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오장환문학상
사막의 시 / 김학중
시인은 사막으로 떠났다
그 사막의 이름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그가 그 사막을
모든 사막이라고 불렀다는 것 외에도
휘파람을 불며 떠난 그 길을
비단길이라 이름하고 그 길을 떼어냈다
길은 완전한 단절을 통해
자기의 이정표를 만든다고
그렇게 누구도 지난 적 없는 걸로 되돌려주는 일이
길의 배려라고 했다는데
건조하게 말라 가는
여행자들의 고된 신음 소리를 따라
어떤 민족의 언어도 아닌
모든 언어의 끝
그 끝의 사구를 오르기 위해
그는 길에서 떠나고 또 떠났다
모래바람이 사구들의 자취를 지우고
새로운 사구를 만들 듯이
그 자신이 사막이 되려는 듯
사막을 향해 나아갔다
그곳으로 나아가 그 자신마저 내려놓고
우주의 어둠마저 모래들로 되돌려 놓는
사막에서 사막의 언어를 마주하려고
그 검은 언어의 관을 쓰려고
우주가 광대한 어둠의 광휘 속에서
고독하게 서서
태동시키는 언어
그 별들의 세계로 가려고
시인은 시인마저 길게 벗어 두고
시는 자신의 사막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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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따르면 오장환 문학상 운영위원회는 김 시인의 시집 「바닥의 소리로 여기까지」(걷는 사람 시인선 67)를 '15회 오장환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김백겸·배한봉 시인과 유성호·홍용희·하재연 교수가 '오장환 문학상'을 심사했고, 최현철 교수와 김성규 시인이 '오장환 신인문학상' 심사를 맡았다.
'오장환 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수상 시집인 「바닥의 소리로 여기까지」에 관해 "보다 더 현실과 밀착하면서 첨예한 알레고리와 상징을 두루 구축해 낸 다면적 시집"이라며 "현실과 비현실, 언어와 사물, 생성과 소멸의 질서를 한마음으로 묶으면서 이 시대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구성한 리얼하고도 모던한 작품"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