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을 멈추고 회화나무 아래 앉아 있다 시간은 내게 풀잎이 이슬 젖은 몸을 말리며 천천히 일어서는 속도로 왔다가 수련이 열었던 꽃을 닫는 걸음걸이로 나를 지나가는 게 보인다
멈추니까 시간이 보인다 속도의 등에서 내려 이렇게 멈추어 있는 동안 속도는 오늘도 정해진 궤도를 거침없이 달려가고 내 다시는 궤도의 끝자리에 다다를 수 없어 많은 것을 놓치리란 예감이 든다 생활은 다시 회복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갔더라도 언젠가는 내렸을 것이다
내리니까 비로소 내가 보인다 내리고 나니까 가까운 이들의 얼굴이 꽃으로 보이고 꽃의 숨소리가 들린다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것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저항으로 택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 나도 여기서 멈추고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멈추어 선 숲도 언제나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하고 눈을 감고 미동도 않는 저 산도 살아 있는 것들로 가득하다 회화나무 아래 걸음을 멈추고 앉아 있으니 하늘에 비친 세상의 얼굴이 보인다
첫댓글 출석~
출석~
출석~~
출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