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執着] : 어떤 일에만 마음이 쏠려 떠나지 아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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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아얏-”
은새의 귀여운 신음소리에 시혁은 즐거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서는 장난치듯 한 손으로 계속 그녀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귀여워....귀여워서 미쳐버릴 것 같군..”
“이거 놔요! 지금 뭐하는 짓이예요!”
발버둥치듯 팔 다리를 격하게 움직이는 은새의 모습조차 흥미로운 지 시혁은 가볍게 팔과 다리를 제압했다.
은새의 양 손을 묶듯이 머리 위로 올려 시혁이 손 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게끔 강하게 잡았다.
“뭐하는 짓이긴.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사랑을 나누는 짓이지. 왜, 마음에 드나?”
“미쳤어요? 당장 내려오지 못해요?”
“내려오지 못하겠다면?”
시혁은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그녀의 말을 받아치고 있었다.
도무지 대꾸를 할 수조차 없는 그의 강력한 한마디 한마디에 은새는 주눅이 들고 말았다.
하지만 그 것도 잠시 은새는 있는 힘껏 그를 밀어내려 발버둥쳤지만 역시나 역 부족인 듯 보였다.
“내려오지 못하겠다면 어쩌겠나? 풋. 넌 남자를 다루는 방법이 너무 서툴러.”
“...”
“그렇게 노려보면 노려볼 수록 남자들은 강하게 그 여자를 쟁취하고 싶어지지.”
“..!!”
“꼭 내 것으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 이 말이야. 이 아가씨야.
혹시 알고서 유혹하려고 일부러 발버둥치는 건 아니겠지?.. 뭐 그렇다면 나야 환영이지만.”
“놔! 놓으라고!”
“놓아주세요. 시혁씨 라고 해봐.”
시혁의 말에 은새는 기가 찬 듯 헛 웃음을 지었다.
여지껏 놓아달라고 한 그 말들은 다 어디로 들은 거야?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군.
“놓아주세요. 시혁씨.”
“잘하는군. 아주 귀여워-”
“했으니까 빨리 놓아줘요!”
“그렇게 쉽게는 안되지. 키스해.”
“뭐라구요?”
“키스하라고. 키-스.”
은새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모욕감에 묶여 있던 손을 풀려고 바둥거렸다.
따귀라도 때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여자로써의 자존심이 짓밟히는 행동따위를 요구하는 이 남자가 혐오스러웠다.
묶여 있는 손만 아니였다면 사정없이 때려죽이고 싶은 그런 충동까지 느낀 은새는 그를 노려봤다.
“애정결핍증이라도 있나요? 키스 한번 못 해 본 사람처럼.”
“풋.”
“좋아요. 키스 그 까짓 꺼 못해줄 것도 없죠. 나야 뭐 키스 경험은 많으니까. 대신 비켜줄래요?”
“....”
은새의 말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싱글벙글 기분 좋았던 시혁의 표정이 급 속도로 굳어지면서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키스 경험이 많다라..
시혁은 은새의 말대로 몸을 일으켜 그녀를 바라봤다.
“서서 하기에는 내가 그 쪽보다 키가 한참 작은데..”
“재미없군.”
“...!”
정말 정내미가 떨어진 듯한 표정으로 한참 은새를 바라보고 있던 시혁은 아무 말 없이 냉정하게 뒤돌아서서
은새의 방을 빠져나갔다. 그런 그의 뒷 모습을 지켜보던 은새는 긴 한숨을 내쉬고서는
흐트러진 자신의 몸을 정리해갔다. 풀어져 있는 단추도 여미고, 헝크러져 있는 머리도 정리하고..
무엇보다 자존심을 살리려 강한 척 했던 자신의 마음도 달래야했다.
“잘했어 여은새. 잘했어.. 잘했어. 휴-”
큰 일을 해낸 것 처럼 은새는 자신을 달래며 침대에서 일어나 전신 거울 앞에 자신의 모습을 비췄다.
어느 정도 정리 된 듯 안정된 모습이 거울로 비춰지자 긴장이 풀렸는지 슬슬 배가 고파왔다.
커피 한잔으로 때우고 밥을 먹지 않았더니만 허기가 밀려올 지경이다.
방 문을 열고 나온 은새는 1층으로 내려 갔다.
“아줌마.-”
저녁 식사로 분주해야 할 주방이 정적을 이루고 있었다.
낯선 분위기에 어리둥절한 은새는 일이 있어서 일찍 들어가셨나보다 라고 생각하고서는 먹을 것을 찾았다.
하지만 딱히 간식으로 먹을 것도 없고 해서 남은 재료들을 모아 볶음밥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볶음밥에 필요한 야채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예전에 엄마와 단 둘이 자주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능숙하게
야채들을 썰며 웃음지었다.
문득 그런 날이 있지 아니한가, 배가 고파서 무얼 먹긴 먹어야 하는데 밥은 차리기 귀찮고 그렇다고 시켜먹자니
돈 아깝고.. 그런 날. 은새표 특별 볶음밥을 대령하면 엄마는 기특한 듯 웃어보이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했었다.
‘이제 시집 갈 때가 됐나보다. 손 맛이 이렇게 여문 것 보면..’
‘엄마두 참. 볶음밥 하나 만들었다고 시집 갈 때가 됐다니! 난 서른 넘어서 결혼해서
외로운 엄마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꺼야. 그러기 위해 좋은 직장에 취직도 하고 돈도 많이 벌고
아~주 근사하고 성실한 남자를 찾아서 엄마 호강시켜줄꺼야. 그러니까 지금은 외로워도 나로 만족해줘. 엄마.
진짜 세상에서 최고로 멋들어진 그런 사위 만나게 해줄께. 나 믿지?’
지글지글. 어느새 후라이펜 위에서 야채는 신나게 볶아지고 있었다.
엄마와 둘이서 함께 간직해왔던 추억들이 하나 둘 씩 희미해져간다.
일찍이 아빠를 여의고 자신만 바라보고 살아와준 엄마에게 늘 고맙지 않은 날이 없었다.
감사하고 또 감사했던 순간 순간들이였다.
외로운 엄마 곁에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은 자신 뿐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이젠 어느새
새 아빠라는 사람이 엄마의 외로움을 잊게해주고 있었다.
“맛있으려나...”
한편으로는 내가 아무리 잘해도 나보다 더 좋은 것들을 해줄 새아빠에게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어떤 것도 새아빠보다 더 잘해줄 수 없을 것 같은 바보 같은 생각에 마음이 텅 빈 듯 쓰라렸다.
한참을 이런 저런 생각과 함께 볶아대더니 이내 먹음직스러운 볶음밥이 완성됐다.
찬장을 열어서 예쁜 그릇들을 꺼내 볶음밥을 담아내려는 순간,
와-락... 누군가 위에서 강한 힘으로 그녀의 허리를 휘감았다.
“맛있는 냄새가 나더군.. 볶음밥도 할 줄 알았나?”
“깜짝 놀랐잖아요!”
“늘 내 앞에선 긴장을 늦춰선 안된다는 걸 아직도 모르고 있었나? 바보.”
은새의 뒤에서 허리를 감은 시혁은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그의 촉감에 또 반항하듯 움직이는 은새의 허리를 더욱 더 세게 잡아당기고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마는 시혁이다.
“이거 놔요. 제발 제발 제발! 이런 짓 좀 하지 말라구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손을 휘휘 젓으며 큰 소리를 내던 그녀.
겨우 시혁의 품 안에서 빠져나와 그의 가슴팍을 쳐대기 시작한다.
“똑바로 말이라도 해봐요. 도대체 내게 왜 이러는지!! 당신은 내 오빠잖아요. 왜 내게 이래요?
이러는 건 옳지 않은 행동이라는 거 몰라요? 왜 내게 이런 짓을 하냐구요!!!!!!”
“그 지긋지긋한 오빠 소리 집어치워!”
“하, 지긋지긋해요? 난 당신의 이런 행동들이 더 지긋지긋해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요. 왜 이래요?
속 시원하게 말이라도 해봐요! 왜 내게 이러는 지! 왜 날 못 괴롭혀서 안달인지!”
“기가 막힐 노릇이군. 괴롭힌다고? 이 강시혁이 하찮은 여은새를?...누가 누굴 괴롭히는 건데!!!!!!!”
처음이였다.
시혁이 이렇게 큰 소리로 은새를 다그친 건..
화를 내는 건 자주 있는 일이지만 그래도 늘 어느 정도의 적정선을 지켜주던 그였다.
이렇게 소름끼치게 차가운 얼굴과 살기 담긴 목소리를 내는 그는 낯설었다.
놀란 은새는 한걸음 물러섰다.
“내가 널 괴롭힌다고? 웃기지마. 진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건 니가 아니라 나야-!”
“..당신이 뭘요? 내가 당신에게 어떤 짓을 하던가요? 다가와서 변태짓을 하지도 않았고,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주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잘한 건 없지만 그래도 당신을 곤란에 처하게 한 적은 없었잖아요!”
“변태짓?....하, 미치겠군.”
“그렇잖아요.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말해봐요. 내게 다 뒤집어씌우지 말고 말해보라구요!”
“멍청한 여은새. 니가 강은새가 된 그 날부터 난 지긋지긋한 악몽에 시달리고 있어. 알아?”
“...!!!!”
그의 얼굴은 피곤해보였다.
며칠 잠을 못 자서 피곤한 게 아니라 정신적인 무언가에 조종 당하고 있는 듯 힘겨워보였다.
자신보다 25cm나 큰 그가 처음으로 위태로워 보였다...
“크게 앓고나더니 멀쩡했어. 다시는 멍청하게 아프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고 그렇게 살아왔어.
그런데 재수 없게도 니가 내 앞에 나타났어. 하.. 여은새로 나타났는데 강은새로 다시 만났어.
너 같으면 미치지 않고 제 정신일 수 있을 것 같나?”
“그게 무슨 소리예요...?”
“다시는 아프지 않을꺼라 생각했는데... 죽을 만큼 너무 아파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했는데..
니가 다시 꺼내놓은거야. 니가 다시 날 제자리도 돌려놓은거라고!!!! 알아들어?? 알아들었냐고!”
“......강시혁씨.”
“그래. 그렇게 불러주길 원해. 오빠가 아닌 강시혁이라고...그렇게 불러주길 바래.
늘 매섭게 노려보는 그 눈이 아니라....제발 그 눈이 아니라.......빌어먹을-!”
쨍그랑-!.. 시혁은 식탁 위에 올려져 있던 컵을 쥐더니 힘 있게 내려쳤다.
찰나의 시간이였다. 눈도 깜빡일 새 없이 산산조각 난 컵은 시혁의 손아귀에서 흩어졌고 담겨져 있던 물과 함께
붉은 색의 액체도 흘러나왔다.
“소..소...손이..”
“내 아버지. 니 어머니 앞에서도 남매 사이 따위 되고 싶지 않다고....”
“...손에서 피가 많이 나요. 알았어요.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으니까 제발 그만이요......피가 너무 많이 나요.”
“...........”
“피가...피가 너무 많이...흑흑.....흑.....”
시혁은 자신의 귀를 타고 들려오는 은새의 흐느낌에 놀란 듯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제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아찔할 정도로 어지러웠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상태를 돌아볼 틈도 없이 울고 있는 은새의 어깨가 너무나 가여워 꽉 끌어안고 말았다.
“치료부터해요.. 제발..흑흑...피는...안돼요...흑흑..네?”
“...........”
“흑흑..내 말 좀 들어요...흑흑.....내 말....좀..흑흑.”
쉼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던 시혁이 순간 너무 외로워보였다.
무언가를 내뱉고 싶은데 내뱉지 못하고 끙끙 앓고 있는 그런 모습이 너무나 아파보였다.
“은새야..”
“알았어요. 오늘 당신이 내게 했던 말 하나도 잊지 않고 조심할께요. 그러니까 치료부터해요...네?”
“...”
무얼 알았다고 하는 건지.. 어떤 말을 잊지 않고 조심하겠다는 건지 시혁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순간 자신을 향하고 있는 은새의 눈빛이 따스해 놓고 싶지 않았다.
“괜찮아. 별거 아니야. 그러니까 울지 마라..”
“이제 안 울어요.”
“......”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을 어루만지는 은새를 말 없이 지켜보고 있던 시혁은 마음 한켠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걸 원했던 것인데, 커다랗게 무얼 해주길 바란 게 아니였어.
아픈 날 안아줄 수 있고, 위로해 줄 수 있는 그 한마디와 눈빛이면 되는 거였어.
하지만 아무도 자신이 아플 때 알아주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늘 혼자였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도, 한 때 사랑했었던 첫 사랑도, 잠시 머물렀던 친구들도..
마음 한켠을 내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를 알아봐주고 다가와 어루만져준다.
이 여자를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이 여자를 어떻게 내 손으로 뿌리칠 수 있겠는가.
어떤 시련과 고난이 다가온들 내가 어찌..이 손을...
“이리와요. 내가 치료해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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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조심스러웠다.
평소처럼 거칠지도 날카롭게 쏘아대지도 않고 조심스레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있었다.
묵묵히 아무런 말도 하고 있진 않았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 예뻐 시혁은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고 있었다.
머리를 긁적여 보기도 하고 시선을 하늘로 돌려보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였다.
금새 그녀의 곁으로 시선이 머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작고 앙증맞은 손이였다. 대보지 않아도 자신에 비해 한참은 작아보이는 그녀의 손으로..
어릴 적 의사놀이를 하듯 자신의 손을 만지작 거리는 그녀가 귀여운 시혁은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왜 웃어요?”
“내 맘대로 웃지도 못하나?”
“기분 나쁘잖아요! 정성껏 치료해주고 있는데 앞에다 대고 피식피식 웃어대면 기분 좋겠어요? 비웃는 것도 아니고-”
“좋을대로 생각하지.”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 좋을대로 생각하지-.. 이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요? 꽤 기분 나빠요.”
“피식.”
“웃지 말라니깐 왜 자꾸 웃어요? 자꾸 웃지 마세요. 정드니까.”
은새의 농담에 또 한번 피식 웃은 시혁은 노려보는 은새의 시선을 피해 헛 기침을 크게 했다.
그런 시혁의 모습을 보고 있던 은새는 다시 치료에 집중했다.
치료라고 말하기엔 거창하지만 피를 닦아내고 소독하여 연고를 바르고 붕대로 감아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문득 느낀 시혁의 손은 생각외로 따뜻했다.
늘 차갑게 툭툭 내뱉는 그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꽤.. 따스했다. 또 한번 잡고 싶을 정도로.
남자답지 않게 길고 예쁘게 쭉 뻗은 하얀 손이 부럽기 까지 했다.
“자, 이제 끝이예요.”
“.....”
“이럴 땐 고맙다고 하는 거거든요? 그렇게 뻘쭘하게 쳐다보지 말고.”
“그래.”
“그게 다예요? 고맙다고 하라구요.”
“수고했다.”
시혁은 은새의 말을 무시한 채 티비를 켰다.
거실에 있는 쇼파에 앉아 치료를 마친 은새는 기가 막힌 듯 시혁을 노려보다가 티비에 열중하고 있는 그가 얄미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참, 볶음밥-!”
이제서야 생각난 그녀의 식사가 어느새 식어있었다.
그렇다고 차가워 딱딱하게 굳은 정도는 아니라 다행이라는 얼굴로 볶음밥을 접시에 덜었다.
한 그릇을 수북히 덜었는데도 불구하고 후라이펜에는 아직도 많은 양의 볶음밥이 남아있었다.
“이런..”
습관처럼 2인분을 해버린 모양이다.
난감 한 듯 머뭇거리던 그는 식탁 위에 접시를 내려놓고서 거실에 있는 시혁에게 다가갔다.
“저기..”
“왜-”
“볶음밥 좋아해요?”
“........”
은새의 물음에 시혁은 그녀를 힐끔 바라보더니 다시 티비로 시선을 옮겼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였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를 한참 고민하던 시혁은..
“싫어하나보네. 알았어요. 그럼 나 혼자 먹지 뭐.”
“....해.”
“네?”
“좋아한다고. 젠장-!”
쇼파에서 일어난 그는 은새를 놔두고 주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은새는 머리를 갸우뚱 거리더니 중얼 거리며 그의 뒤를 쫓았다.
“애지간히 좋아하나보네요. 하지만 좋다는 표현을 젠장..으로 하는 건 쫌...”
“잔말말고 밥이나 먹어.”
그렇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엄마의 빈 자리를 그가 채워주었다.
***
며칠이 흐르고 출장가셨던 부모님은 이틀 만에 돌아오셨고 가정부 역시 제 자리를 찾아왔다.
또한 그 들이 없는 사이 은새와 시혁은 별 탈 없이 이틀을 보냈다. 물론 티격태격 싸우는 건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또 3일이 더 지났다.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고 꽤 깔끔하게 완성된 기획안이군요.”
“네. 사장님께서 결제해주시면 바로 촬영 시작입니다.”
“좋습니다. 오늘부터 촬영 들어가는 것으로 하죠.”
꼼꼼히 완성된 기획안을 읽어보던 시혁은 마음에 들었는지 서류에 싸인을 하고 김팀장에서 넘겼다.
그러자 김팀장은 드디어 한몫해냈다는 듯 기분 좋게 웃으며 시혁에게 말을 꺼냈다.
“아마 이번 광고는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최선을 다해서 촬영에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참, 오늘 스탭들과 신유아씨 미팅 할 겸 회사로 온다고 하더군요.”
“......”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으시다고 들었는데..”
“글쎄요. 어디서 그런 헛소문을 들으셨는 지는 모르겠지만 할일 다 끝났으면 그만 내려가보시죠.”
“아, 죄송합니다. 그럼..”
김팀장은 시혁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금방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환이 들어왔다.
“은새 어딨어?”
“방금 수업을 마치시고 친구 분과 커피숍에 들어가시는 것 까지 확인했습니다.”
“친구...?”
“네. 여자 한 분, 남자 한 분이 함께 들어가셨습니다.”
“남자?”
“그 남자는 여자 분의 남자친구 분이셨습니다.”
“.....그래도 거슬리는군.”
시혁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미간에 주름이 잡히며 큰 불쾌감이 몰려왔다.
친구의 남자친구든, 뭐든. 남자랑 같이 있다는 것조차 용납할 수 없다-! 절대로 안돼.
그의 소유욕 가득찬 얼굴을 그대로 읽고 있던 환은 조심스레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
“은새아가씨께서 등교가시는데 평소와는 다른 가방을 들고 나오셨습니다.”
“.....다른 가방이라니?”
“그게...커다랗고 무언가 짐.......”
덜컥. 갑작스럽게 노크도 없이 사장실의 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환의 말을 들을 틈도 없이 무언가가 빠르게 달려들어왔다.
“시혁오빠-!”
나풀거리는 치마를 휘날리며 달려와 어느새 자신의 앞에 서서 싱글벙글 웃고 있는 그녀를 발견한 시혁의 인상을 구겨졌다.
하지만 그와 상반되게 말을 하다 말고 놀란 듯 그녀를 넋놓고 바라보고 있는 환이였다.
“아니, 신유아씨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알아봐주시네요?”
“다..당연하죠. 요즘 신유아씨 모르면 간첩이지..그게....!”
“감사합니다.”
씽긋. 매력적이면서도 귀여운 눈웃음으로 환의 말에 대꾸하던 유아였다.
그런 유아의 모습에 본분을 잊은 환은 악수를 청했지만 금새 손을 거두고 말아야했다.
“정신 좀 차리지 그러나?”
“앗, 사장님... 제가..”
“은새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듣도록 하지. 나가봐.”
“네..”
뭔가 아쉬운 듯 유아를 힐끔 바라보고서는 흐느적 흐느적 느린 걸음으로 사장실을 빠져나가는 환이였다.
환을 끝까지 웃으며 바라보고 있던 유아는 문이 닫힘과 동시에 미소를 지웠다.
“하여튼 남자들이란 다 속물이라니까?”
“........”
“예쁜 여자들만 보면 환장하지. 아랫도리 간수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입 다물어라.”
“그래도 다행이야. 시혁오빠는 그런 쓰레기 같은 남자들과는 다르니까.”
“닥치라고 했어. 그리고 누가 함부로 들어오라고 했지?”
“내가 내 맘대로 못 들어갈 곳이 어딨어? 꼭 오빠 허락을 받아야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야? 웃기네.”
건방지게 떠드느라 조금씩 식어가는 시혁의 눈동자를 보지 못한 듯 그녀는 계속 중얼거렸다.
“여전히 인테리어는 후지네. 예전하고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 아참 이야기 들었어. 아저씨 재혼을 하셨다며?”
“니가 상관할 바 아니야.”
“왜? 냉정하게 그런 식으로 이야기 하지마. 물론 오빠가 언니 때문에 상처 받은 건 알아.
하지만 그건 언니지 내가 아니잖아? 그러니까 내겐 좀 상냥해지라구-.”
“닥치고 꺼져. 스탭들하고 미팅있다고 들었다. 니 할일만 하고 가라. 자꾸 어슬렁거리면 그 땐 여자고 뭐고 없어.”
“후진 인테리어 만큼 여전히 오빠 말투도 후지네.”
유아는 재미없다는 듯 그를 힐끔 바라보고서는 걸음을 옮겼다.
시혁의 사장실에는 유난히 액자들이 많이 걸려 있었다.
그런 액자를 하나씩 훑어보던 유아는..
“우리 언니가 사진을 참 좋아했었지..아마?”
“신유아-!”
“하루에 인화하는 사진만 해도 수 백장이 넘었으니까. 게다가 맘에 드는 사진은 꼭 액자에 넣어두어야 하는 고집때문에
헛 돈 날린다고 나한테 많이 꾸중을 들었었지.”
“입 다물고 나가라고 했어!!!!”
“덕분에 오빠도 꽤 시달렸었잖아? 풍경을 찍으려고 셔터를 눌렀는데 우연히 지나가던 남자가 함께 찍혀나왔었지.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오빤 언니를 죽일 듯 닦달했었지. 기억 안나?”
“.....너..”
“미안하게도 언닌 그런 남자를 혐오하거든.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 연애를 하다보면 질투도 할 수 있고 싸울 수도 있지만,
오빠는 도가 지나쳤어. 딱 정해진 공간에서 오빠의 의지대로 움직여주길 바랬으니까. 언니가 무슨 인형이였니?
뭐 시덥잖게 이런 말 하려고 했던 건 아니였는데 오랜만에 본 나를 매몰차게 내몰아주시니까 나도 모르게 입방정을 떨었네?”
놀리듯 그의 신경을 묘하게 자극하던 유아는 손목시계를 힐끔 바라보고서는 사장실의 문을 열었다.
“미팅할 시간이야. 그럼 난 이만 가볼께.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테니까 다음에 볼 때는 내게 신경 좀 써주길 바래. 수고해-”
자신의 할말만 하고 나가버린 유아의 뒷모습에 시혁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어났다.
책상 위에 있는 물건 들을 하나씩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우당탕당- 꽝! 쨍그랑.. 요란스러운 소리에 놀란 환은 급하게 사장실로 뛰쳐들어왔다.
“사장님-!!”
**********
꼬릿말 달아주신
현이귀신, 쓰레빠질질, 오직오직준수, 하호하하 , 쥬엔씨랑비엡, s너만사랑해s , 뎡뎡, 병신되기ㅡㅡ , 핑크빛민요, 반닭곰
밀림의왕자, 돈킬러, ☆㉧ㅣ뿐㉵영★ , 니가짱이야, 참된하루, 미쓰리님ㅇ , 까까줄래?, 숙자씨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주시구요
저는 월요일날 올께요~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장편 ]
집착적 소유 7-8
초절정진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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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1.19 23:20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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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님 소설 너무 재밌어용 ㅠㅠ 성실연재 부탁이용~ ^^
아~ 너무 재밌어요~ㅋㅋㅋㅋ 다음편 기대할게요^^
재밌어요^^ 담편도 기대요 ㅋㅋㅋ 시혁이가 아직도 첫사랑을 잊지 못했나요? ㅜㅜ 은새가 빨리 시혁이 혀자 됐음 좋겠는데 ㅋㅋㅋ
재미 있어요 한꺼번에 다 읽었네여 담편도 빨리 ...............
진짜재미있오용ㅋㅋ다음편이 기대되지만 결말도 궁금해요,둘이 사랑이 이루어질려나??사랑이 이루어졌음 하지만 ㅜㅜㅜㅜ 엄마,새아빠때문에 ㅜㅜㅜ슬플텐데엥
재밌어요ㅜㅠ담편기대!
꺅!!!계속기다렷는데ㅠㅠ너무재밋어요ㅠㅠㅠ담편도기대할게요^^완전최고~
꺄우~~~~~~~~~~~~~~~>3<진짜재밌어요!!담편이넘기대되요!!
재밌어요 다음편기대!!
담편도 빨리 올려주세요
음..ㅋㅋㅋ질투짱
아앆!! 너무재밌어요!! 첫사랑을잊지못하네..ㅠㅠㅠㅠㅠㅠ 하긴 이런게있어야 소설이 두근두근 거리지않겠습니까?? 호호호호
빨리 시혁이랑 은새랑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ㅋ 다음편도 재미있게 써주세요~
시혁이의소유욕이란역시무섭군요ㅋㅋㅋㄷㄷ
우와 ㅠㅠㅠ 시혁이 머시땅 ㅋㅋㅋㅋ 저런 소유욕 강한 남자 넘 조아요>.<
우리은새 !!!!!!!!!!!!!!!!!!!! ㅠㅠㅠㅠㅠㅠ 은새가시혁이를 얼른 사랑하게해야해!!!!!!!!!!!!!!!!!!! ㅠㅠ
재밌어여!!!
ㅇ니 저여저 뭐야??짜증나 왜 ㅋㅋ시혁일 건드려 ㅋㅋ
재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계속 써주세요~!!!!!재밌었요^^
우와대따길다!짱조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