 토대는 일련정종의 교학인데, 그것은
본각사상의 강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마쿠라 신불교들은 대체로 사상
의 핵심부분에서 본각사상의 영향을 받았다. 호넨(法然)이나 도겐(道元)에 비
해 신란(親鸞), 잇펜, 니치렌이 더 현저하다. 니치렌의 저술 관심본존초 는
특히 본각사상이 중심이 되어 있다. 일련정종은 이 관심본존초 사상에 입
각하고 있다. 일련정종의 성불관은 붓다와 범부가 대립되고 범부가 자신의
본질을 부정하여 붓다로 바뀐다는 이원적 발상을 거부한다. 그보다는 번뇌가
곧 보살이고 사바세계가 곧 적광이라는 일원론적 관점을 선호한다. 그리하여
일련정종의 사상에서는 범부가 그대로 자기 안에 불계를 구비하고 있으며,
대어본존을 받듦으로써 즉신성불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창가학회는
이와 같은 일련정종의 본각사상적 구원관을 일본 신종교에 공통된 생명주의
적 구원관으로 변용시켰다는 것이 앞서 인용한 시마조노의 관점이다(島薗進,
1995: 385쪽). 바로 이 점에서 창가학회는 사상적으로 현대 불교혁신운동이
자 동시에 신종교로서의 양가적 측면을 지닌다고 말할 수 있다.
다. 따라서 이때 ‘악으로부터의 탈각=구원’은 생명력의 회복 혹은 ‘근원적
생명’과의 조화의 회복으로 이해되며, 그런 구원은 내세가 아닌 현세 속에
서 실현되는 것으로 관념된다. (5) ‘생명주의적 구원관’은 기본적으로 애니
미즘적인 농경적 심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기서는 현세이익과 구원이 모
순없이 공존하고 있으며, 밝고 낙관적인 현세중심주의가 주된 기조를 이루
고 있다. (6) ‘생명주의적 구원관’은 민속종교를 기반으로 형성된 것이며, 기
성종교와의 관계에 있어 불교적 내세구원관을 대체함으로써 장식불교와의
분업관계를 구성했다고 하는 종교사적 의의를 가진다(박규태, 1996: 29-30쪽
및 對馬路人(외), 1979 참조).
16) 물론 창가학회의 경우는 마음의 조화가 그다지 강조되지 않는다는 점, 먼 과거의
대어본존과 니치렌이 숭경된다는 점에서 여타 신종교와의 차이를 보여 준다.
17) 본각사상은 (1) 이원적 상대적인 현실을 넘어선 불이(不二) 절대의 세계를 규명,
(2) 거기서 현실로 되돌아와 이원적 상대적인 현상들을 불이, 본각의 나타남으로서
긍정하는 사상이다.
창가학회(創價學會)에 대한 일고찰 83
나오는 말
본고의 서두에서 창가학회와 일련정종 사이의 갈등에 대해 언급했었는데,
그 갈등은 1990년 11월 16일 도쿄의 도다기념강당에서 개최된 창가학회
“제35회 본부간부회, 제3회 도쿄총회”에서 이케다 명예회장의 연설을 녹음
한 테이프가 직접적인 발단이 되었다. 일련정종의 최고 성직자 아베(阿部)
법주 이하 종문 승려들은 이 테이프에 녹음된 연설내용을 듣고 경악했다.
무엇이 이들을 분노하게 만들어서 급기야 동년 12월 27일, 이케다 명예회
장이 일련정종 교단 내에서 맡고 있었던 총강두(總講頭, 신도대표직) 직함
을 해임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이케다는 연설 가운데 “법주란 자리는 신도
들의 행복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돼. 그건 권력이 아닙니다.” “모두가 다
대어본존의 신자입니다. 승려라고 뭐 다른가요?”라고 역설했는데, 이것이
법주와 승려를 경시하는 입장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었다. 바꿔 말하자면
창가학회와 일련정종 사이의 대립과 반목은 재가불교와 출가불교 사이의
갈등이라고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가치의 창조 즉 창가작용
을 중시하는 창가학회가 기성의 권위를 다 수용하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된
갈등이기도 했다. 재가불교와 출가불교의 상관관계는 방금 언급한 창가학회
의 혁신적 측면(일련정종의 본각사상적 구원관을 일본 신종교에 공통된 생
명주의적 구원관으로 변용시킨 측면)과 더불어 함께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문제인
데다가 불교에 대해 문외한인 필자의 시야를 벗어나는 문제로 여겨지므로
차후의 과제로 남겨두는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는 다만 재가불교의 정당성
을 주장하는 창가학회측이든, 출가불교의 권위를 내세우는 일련정종측이든,
파문 사태를 둘러싸고 상호간 원색적인 공방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극단적
인 결벽증과 공격적인 독선주의를 노출함으로써 보다 성숙한 종교의 모습
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에 머물고자 한다. 진속이 다른
것이 아니라는 본각의 깨달음이나 혹은 생명과 죽음의 얼굴이 둘이 아니라
는 무서운 진실을 양측은 왜곡된 방식으로 입증해 보여준 듯한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가학회가 1995년 새로운 “SGI헌장”에서 타종교에 대
한 존중 그리고 타종교와의 대화 및 협력 원칙을 내세웠다는 사실은 매우
희망적인 서광으로 비쳐진다. 이는 타종교에 대해 극단적인 배타성을 보였
던 니치렌 이래 일련종 불교종단 및 법화계 신종교들에게 공통적인 성향
종교학 연구 84
즉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체질이 개선될 가능성을 보여 주는 조짐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창가학회가 보다 열려진 신앙체계를 지향할 때 그것이 지닌
가치론적 혁신주의와 생명론적 에너지가 말 그대로 참된 평화를 위한 토대
가 되어 줄 것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창가학회(創價學會)에 대한 일고찰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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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 연구 86
<Abstract>
A Study on Soka Gakkai
―Renovation of the Japanese Buddhism ―
Park, Kyu-tae
Soka Gakkai(創價學會), established in 1930 by a distinguished
pedagogist, Makiguchi Tzunesaburo (牧口常三郞, 1871-1944), is said to be
the biggest religious order among contemporary Japanese new religions.
This paper investigates the renovative aspects of Soka Gakkai which has
come to characterizes Japanese Buddhism.
Soka Gakkai has been separated from Nichirenshoshu (日蓮正宗), a
sect of Japanese Buddhism to which it originally belonged until 1993.
This suggests that Soka Gakkai as a Zaike (在家) group of believers has
made a declaration of a new identity totally different from Shukke (出
家), a form of Buddhism like Nichirenshoshu. This does not necessarily
mean that Soka Gakkai gave up all the teachings of Buddhism.
This paper concludes by suggesting that Soka Gakkai can be regarded
as a renovation of the Japanese Buddhism from the perspective of not
only Makiguchi's discourse of value (價値論), but also from Toda Josei's
(戶田城聖, 1900-1958) teachings about life (生命論).
첫댓글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근데 너무 길고 중간에 연결이 끊어지는 부분이 있으므로 조금만 정리를 해서 나누어서 올려주시면 어떨는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내용이 좋다고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