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와 나무가 교묘하게 어우러진 곳 깊숙한 데서 이 호접란은 발가벗긴 채 버려져 있었다.
산책하면서도 나무들을 유심히 살피는 습관 때문에 요행히 찾아낸 호접란이다.
언제 버려졌는지 뿌리를 싼 보충재는 바싹 말라있으나 두꺼운 잎은 아직 수분이 약간 남아있었다.
아무리 말 못하는 식물이지만 생명이 있는 것인데 이렇게 무자비하게 버릴 수 있는지, 그것도 눈에 띄지 않을 으슥한 곳에다 버린 사람의 심리를 이해할 수가 없다.
꽃대 두 개가 있는 걸로 보아 화려하게 꽃을 피웠으리란 짐작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꽃에 관심이 많지 않은 이에게 선물로 들어온 꽃은 꽃이 화사하게 피는 동안만 의미를 두기 쉽다.
반짝 꽃이 필 때만 가치가 인정되는, 1회용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생신이나 승진, 개업, 이사... 이런 경사에 무난한 선물 품목이 꽃이다.
꽃이 졌다고 이렇게 내다 버린 걸로 미뤄봐 아마도 이 꽃도 그런 선물로 보내졌을 확률이 높다.
꽃집에서 정성껏 키워 가장 아름다울 때 간택되어 색깔 고운 포장지로 멋지게 치장하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구절로 축하말을 적은 리본과 누가 보낸다는 이름을 적은 리본이 두 가닥으로 한껏 모양을 내서 주인공에게 배달되었으리라.
그런데 꽃이 지고 나니 헌신짝처럼 버려진 이 가엾은 호접란을 내가 데리고 집에 왔다.
우선 급한 대로 플라스틱 화분에 흙을 담아 심고 물을 충분히 주었다.
그동안 갈증에 얼마나 목이 탔을까?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물을 빨아들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
사흘 만에 잎에 윤기가 돌고 싱싱해졌음을 보여주는 호접란이 정말 대견하다.
'그래, 이젠 너를 버리는 일이 없을 거야. 편안하게 있으렴.'
소곤소곤 이 아이에게만 들리게 말해 주었다.
이런 사연으로 본의 아니게 입양했던 호접란이 활짝 꽃을 피웠다.
거둬준 고마움을 이렇게 화사한 꽃으로 보답을 하다니, 감동이다.
더구나 꽃이 귀한 한겨울에 아름다운 자태로 우리를 기쁘게 하고 있다.
첫댓글 시들은 난을 주어다 예쁘게 키우는 아우님의 정성과 사랑스런 마음이 아름답게 피워진 호접란이 화답을 해주네요.참~예쁘다.
너무 가여워서 거두었더니 제대로 보답을 합니다.
얼마나 기특한지요.
물은 가끔씩 생각나면 한 번씩 주는데도 저렇게 고운 꽃을 보여주네요.
식물도감인 아우님 고운 마음씨가 엿보이는 글입니다. 호접란은 주인 잘 만나 고운 마음씨
처럼 곱게 피었네 사무실이 입주할 때마다 하려한 화분들이 많이도 들어오지요..일년도 아니
몇개월도 못되어 아직 리봉을 매단채 버려진 것들 우리집 영택님 옥상으로 옴겨
.놓고 햇볕 쪼여주고 물주어 다시 재생시켜 농으면
황당한 사무실에서 원하면 또 주고 반복되고 있지만 옥상에 남은 화분이 고와 눈길을 땔 수 없답니다.
선물로 들어온 화초는 애지중지 애끼는 마음이 안가겠지요.
그래서 버려지는 화초들이 이곳에서도 심심찮게 발견됩니다.
거둬온 화분이 거실 한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생명인데 그냥 두고볼 수가 없어서요.
말못하는 식물이지만 얼마나 고마웠을까.... 이 호접란이 참으로 예쁜 꽃을 피울 수있게 해 준 주인님께
감사의 뜻으로 더욱 곱게 피었나봐요.ㅎㅎ
참으로 대견합니다.
버려진 상태에서는 이렇게 살아나서 아름다운 꽃을 피울줄 몰랐어요.
보답을 제대로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