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송이처럼 너에게 가고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에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싶다
-문정희 겨울사랑 전문-
따스한 겨울, 눈은 따뜻하고
포근하다. 그 따뜻한 생애 속에 뛰어든 동심... 윗집 영인이도 영인이 친구도, 우리 동네 아이들도, 나도 집사람도 그렇게 머뭇거리지 않고,
서성대지 않고 그 하얀 생에 속에 뛰어들어 마냥 기뻐했다.
썰매를 끌고, 미끄럼을 타며 눈을 뭉치고 마냥 끼뻐하는 것은 어린아이나
중학생이나 우리 부부나 같았다. 저 아름다운 동심, 그 동심이 우리를 하나되게 한다. 내 고향은 그런 추억을 만들어준 그리움이다. 눈이 올것
같은 겨울 밤을 기다리다 지쳐 잠이들고, 방문 열고 나온 새벽세상이 온통 눈으로 덮여 있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눈을 비비며 뛰쳐나와 기뻐했던
순간으로부터 눈사람을 만들고 미끄럼을 타고, 설매를 타며 토끼몰이로 정신이 없다. 강아지도 덩달아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개들은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발 사이로 눈이 끼어 근질거려 뛴다고 그렇게들 말했다. 그것이 사실인지 지금도 궁금하다.
동심이 사라져 가고 있다. 눈 사람을 찾기란 참으로 어렵다. 눈 사람은 겨울의 상징이었다. 골목과 집안 마당에 크고 작은 눈 사람이 따뜻한
겨울을 만들었다. 그 형태도 각각이었다. 눈 사람을 만들며 추억을 키워나가는 동심이 존재할 때 건강한 사람이 된다. 방 안에 꽁꽁 묶여
머뭇거리고 있다면 과감히 저 하얀세상 밖으로 몰아내야 한다. 눈 싸움을 하고 미끄럼을 타고 멋진 눈 사람을 만들도록 해야한다. 엄마 아빠들이 이
대열에 함께 참여 해야한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 어린이들이 고향이 있는가? 아름다운 추억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가? 마음속에
존재하는 고향을 상실한 오늘의 아이들에게 추억이라도 만들어 줘야한다. 세상을 훨훨 날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막대한 돈을 투자하여 해외여행에
골몰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자연 현상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즐기도록 해줘야 한다.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참으로 가치 있는 것들이 그곳에
존재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얼마나 기다렸나. 그리고 기도했는가? 사랑하는 연인이 존재할 때는 더욱 그랬다.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 젊은이들은 활기가
넘치고, 그렇지 못한 젊은이들은 친구끼리 모여 낭만을 즐기기도 한다. 자정미사는 나의 온생애를 장식해온 가장 엄숙한 시간들이었다. 시골마을
공소에서 대전의 대흥동 성당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25일 서산이 하얗게 물들었다. 미사 후 산을
향하여 달려가고 싶었다. 기회를 놓치고 아쉬움에 놓여 있을 때 함박눈이 펑펑 쏟아진다. 뛰쳐나간다. 그곳에는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동심들이
모여 미끄럼을 타며 마냥 신나했다.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다. 유치원에서부터 중학생까지... 같은 동네에서 살면서 만나지 못했던 누나 동생이 형과
아우와 오빠들이 함께 했다. 그 대열에 우리 부부도 끼었다. 저 아름다운 천진난만한 아이들 속에는 천사가 존재했다. 천국이 따로 있겠는가. 저
속에 천국이 존재한다. 미끄럼을 타고 내려올 때 그 짜릿한 순간은 잠시고 다시 미끄럼 틀을 메고 올라가는 일은 힘에 겨운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오른다. 중학교 2학년인 영인이와 친구는 비닐봉투에 방석을 넣어 미끄럼 기구로 만들어 타고 있다. 감히 저 아이들에게 누가 '너 공부 안하고
뭐하는 짓이야' 이렇게 말할 수 있겠는가? 누가 감히 저 아이들에게 '요즘 애들은 낭만을 몰라' 이렇게 말할 수 있겠는가
눈에 덮인 차들이 정겹다. 거북이 운행을 하는 차량행렬 또한 스릴이 있다. 종종걸음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아름답다. 조심조심, 할머니의 구부러진
허리가 더욱 휘어진 모습은 아슬아슬하다. 하얀 눈꽃송이가 벌거벗은 나뭇가지에 활짝 피어 우리를 기쁘게 한다. 그 모습이 다양하다. 나무의
형태만큼이나 제각각으로 피어난 아름다운 흰 꽃...
우리도 한 송이 하얀 백합으로 피어나 향기를 내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