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김용섭 지음 『UNCONTACT』
우리는 코로나19의 팬데믹 선언과 함께 강제 또는 자발적 고립을 경험하면서 비대면의 시대가 실생활이 되었음을 보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그 본질성과 방향성을 잡아줄 만한 책이 있다. 트랜드 분석가, 김용석의 『언컨택트』이다.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짐작이 가지만 이 트랜드의 전방위적인 분석이 매우 흥미롭다.
욕망의 문제
"비대면의 위상이 높아지는 계기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욕망의 문제다. 사회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는 것도 결국 우리가 가진 욕망이 바뀌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대로 변화하는 것이다.” 저자는 언컨택트에 대해 인간의 진화된 욕망으로 표현한다. 언컨택트의 필요성은 ‘불안과 편리’의 심리를 기반으로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우리 시대의 모습에서대두되고 있다.
일상에서의 언컨택트
우리는 고도로 발달된 네트워크의 기술적 발달로 초연결 시대를 살고 있으며 그에 따른 소통의 문제와 중요성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를 해왔다. 연결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내면에는 단절에 대한 욕망이 있다. 과도한 연결에서 오는 갈등과 피로, 감정 소모에 대한 거부는 언턴택트의 방향을 나타낸다. 연결은 되어야 하지만 접촉은 피하고 싶은 욕망이 대면을 하지 않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도록 만드는 기술을 부추긴다.
비즈니스에서의 언컨택트
원격근무에 대한 관심과 실현은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것은 아니다. 이미 미국은 원격근무를 하는 직장인의 비율이 2016년 기준 46%였다. 미국의 회사들은 원격근무에 대한 효율성을 체감하고 더욱 비율을 늘리고 있는 추세인데 왜 한국에서는 그동안 통하지 않았던 걸까? 바로 '만나야 일이 되지'라고 생각하는 한국식의 문화의 관성을 깨지 못한 탓일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원격근무나 대학의 원격수업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 이상 기득권의 권위와 위계질서가 앞으로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공동체에서의 언컨택트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사람과 사람간의 끈끈함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단절과 고립은 싫다. 요즘 우리는 이것을 '느슨한 연대'라고 표현한다. 즉, 검증된 사람들끼리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거나 혼자와 함께의 중간지점을 원하는 욕망이다. 컨택트 시대에 태어나 관계의 끈끈함으로 정치, 경제, 사회적 카르텔을 만들며 살아 왔지만 쉽게 표현하지 못했던 불편함이 코로나19사태와 맞물려 드러나고 있다.
견제와 투명성
모든 변화와 혁신은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위기가 된다. 우리는 몇 년 전부터 4차 산업 혁명에 대한 수 많은 뉴스와 강의를 들어왔지만 크게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언젠 가는 올 세상이겠지만 당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컸지만 코로나19는 우리가 맞이해야 할 세상을 당장 코 앞에 갔다 놓았다. 이로 인해 수혜를 받는 사람과 분야가 분명 있겠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소외계층과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 될 것이다. 지금까지 양극화 문제는 경제적 측면에서 논의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양극화가 목숨과 연결되는 지점까지 왔다. 고용 없는 성장시대에 언컨택트 기술은 노동소외의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이 기술을 이용하기 위한 디바이스가 없거나 적응하지 못한 계층의 소외를 초래하고 있다. 사회는 빠르게 변화고 그 변화의 브레이크는 없어 보인다. 저자는 견제와 투명성이 언컨택트 사회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맞이할 미래가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는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과연 모든 기술적 발전만이 우리가 원하는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책 익는 마을 유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