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자랑스럽게 느껴진 하루였다. 최희섭도 그랬고, 그를 취재하기 위해 한국에서 파견된 특파원들도 그랬다.
플로리다의 최희섭은 7일(한국시간) 프로플레이어 스타디움을 찾은 5만5000여 관중 앞에서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기개를 마음껏 뽐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포지션플레이어로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그는 해내고 있다. 수많은 미국기자는 최희섭과 한국야구를 알기 위해 바쁘게 돌아다녔다. 자신들이 쓰는 헤드라인을 한국에서는 어떻게 쓰는지 물으면서 한국어에도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플로리다 말린스가 중남미 출신과 미국 선수들이 주축이 된 팀이지만 이날은 완전히 ‘한국의 날’이었다. 경기도 폭스스포츠 TV를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좁게는 최희섭이 ‘전국적 스타’로 얼굴을 알린 날이었지만 넓게 생각하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미국 전역에 알린 날이기도 했다.
폭스스포츠의 해설자인 크레이그 미네비니는 최희섭이 홈런을 치자 프레스박스로 마이크를 들고 찾아와 기자에게 즉석에서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다. 미네비니는 “최희섭이 오늘 홈런을 친 것이 한국에서 얼마나 큰 뉴스가 되느냐”며 궁금해했고, “한국의 배리 본즈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스포츠서울은 독자들에게 최희섭의 개막전 활약상을 전하기 위해 최종 마감시간을 두 시간이나 늦췄다”고 기자가 답하자 깜짝 놀라면서 최희섭의 한국 내 위상과 팬들의 관심도에 감탄했다. 미네비니는 경기 직후에도 그라운드로 나가 이날 승리의 주역인 최희섭을 인터뷰했다.
그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의 긍지를 높인 선수로는 텍사스의 박찬호와 보스턴의 김병현, 뉴욕 메츠의 서재응 등이 있다. 이들은 최정상의 선수가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시대를 열면서 한국야구의 저력을 알리는 데 매우 큰 몫을 했다. 한국에서 온 선수들이기에 당연히 한국어와 한국인에 대한 홍보대사 구실도 함께했다.
최희섭은 또 다른 차원의 야구선수다. 투수와 달리 홈런을 치는 타자의 특성상 극적인 감동을 팬들에게 전할 수 있다. 빅리그 선배인 박찬호와 김병현이 일궈놓은 튼튼한 터전 위에서 최희섭은 새로운 차원의 ‘자랑스러운 한국인상’을 미국인들에게 심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