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성탄 다음 사십 일째 되는 날, 곧 2월 2일을
주님 성탄과 주님 공현을 마무리하는 주님 봉헌 축일로 지낸다.
이 축일은 성모님께서 모세의 율법대로 정결례를 치르시고
성전에서 아기 예수님을 하느님께 봉헌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예루살렘에서는 386년부터 이 축일을 지냈으며,
450년에는 여기에 초 봉헌 행렬이 덧붙여졌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이날을 ‘축성 생활의 날’로 제정하시어,
복음 권고의 서원으로 주님께 축성받아 자신을 봉헌한
축성 생활자들을 위한 날로 삼으셨다.
한편 한국 교회는 ‘Vita Consecrata’를 ‘축성 생활’로 옮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봉헌 생활의 날’을 ‘축성 생활의 날’로 바꾸었다
(주교회의 상임위원회 2019년 12월 2일 회의).
이스라엘에는 하느님 차지인 첫아들을 부모가 사서 기른다는 뜻에서
성전 비용을 바치는 속량법이 있었다(탈출 13,2-5 참조).
이에 따라 예수님의 부모는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한다.
그런데 그들은 성전에서 시메온의 예언을 통하여
아들 예수님께서는 부모의 차지가 아니라,
이스라엘과 다른 민족들을 위한 하느님의 도구로 봉헌되신다는 점을 깨닫는다.
율법에서는 아이를 낳은 산모를 ‘일정 기간’ 부정한 몸으로 규정해,
남편과 떨어져 있게 했습니다.
몸에 피를 묻혔기 때문입니다.
사내아이를 낳으면 33일간이었고,
여자아이를 낳으면 66일간이었습니다.
이 의식이 ‘정결례’의 핵심입니다.
그런 뒤, 사내아이는 성전에 봉헌했습니다.
주님께서 주셨기에 주님께 드린다는 종교 예절입니다.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주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신앙 고백’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제물을 바치십니다.
가난한 이들이 바쳤던 비둘기 한 쌍입니다.
그분께서는 감사의 예물로 바치셨습니다.
봉헌의 절반은 감사여야 합니다.
좋은 일을 주셨건 아픈 일을 주셨건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야 합니다.
그래야 주님의 힘이 함께합니다.
비둘기를 바쳤건 소나 양을 바쳤건 예물의 핵심은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신앙인 역시 봉헌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세례성사로 주님께 선택되었기 때문입니다.
매일의 사건을 그분께서 ‘주시는 것’으로 여기며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기쁘고 즐거운 일에는 봉헌이 쉽습니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일에는 힘이 듭니다.
억울한 사건을 ‘주님께서 주셨다고’ 여기는 것은
'신앙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시도해야 합니다.
그래야 봉헌의 삶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시메온과 한나를 만나십니다.
그분들이 우연히 아기 예수님을 만난 것은 아닙니다.
평생 의롭게 살았기에 구세주를 뵈올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신심 깊은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