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현대미술 초대전 산전수전(山傳水展)

[song 송옥호]

현대미술 초대전 산전수전(山傳水展)
-영호남 작가들의 남도미술 방향성 모색!

*주최: 거제시문화예술재단
*일시: 2006. 4.26 ~ 5.22
*거제문화예술회관 미술관

*작가:김대원, 진원장, 한희원, 최재영, 윤남웅, 정기현, 박수만, 김상연, 이구용, 조광석, 김정연, 김홍희, 최소영, 이나영, 오순환, 강민경, 배지민, 허양구, 박영호, 박현호, 이임호, 김광수, 이재구, 조영재

*기획의 변

21세기형 해양문화관광도시를 지향하는 거제시는 청정해역을 끼고 동서 지역갈등의 틈바구니에 있으면서 그 교량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도시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다가올 문화의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지리학적 역할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의 첨병 역할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의 현대미술은 일반 관람자의 이해도 불필요할 만큼 독선적으로 저 멀리 나아가고 있습니다. 일반시민들도 예술문화에 대한 향유권에 대한 기대는 더 더욱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일반시민들이 이해하고자 한다 해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 것인지, 이러한 불일치는 문화예술의 균열로 보여 집니다.

지역 정체성을 살리는 예술의 첨병의 역할로서 거제시문화예술재단에서는 영호남 미술의 교류를 통한 지역성을 극복하고 남도미술의 방향성을 탐색해 보기위해 『산전수전』을 기획하였습니다. 이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들은 난해한 현대미술의 홍수 속에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을 수용하여 지역미술 혹은 개인이, 현시대의 개별적인 감성과 인식, 표현방식 등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풀어 나가고 있는지를 거제문화예술회관 미술관에서 확인시켜 드릴 것입니다.

영호남 현대미술의 교류의 장을 거제시에서 제안함 으로써 대화합을 위한 교두보는 확보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현대미술과 일반시민들과의 간극은 서서히 사라질 것입니다. 서로 다른 사회적, 문화적 상황들을 겪으며 치열하게 작업을 모색하는 작가들의 진지한 작업태도와 새로운 창작의식을 통하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화예술을 진단하고, 작가 특유의 작품세계로 진행되어진 『현대미술 초대전-산전수전』을 거제시민들께서 많이 관람하시어, 직접 확인하고 같이 참여하며 작가와 일반시민들이 서로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는 교류의 장, 화합의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풍경이, 달라서 좋을거라.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이진철

북부지방은 춥기 때문에 가옥구조가 폐쇄적이라는 주장은 우리의 생활과 문화가 자연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입장을 대변한다. 하지만 강수량이 부족한 중앙아시아에서도 고려인들은 굳이 벼농사로 밥을 해먹고 사는데, 이것은 오랫동안 지속된 문화가 외부적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쉽게 바꾸어지지 않음을 확인시켜주는 예이다. 짧은 식견으로 자연환경과 문화가 얼마나 직접적으로 연관되는지 자신할 순 없지만, 적어도 환경이 인간의 문화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또한 한번 모양새를 갖춘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는 외부 환경의 웬만한 변화에도 바뀌지 않고 한동안 지속된다는 사실도 넘겨짚을 수 있겠다. 한 지역의 문화란 그런 것일 것이다. 환경의 영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가 한번 자리를 잡고 나면 다시 환경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고 그 모양새를 가지고 있는 것.

내가 사는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은 내가 사는 세상 바깥에서 어떤 모습일지, 다른 세상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은 내 눈에 어떻게 보일지. 가끔 이렇게 만나는 일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영남에서 온 10명의 작가는 대부분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 주변의 환경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말하려는 것처럼. 혹은 자연보다는 문명의 환경으로 둘러쌓인 현대의 삶을 거부라도 하듯이.

‘문화의 교류’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늘 ‘동종교배는 퇴화하고 이종교배는 진화한다’는 생물학의 법칙을 떠올린다. 동종교배가 거듭될수록 열성유전자가 짝지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생물학의 이 법칙을 사회학으로 연장하자면 외부와의 접촉이 없는 동종문화만의 교배는 결국 퇴보하게 되고 환경이 다른 문화와의 어울림은 새로움을 만들어 낸다. 영남의 작가들이 보여주는 작품들은 같은 지역에 살고 있지만 서로 다른 삶과 서로 다른 풍경들을 보여준다. 다른 지역에서 그려진 풍경과 삶의 모습은 어떠할지 궁금함까지 더해서 나는, 어쨌거나 우리가 서로 달라서, 그래서 좋을거라 생각해 본다.

소쇄(瀟灑)를 흠모하다...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사 한창윤

영호남의 예술적 특성과 간극을 이해하고 친목과 교류를 위한 이번 전시는 ‘소쇄별곡(瀟灑別曲)’이라는 소주제로 준비한 남도의 미술여행이다. 그것은 호남의 사상과 정신을 바로 보는 예술적 개안의 작업이자, 남도의 예술적 색채를 이해할 수 있는 근원에 대한 시각을 담고 있다.

정신의 근본과 의리, 명분을 중시하던 조선시대 사림들은 불합리하고 모순된 현실 정치를 피해 기후 온후하고 풍부한 물산으로 인심 넉넉한 고향- 호남으로 낙향들을 하였다. 그리고 무등산 자락에 면앙정, 식영정, 송강정, 풍암정, 명옥헌 등 누정을 앉히고 호연지기를 누리는데, 송순, 정철, 김인후, 양산보, 김성원 등이 이런 배경 속에서 조선조 시가문학의 거봉들로 자리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그들 원림은 조선 중기 이후의 인재 양성은 물론 시단(詩壇)의 결성과 시회(詩會)의 사랑이 되어 한국 문화사의 주요 산실이 된 셈이다.

무등산 자락 시가문학의 정점에는 소쇄원(瀟灑園)이 있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그 청정무구한 대숲 오솔길을 지나 아늑히 들어 얹은 소쇄원의 풍광들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세상 오진이 그 대숲길을 지나는 동안 대잎의 숨결소리에 절로 씻겨지는 것 같은 청량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계류를 끼고 위아래로 자리들을 잡은 소쇄원에는 비개인 뒤의 말갛게 씻긴 달빛을 음미하는 제월당(霽月堂), 계곡을 끼고 휘돌아나가는 맑은 바람의 사랑방인 광풍각(光風閣), 오동나무 아래서 임을 기다리는 대봉대(待鳳臺) 같은 누정들이 오백여년 성상을 지키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호남작가는 한국화에 김대원, 윤남웅, 이구용, 서양화에 진원장, 한희원, 최재영, 박수만, 정기현, 김상연, 김정연, 조각에 조광석 등 열한명이다.
이들은 현실적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사회성을 내재한 자신의 사유적 작품세계를 구축한 호남미술의 열성적인 작가들로 전시의 부제인 ‘소쇄별곡’의 ‘맑고 깨끗한 가사(歌詞)’라는 뜻처럼 시가문화의 자취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과 해석을 통해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도 고매함과 의를 잃지 않았던 옛 묵객들의 충효문화와 풍류를 지금의 미술어법으로 펼쳐내는 작품들을 출품하고 있다.

맑은 빛과 훈훈한 정겨움이 묻어나는 호남의 시가문화를 새롭게 조명하는 작품들을 통해 각 고장의 숨은 지역문화에 대해 깊게 관조하고 이해하며, 급변하는 세계화와 현대화 속에 우리의 문화와 정신을 아끼고 음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