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스승
오종락
계단은 인생의 스승이다. 세상사 부침의 이치를 말없이 일깨워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엔 무언의 가르침을 주는 물건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까운 곳에서 내 자신을 늘 되돌아보게 하는 계단은 훌륭한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 아닐까 한다. 그동안 무심히 계단을 오르내렸던 나는 이런 계단의 가르침을 놓치고 살아온 것 같다. 계단을 단순히 편리한 오르내림의 수단으로만 여기며 그냥 지나쳤기 때문이다.
어제 저녁나절 체력 단련장에 가기 위해 복도 방화문을 열었다. 소슬바람 한줄기가 계단 창문 틈으로 날아들며 등줄기를 서늘하게 했다. 내려가는 첫 계단을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 내디뎠다. 순간 찌릿하고 시큰한 무릎의 통증이 온몸으로 전해왔다. 그동안 오르는 계단에서 느껴보지 못한 이상야릇한 신호다. 이는 인생의 ‘가을 또래’에 진입한 내 몸의 상태를 알려주며 이제 마음도 ‘방화착放下着’하라는 듯했다.
이처럼 계단이란 스승은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내림의 의미가 무엇인지 인간의 신체 구조를 통하여 일깨워 주는 것 같다.
계단은 말한다. 나를 오를 땐 과욕을 부리거나 과속을 금하라고 한다. 가파른 계단은 인체의 상부에 위치한 심장이나 폐에 무리를 준다. 이처럼 높은 위치로 올라갈수록 반드시 그 대가가 따름을 일깨워준다. 항상 고개를 숙이고 서서히 조금씩 겸손하게 오르라고 일러준다.
또 내려갈 땐 더욱 조심하라고 한다. 화나고 속상한 일이 있다고 낙담하여 함부로 발을 내딛거나, 혹여 승리에 도취되어 모든 게 눈 아래 보인다고 자만을 경계하라고 한다. 하강 계단에선 한 발자국의 실수는 인체의 아랫부분에 위치한 무릎과 발목을 다치게 함은 물론 넘어지기라도 하면 몸 전체를 상하게 할 수 있음을 가르친다.
계단은 평소 자신을 밟고 지나가는 이에게 늘 일깨워 주고 있다. 인생사의 흐름과 수많은 현상도 바로 내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나를 통하여 느껴보라고 한다. 세상사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듯이, 세상 어딜 가도 계단이 존재하지 않는 곳은 없으며, 인간 만사도 계단처럼 오르내리는 법이라고 일러준다. 지위․권세․재물.건강 등은 물론 온갖 번뇌와 집착, 원망, 스트레스도 계속 상승곡선만을 그리지는 않는 법이라고 자신의 모습으로 말해준다.
계단은 자신을 쿵쿵 밟으며 지나가는 철부지 인간들에게 한 마디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고갯길을 무심히 오르내리는 나그네여! 그대는 내 모습을 살피며 반면교사로 삼지 않고 그냥 지나치면 언제 철이 들겠소?”라고 안타까워한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이처럼 큰 가르침을 주는 계단의 깊은 뜻을 알아채지 못한 나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고 보면 나의 인생사의 그림자도 그동안 내가 무심히 오르내린 인생길 계단 곳곳마다 오롯이 녹아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마음속의 초점만이라도 안전한 행복의 계단에 맞추고 싶다. 괴테는 행복은 “희망만 있으면 싹이 튼다.”고 했다. 이를 한번 확인도 해볼 겸해서 말이다. (19.10.20)
첫댓글 계단은 인생의 스승, 그런데 그걸 가슴으로 느끼는데는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글속에 나타난 삶의 계단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나도 그 나그네로 지금까지 살아왔음을 생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계단의 가르침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어느듯 계절은 가을철이고, 인생의 후반기라 이제라도 사물을 보면서 배우고 느끼는 감성은 길러보겠습니다. 행복은 희망만 있으면 싹이튼다고 하니 청년기라 여기며 활동해 보겠습니다.큰 울림을 주는 좋은 글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계단은 인생의 스승이다. 그런것 같습니다. 계단은 단순히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공간이면서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무언가깨닭고 가르침이 있다는 걸 은연중 느끼게 합니다. 그 가르침을 일깨워 주는 철학적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계단은 스승이다.읽을수록 정답이다 싶습니다.한계단 한계단 오르면서 목적지를 향하여 올라갔던 갓바위가 눈에 선합니다.부처님께 소원을 빌려고 간것도 아니고 정상을 향해 다 오르겠다는 성취감을 생각해서 한계단씩 올랐는데 정상에 도달하니 불교신자도 아니지만 저절로 입에서 부처님 당신을 보기위해 올라왔습니다라는 말이 흘러 나왔습니다.글속에 선생님글을 다시 되뇌어 봅니다. 계단은 스승이다. 잘 읽고 갑니다..
계단을 오르는 마음은 수행자의 마음과 일맥상통해 보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과욕을 부리지 않고, 힘이 들고, 홀로서기를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다 보면 목적지가 있듯이, 우리는 성자는 못되더라도 인격을 갖출 수는 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이제 계단을 스승으로 느낄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때는 도전과 극복의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겸손을 가르쳐 주는 존경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계단에서 배우는 인생의 교훈을 잘 새겨야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도 계단을 올라보면 그날의 몸의 컨디션을 느끼게 됩니다. 몸이 가벼운 날이 있고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이 쇳덩이처럼 무거울 때도 있습니다. "계단이 인생의 스승이다."라는 명제를 찾아낸 혜안이 대단하십니다. 잘 읽었습니다.
계단을 급하게 오르 내릴대는 넘어지기 쉽고 위험하지만 한걸음 씩 뚜벅뚜벅 오르 내릴때 그 계단은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우리 삶도 그런 것 같습니다. 계단은 인생의 스승이다라는 말씀이 와 닿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나이 들어갈 수록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해서 오르내리게 됩니다. 목적없는 계단이 없듯이 목적없는 오르내림도 없는 것 같습니다. 목적을 생각하며 한 단, 한 단, 최선을 다하는 삶이 올바른 삶임을 계단은 가르쳐 주는 듯 합니다. 계단을 오르 내릴 때 선생님의 명재, 계단은 스승이다.. 라는 말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계단을 오르고 내려가는 모습이 인생과 같습니다. 간혹 지하철 계단에서 급한 나머지 한꺼번에 여러 계단을 걷는 사람을 봅니다. 서둘지 말고 차근차근 걸어가야 합니다. 결국은 천천히 걷는 사람과 같이 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