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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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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7. 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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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밤에
휘영청 밝은 달밤에 이름 모를 소년의 청아한 목소리로 글 읽는 소리 담장을 넘어 멀리멀리 퍼져 하늘에 이른다. 풀 벌래 합창소리 귓밥에 맴돌 때 마치 교향곡을 연주하는 듯하다. 희미한 호롱불 밑에 할머니 무릎베개하고 새록새록 잠든 어린 손자 혹에라도 모기에 물릴까 부채로 연신 부치는 모습에 가을밤은 조용히 깊어만 가는구나.
풍년이란 이른 봄부터 별보고 나가 별보고 돌아온 고된 일도 위안이 되는 듯 부모님의 안색도 좋아 보였던 시절에 저녁 밥상에는 즐거움이 깃들었다. 매욱한 모깃불 피워놓고 할아버지 할머니 이하 가족이 오순도순 꿈을 엮어가는 이야기는 천상의 신실한 삶의 모습이었다. 오늘은 앞들 논배미에 벼를 베었으니 내일은 뒤편 텃밭에 심은 콩이랑 팥도 꺾어 가리를 하였다가 가을바람에 바싹 마르면 타작을 하여야지,
땅은 거짓을 모른다. 심은 대로 나고, 자란 되로 거두는 곳이 땅이 주는 진실함이다. 가꾸는 정성만큼이나 되돌려주는 것이다. 그들은 순수하며 깨끗한 정신에 서로 도우며 위로하며 공동체의 삶에 익숙한 분들이다. 이를 위하여 다툼을 멀리하고 서로 양보하면서 살아오신 분들이다. 이것이 성인의 가르침이 아니던가. 진리란 말이다. 일평생을 흙에서 사시는 농민들의 바로 성인이 아니겠는가. 많이 배웠다고 많이 안다고 높은 지위에 있다고 가진 것이 많다하여 이들이 성인이 아니란 말이다.
그제는 우리의 명절 추석이었다. 언론에서는 슈퍼문(Super moon)이 밤 자정쯤에 뜬다고 연일 보도하였다.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으니 큰 달이 뜬다고 하여야 할 것인데 세종대왕께서 통곡을 할 일이 아닌가. 우리글 우리말은 어디가고 일상에 쓰는 용어가 외국어로 오염되고 말았다. 어느 누구하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 이상하지 않는가? 가치관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아무리 글로벌시대에 살기 때문에 라는 이유로 붙여 설명을 한다하여도 우리의 정체성은 어디에 가서 찾아야 하는지 묻고 싶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가을밤에 큰 달을 바라보고 무엇을 생각하였는지 아무생각도 나지 않는다. 생물학적 기능들이 쇠잔하다보니 기억력도 가물가물하고 순발력도 떨어지고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러나 속으로는 대풍이 되어 농산물 가격도 합당한 가격 이였으면 좋겠다. 그들이 가진 소박한 꿈들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들녘에는 황금물결이 출렁이고 고추잠자리 날개 짓에 메뚜기 톡톡 이 포기에서 저포기로 잘도 뛰는구나. 늙은 어미 소, 뛰는 망아지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고추 밭에 주렁주렁 달린 빨간 고추는 보기만하여도 즐겁다. 사립문가 대추나무에는 빨간 대추가 어린이의 침을 삼키기에 충분하다. 길섶 감나무에도 주먹만 한 감도 햇살에 볼을 맡기고 익어지기를 기다린다. 마당가 빨래 줄에는 세끼를 까고 키워서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는 재비들의 마지막 인사 연습을 하는 것일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밤은 만물이 생장하여 결실을 맺기 위한 부족한 자양분을 보충하고 아름답게 결실하기 위한 속삭임의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어려서 불러보았던 노래 여수(旅愁)의 “깊어가는 가을밤에” 가사를 보고 마음으로 불러 봅시다.
[[깊어가는 가을밤에 낯서른 타향에 외로운 맘 그지없이 나 홀로 서러워/그리워라 나 살던 곳 사랑하는 부모형제 꿈길에도 방황하는 내 정든 옛 고향/면경같이 맑고 푸른 가을 하늘에 우물가에 돋는 달빛 고즈넉이 내릴 제/ 춤추며 가는 기러기 떼야 서리 내린 저녁 길에 어딜 찾아가느냐.]]
2015년 10월 05일(월요일)
몽실에서 김광수
#일상·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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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공간을 갖고싶은 사람입니다. 평소의 생각들을 기고하여 친구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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