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를 위하여
"이 건 도무지 ."
최대광이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미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여. 살 만하구나 야."
그들은 코리아 타운의 그럴 듯한 커피숍에 앉아 있었는데 주변에 앉
거나 선 사람들 모두가 한국 사람이었다. 거리에 나붙어 있는 간판도
정다운 한국어여서 영어가 서툰 최대광에게는 한시름 놓였다.
"어이구, 이제 쫓아댕기는 놈도 없고, 살이 즘 찌겠구만."
혼잣소리처럼 최대광이 중얼거리자 신용만이 그의 위아래를 흩어보
았다.
커피숍의 입구로 홍성희가 들어섰으므로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머리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시선에 익숙한 듯 홍성희는 짙눈 한번 주지 않고 이쪽으로 다
가왔다
"어때? 연락되었어?"
그녀가 앞자리에 맞자 최대광이 물었다.
"네, 그런데 뉴욕에 갔다는데."
홍성희가 말끝을 흐렸으므로 신용만이 잠자코 그녀를 바라보았다.
"뉴욕에서 언제 온다는거야?"
최대광이 묻자 홍성희는 머리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작년에 떠났다니까."
"작년? 그럼 아예 이곳을 떠나 그쪽으로 옮긴 것 아녀?"
"날샜구만 그래, 이곳에서 가게 얻어 장사하기는."
입술을 내밀고 탁자를 내려다보고 있는 홍성회를 바라본 최대광이
말을 멈추었다.
홍성희의 언니벨 되는 여자가 이곳 LA의 코리아 타운에서 식당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한국에 왔을 때 입 안의 침이 마르도록 사업 자
랑을 늘어놓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또 흥성회가 LA에 오면 사업
자금을 대 주겠다고도 했다는 것이다.
"그년이 사기꾼여, 그년 믿고 일 벌였다가는 큰일날 뻔했는데 잘 되
었어."
최대광이 이제 말을 바꾸었다. 그는 이런 방법이 그녀를 위로시킨다
고 믿는 것 같았다.
"그년한테 손해 안 본 것만 해도 천만 다행이여. 외국에 나가면 제일
조심해야 할 것이 한국 사람이래. 그만큼 사기꾼이 많다는 것이지."
아마 홍성희의 언니벨 되는 여자는 설마 홍성회가 LA로 날아을 줄
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홍성희가 한창 TV에서 날리던 때였으므
로 생색도 낼 겸 자랑으로 해 본 소리였을 것이다.
"어이, 내게 돈 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어. 내가 식당이건 술집이건
차려 줄레니까. 내 돈이 모자라면 여기 용만이 돈도 합쳐서,"
최대광이 턱으로 옆에 앉은 신용만을 가리켰으므로 그가 눈을끔벅
이며 상체를 세웠다.
그들은 선배의 충고대로 제각기 1억짜리 CD 한 장씩을 가지고 왔는
데, 그 돈은 LA에 있는 한국 은행의 출장소에서 현금으로 바꾸든가 아
니면 할인료를 조금 떼고 LA의 사채업자한테서 얼마든지 달러로 바꿀
수가 있었다.
"아마 2억이면 식당이건 뭐건 차릴 수 있을거여. 그렇지 않냐
신용만을 향해 최대광이 목을 내밀고 물었다.
"대광씨, 됐어요. 아직 물정도 모르는데 벌써부터 그런 이야기 안 해
도 돼요."
홍성희가 나섰다. 그녀는 이제 언니되는 여자가 뉴욕으로 달아났다
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들 앞에서는 차마 이야기를 못했지만, 그 여자
가 교포들의 돈을 상당히 떼어먹고 도주했다고 했다.
신용만이 커피습 입구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저 사람인 모양인데."
모두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내 한 명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이쪽을 바라보더니 곧장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은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셨다.
"박정환 형님 되십니까?"
신용만이 묻자 사내의 다부진 얼굴이 펴지며 얼굴에 웃음기가 떠을
랐다.
"네, 제가 박정환입니다. 서울에서 오신 분이시죠?"
"네, 신용만입니다. 이쪽은 최대광이구요."
최대광이 꾸백 머리를 숙이자박정환이 따라서 머리를 숙였다. 그의
시선이 자리에 앉아 있는 홍성희에게로 옮겨겼다.
"전 흥성희예요. 최대광씨 애인이 되구요."
그녀가 웃으며 말하자박정환이 머리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나 최대
광의 얼굴은 금세 벌게겼다.
"전화 받고 놀랐습니다. 영무를 찾아서 이렇게 오시리라고는 생각하
지 못했어요."
자리에 앉은 박정환이 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영무도 댁들한테서 연락이 있느냐고가끔전화를 합니다. 일주일쯤
전에도 전화를 해 왔어요."
"형님이 어디 계신지 아십니까?"
신용만이 묻자 그는 머리를 저었다.
"아시다시피 사정이 있어서요. 저한테도 연락처를 알려 주지 않습니
다. 영무 이야기로는 이쪽저쪽으로 옮겨 다닌다고 하더군요."
"여기서도 쫓깁니까?"
"아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런데 지금 묵고 계시는 데가
어디시죠?그걸 제가 알아두는 게 낫겠는데.영무한테서 연락이 오면
알려 줘야지요."
"서울 호텔입니다. "
"가까운 곳이군요. 오래 묵으실 생각입니까?"
최대광이 상체를 세우고 나섰다.
"네, 아주 여기서 살 작정으로 왔습니다. 형님이 많이 도와 주십시
오."
"아니, 제가 월."
박정환은 최대광으로부터 시선을 얼른 옮겼다.
"오래 계실 생각이면 아파트로 옮기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비싼 호
텔비를 물고 있으면 안됩니다. "
"저희들이 어제 아침에 도착해서요. 아직 물정을 잘 모릅니다. "
신용만이 사근사근 대답했다.
"형님께서 여러 가지로 지도를 해 주십시오."
"오늘 바쁘셨어요? 아침에 회사로 전화했더니 아침부터 나가셨던
01, "
박정환의 팔을 편 김영지가 그를 바라보았다.
"아, 예, 조금 바빴어요. 서울에서 손님들이 와서 그 사람들이 묵을
아파트를 알아봐 주느라고."
그들은 혼잡한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퇴근 시간이 되어
서인지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중요한 손님이에요?"
"내 친구의 후배되는 사람들인데 글쎄,선배를 찾아서 이곳까지 왔
지 점니까?"
"어떤 친구인데요?"
"모르실 겁니다. 고영무라고 내 입사 동기생인데 콜름비아에 있다가
‥‥‥‥‥
"어쨋든 그놈이 반가워하겠어요."
혼잣소리처럼 박정환이 말했다.
앞쪽으로 거대한 유리벽에 둘러싸인 엘빈 레스토랑의 입구가 보였
다.
오늘은 식사를 마치고 뮤직 센터에서 공연되는 오페라를 감상하기
로 되어 있었다. 레스토랑 입구로 들어선 그들은 종업원의 안내를 받
아 예약된 자리에 밝았다.
"난 6개월증 후에는 서울로 돌아가야 해요. LA근무는 파견 근무라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
주문을 마치고 물잔을 들어올리면서 박정환이 김영지를 마라보았
다.
"정민씨가 LA에 사업체를 차리신다면 6개월 후에는 서울과 LA3.
떨어지게 된단 말입니다. "
그는 김영지를 향해 템긋 웃었다.
"이제 와서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서울의 사업체를 그대로 유지시
키면서 시장 상황을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난 경험이 부쪽해서 정
민씨에게 뚜렷한 비전을 제시해 드릴 근‥‥‥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해 주시는 것만으로도좋아요.얼마나도움이
된다구요."
김영지가 그의 웃는 모습에 이끌리듯 따라 웃었다.
"저두 아파트나 한 채 얻어 둘까 하는데, 잘 아세요? 오늘 구하러 다
니셨다면서요."
"저희 누나가 살고 있는 집 근처에 새로 지은 주택을 얻어 주었는데,
공기가 밝고 개인주택식으로 지은 집이라 삭막하지도 않아요. 가격도
적당합니다. "
"그럼 그곳을 한번 보여 주실래요?"
"물론이죠. 정민씨가 원하신다면."
박정환은 그녀의 검고 밝은 눈을 바라보노라면 그 속으로 빠져들고
싶은 충동이 일곤 했으므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부드럽고 은근한 향기를 피우는 여자였다. 이제까지 박정환
은 한 번도 이런 느낌의 여자를 만나 본 적이 없었다.
그의 시선을 받으면서 김영지는 나이프와포크를 조용히 움직여 음
식을 셉었다. 가끝 시선이 마주칠 때면 그녀는 부드러운 웃음을 얼굴
에 띄웠다.
김영지는 몸을 돌리고 박정환을 바라보았다.
"커피 한잔 타 드릴게요."
"고맙습니 다. "
박정환이 머리를 끄덕이며 한걸음다가셨다.
"이제야 겨우 커피 초대를 받는군요.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
열쇠를 꽃아 문을 열던 김영지가 가법 게 웃음소리를 내었다. 음악회
가 끝나고 나서 바에 출러 위스키를 두어 잔씩 마시고 오는 길이다.
새벽 1시가 되어 가고 있었다.
김영지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 벽에 붙어 있는 전등의 스위치를 켰
다.
따라 들어선 박정환은 안쪽에 놓인 소파로 다가가 앉았다. 김영지는
냉장고 및에 놓인 커피포트의 플러그를 꽃고 있었다. 침실과 응접실로
나누어진 호텔방이었는데 한 발 가깝게 묵고 있는 탓인지 그녀의 체취
가 배어 있었다.
벽에 성모마리아의 조그만 초상화가 걸려 있는 것이 호텔방의 분위
기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저 그림, 제가 붙인거예요."
박정환의 시선을 따라 벽을 바라본 그녀가 입술 끝으로 웃었다.
"벽이 삭막해서 붙였는데 더 어색하죠? 아파트로 옮겨야겠어요."
김영지는 창 쪽에 붙어 있는 선반에서 위스키병을 들고 다가왔다
"한잔 드실래요?"
박정환이 웃으며 머리를 끄덕이자 그녀는 탁자 위에 술병을 내려놓
고는 몸을 돌렸다. 그녀의 미끈한 종아리가 박정환의 눈에 랄려들듯이
들어 왔다.
"가끔 밤에 위스키를 한 잔씩 마시고 봤어요.잠이 안 올 때에는 수
면제보다 그게 낫더군요."
냉장고를 열어 얼음을 꺼내면서 그녀가 말했다.
박정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녀의 동작이 차
층 느려진다고 느껴졌고, 그가 다가가 서자 김영지는 얼음 박스를 두
손으로 쥔 채 움직이지 않았다.
"정민씨 ."
박정환의 두 팔이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
그녀의 머리칼에서 이름 모를 향내가 맡아겼고 그의 가슴에는 그녀
의 입김이 닿았다.
김영지의 손에서 얼음 박스가내려겼다. 그것이 잘못 선반에 내려졌
는지 얼음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김영지가 그의 가슴에서 얼굴을 들었다. 그녀의 검고 밝은 눈을 바
라본 박정환의 가슴에 다시 무엇엔가찔린 것처럼 찌르르한통증이 왔
다.
그녀의 허리를 부둥켜안은 박정환은 머리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찾
았다. 그녀의 입술에서는 새름한 레몬 맛이 났다. 어쩌면 사과 맛인지
도 모른다. 열에 들뜬 박정환은 그녀의 입술을 정신없이 딸아들였다.
그녀의 두 팔이 잠시 허공을 휘젓더니 이윽고 그의 팔을 움켜쥐었
다. 박정환의 혀가 그녀의 입 안으로 들어왔다가는 다시 그녀의 혀를
빨아들였다. 어느덧 그녀의 얼굴도 툴게 달아올라 있었다.
"정환씨, 오늘은 이만."
그의 어깨를 두 손으로 움켜쥔 김영지가 허덕이며 말했다. 그러나
박정환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더욱 바짝 그녀의 허리를 부둥켜안고는
얼굴을 떼지 않았다.
"정환씨."
그러나 박정환은 한 팔을 그녀의 다리 밑으로 넣더니 번책 안아 들
었다.
그의 어깨를 두 손으로 움켜쥔 김영지가 잠판 온몸에 힘을 주었으나
그의 힘을 당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침대 위에 던져지듯
누여지는 것을 알았다. 박정환이 다시 자신의 몸 위로 다가왔다. 그의
거친 호흡 소리가들렸고,그의 두 손이 서두르며 자신의 스커트를 벗
겨 내고 있었다.
김영지는 흐린 눈의 초점을 잡아 바로 눈앞에 떠 있는 박정환의 얼
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전혀 낮선 사람으로 보였다. 붉게 달아오른 얼
굴과 광채를 내고 있는 듯한 눈빛은 예전의 점잖은 박정환이 아니었
다.
김영지는 자신의 스커트가 벗겨져 내려가는 것을 알았다. 그의 거칠
고 서두르는 손길이 자신의 허택지 안쪽에 당았는데 차가웠으므로 그
녀는 움쩔 떨었다
이윽고 김영지는 팬티가 끌어 내려지는 것을 느끼고는 눈을 감았다.
잠판 동안 앞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것은 박정환
이 옷을 벗어 던지는 소리일 것이다. 김영지는 자신의 몸을 가리려는
듯 몸을 돌려 누었으나 다시 박정환에 의해서 바로 누여졌다. 박정환
의 상반신이 가슴 위에 무겁게 놓여지고 김영지의 두 다리는 그의 손
의해 거칠게 벌려겼다.
그녀는 어금니를 물고는 잠자코 다음을 기다렸다.
밀리카는 고영무의 가슴에 안겨 있었다. 그의 가슴에서는 낮익은냄
새가 나고 있었는데, 얼굴을 돌릴 수가 없었으므로 눈을 감는 수밖에
없었다.
고영무는 깊은 잠에 빠져 있는지 숨소리가 고르고 길었다.
두 손과 발을 묶인 채 침대 위에 누워 있던 그녀 쪽으로 고영무가 굴
러온 것이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지 두 팔과다리로 자신을 휘어감
은 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 그가 뱉어 내는 숨이 자신의 얼굴 위에 덮어 책워지고 있었다.
밀리카는 온몸을 틀면서 어깨로 그의 가습을 밀어 내었다. 두 무릎을
치켜 올려 온몸을 둥글게 만들자 그가 둘러 감은 다리에서 벗어났다.
그러자 숨소리가 멈추더니 그가 번책 상반신을 세웠다.
"무슨 일이야?"
거친 목소리로 고영무가 물었다. 눈의 초점을 잡으려는 듯 두 눈에
힘을 주어 감았다가 뜨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당신이 나를, 잠을 똑바로 자도록 해요."
밀리카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딘아붙이차 고영무는 한동안 물끄러미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침대는 한 개였으나 더블 베드였으므로 둘이서
충분히 넉택한 공간을 사용할 수 있었다.
"새삼스럽게 그러지 마, "
고영무가 던지듯 말을 떻으며 자리에 누웠다.
"네 몸뚱이는 네가 오만을 떨 만큼 대단하지가 않아.난 널 베개로
생각하고 안았을거야."
밀리카는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눈을 감았다. 문득 그와 지냈던 몇
날의 밤이 생각났고,그때의 절정감이 떠올랐으므로 그녀는 자신도 모
르게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고영무가 말을 이었다.
"너는 나를 이용하는 그때에도 섹스를 즐긴 여자야. 나는 그렇게 믿
었다. 나도 네가 나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 우린 서로
가 알고 있으면서도 즐겼지. 특히 네가 말이다. "
"지금 이 순간에 너와 색스를 해도 네가 절정감으로 비명을 지르리
라고 믿어. 그건 내기를 해도 좋아. 여자의 몸은 그렇게 생겨 먹었어."
"짐승 같은 놈."
"그러니까 틀데없는 새침은 떨 필요가 없다는 말이야. 너와 지금 섹
스를 하고, 너는 절정으로 울부및고, 그리고 내일 아침에는 서로 원수
가 되어서 쳐다보는 것이지. 그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
고영무는 몸을 돌려 그녀에게 등을 보이고 누웠다.
"내 잠버룻을 오해한 네년의 잘못이다. 잠이나 자."
밀리카는 이를 악물고 그의 등을 노려보았다. 그의 말을 들을수록
자꾸만 온몸이 움츠러드는 듯한 느낌이 왔고 그것에 또 화가 났다.
그를 죽여 버리고 싶은충동이 무럭무럭 일어났으나지금의 생사여
탈권은 그가 쥐고 있는 것이다. 그의 말이 사실인지 어편지를 따지기
이전에 그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이놈은 사람의 탈을 쓸 짐승이었
다.
가뿐 호흡을 진정하려고 숨을 죽이는 그녀의 귀에 다시 그의 깊고
고른 숨소리가 들려 왔다.
전화델이 울렸으므로 페르난도는 수화기를 들었다. 새벽 2시가 넘어
106
있었으나 그는 마르코와 마주앉아 위스키를 들이컥고 있었다.
"여보세요."
"페르난도, 나 크라우스요. 날 찾았다고 하던데, 웬일입니까?"
페르난도가 힐끗 마르코를 바라보고는 상체를 세줬다. 마르코가 눈
치를 챈 듯 굳어진 얼굴로 전화기를 노려보았다.
"크라우스, 솔직히 말해. 어첫밤에 돈을 강탈해 간 게 당신 아니야?"
"페르난도, 그것이 무슨 말이오? 돈을 강탈하다니, 내가 은행이라도
별었단 말이오?"
크라우스가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되물어 왔다.
아랫입술을 깨문 페르난도는 수화기를 고쳐 쥐었다.
"크라우스, 전파송신 장치를 추적할 수 있는 것은 너희들뿐이야. 날
가지고 놀지 마."
페르난도의 목소리가 딱딱해졌다.
"크링거를 바뀌줘. 1억 달러면 큰 돈이지만 우리의 거래 관계에 비
하면 하찰은 돈일 수도 있어."
"페르난도, 크링거는 지금 워싱턴에 있어요. 만날 수 없습니다. "
크라우스가 자르듯 말했다.
"그리고 1억 달러를 강탈해 갔다니?당신,입을 조심하는 게 나을거
요. 우리는 당신을 도와 주려고 최선을 다했소."
"이 개fr적 ."
마침내 페르난도의 분통이 터졌다.
"이 호모 갈보 같은 놈.네 아가리에 성기를 잘라 집어 넣어 줄테다.
넌 네가 한 일에 어떤 결과가 올 것인가 상상할 수도 없을게다. "
수화기를 타고 크라우스의 웃는 소리가 들려 왔다.
"페르난도,마침내 미치기 시작했군.우린 너의 이러한 무례한 행동
을 너의 보스인 카를로스에게 엄중히 항의하겠다. 카를로스가 심판을
내려 줄거다, 페르난도."
페르난도는 끊긴 전화기를 들고 한동안 마르코를 바라보았다. 마르
코도 분위기를 짐작했는지 입을 열지 않았다.
"마르코, 애들을 몇 명이나 모을 수 있나?"
이윽고 페르난도가 입을 열었다.
"30명즘은 모을 수 있습니다, 페르난도."
"모두 모아라. 지금 당장."
"페르난도."
"카를로스한테는 내가 해명하겠다. "
페르난도의 표정을 본 마르코는 자리에서 일어딘다.
"페르난도, 전쟁을 하려고 합니까? 놈들은 단단히 방비를 하고 있을
텐데요."
"마르코, 아마 놈들이 이쪽으로 몰려올거다. 우리의 입을 막으려면."
마르코가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이곳을 떠나면 돼 하지만 놈들은 이곳이 본거지다. 마약 판
매의 증거가 드러나면 크링거와 조라우스는 아마 50년은 감옥에 들어
가 있어야 될거야."
f3
"우리가 앨버트에게 증거를 을, 마르코. 그리고 이곳을 떠난다. 애
들을 모으라는 것은, 이쪽을 방비하기 위해서다. "
"알았습니다, 페르난도."
마르코가 커다랄게 머리를 끄덕였다. 페르난도는 이제 밀리카에 대
해서 한 마디도 꺼내지 않고 있었는데 마르코는 그것을 의식하자 서둘
러 방을 나값다.
108
페르난도는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다가 소파에 않았다. 이제는 밀리
카를 구할 희망이 사라겼다고 느끼자 그는 어깨를 늘어뜨리며 길게 숨
을 내쉬었다.
놈은 동료들을 다섯 명이나 잃었으니 눈이 뒤집혀져 있을 것이다.
그놈에게 크라우스가 중간에서 돈을 가로채 갔다는 것을 누누이 변명
해 본다고 해도 헛일이다.
페르난도는 탁자 위에 놓인 위스키 병을 들고서 병째로 입에 쓸아부
었다. 꿀떡이며 위스키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고, 한참 만에 술병을
내려놓은 그는 입에 밴 더운 기운을 한숨과 함께 및어 내었다.
이제 처들어간다고 해도 승산은 장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돈을
찾을지 그것도 확실하지 않다. 애꿎은 부하들만 희생될지도 모르는 일
이다. 그러나 놈들이 도끼로 발등을 찍고 싶도록 후회하게는 만들어
주어야 했다.
철저히 복수하지 않으면 콜롬비아 인의 자격이 없다. 페르난도는 눈
을 부룹뜨고 벽을 노려보았다. 이제 밀리카는 잊었다. 랫속에 있는조
카도 따라서 잊어야만 할 것이다.
페르난도는 다시 술병을 움켜쥐었다.
크링거가 가운 차림으로 웅접실조오자 크라우스가 자리에서 일
어셨다.
"보스, 페르난도가 눈치를 챈 것 같습니다. 굉장히 화를 내었습니
다. "
크라우스가 입술 끝으로 웃었다.
"보스를 찾길래 워싱턴에 갔다고 얘기했습니다. "
"우리가 했다는 증거가 뭐of"
소파에 앉은 크링거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전파송신 장치를 놈들이 발견한 모양입니다. 저쪽 한국인측에서요.
그걸 가지고 페르난도에게 항의를 했답니다. "
"페르난도가 즉각 저한레 연락을 해 왔는데 제가 아니라고 해도 믿
어 주지 않았습니다. "
크링거는 입맛을 다셨다.
"한국놈 일당 중에서 한 놈이 살아난 것이 말생이었군.페르난도도
보통놈이 아니다. 그놈이 우리를 의심하는 것은 당연해."
"길길이 뛰더군요. 그래서 애들을 불러모아 경비를 강화시켰습니
다. "
"흥. "
크링거는 어깨를 움절 흔들어 보였다. LA 교외에 자적잡고 있는 크
링거의 저택은 경비원만 해도 열 명이 넘는데다가 각종 전자 장비로
보호되어 있다. 이곳을 공격하려면 미 육군의 중대 병력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려고 했던 놈이 우선 잘못한거야. 놈
은 카를로스에게 돈을 잃었다는 구실을 찾기에 급급할텐데."
크링거는 탁자 위에 놓인 담배함에서 담배를 한 개비 집어 들었다.
"카를로스와 우리 사이는 흔들리면 안된다. 이 일은 페르난도의 실
수였고,우리는 모르는 일이야.카를로스에게 먼저 이 일을 알려 줘야
겠다. "
크라우스가 커다랑게 머리를 끄덕였다.
"보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설령 카를로스가 우리를 의심한다고
하더라도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우리와의 관계는 끊을 수가 없습니
다. 우리만한 판매상이 없으니까요."
"우리가 내버려 두어도 페르난도는 곧 제거된다. 그놈은 지금 어디
에 있나?"
"산타모니카 근처에 있는 것 같습니다만."
크링거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맛있다는 듯 연기를 길게 내뿐었다.
"너 같으면 어떻게 하겠나, 크라우스. 네가 페르난도라면 말이다. "
짙은 초록색 눈을 숨기듯이 가늘게 눈을 뜬 크링거가 크라우스를 바
라보았다.
"글쎄요. 저 같으면 부하들을 모조리 모아서 전쟁을 하겠습니다. 아
래도저래도 죽는 목숨이니까요. 그리고 화도 나고."
"페르난도의 전화를 안 들어 보딘으니까 이해를 못 하실겁니다. 그
놈의 욕설은 대단했습니다. "
"나 같으면 남은 2억 달러를 가지고 유럽 쪽으로 도망치겠다. 마르
세유나 니스 참물을에 숨어서 일생을 편안하게 보내는게지.잡힐 염
려는 없어‥‥‥
크링거가 그를 향해 템고레 웃었다.
"두고 보자. 카를로스한테서 압박이 오면 궁지에 몰린 그놈이 어떻
게 할지 씩 채미 있는 구경거리가 될거야."
머리를 끄덕이는 크라우스를 바라보던 크링거는 자리에서 일어섰
다. 새벽 3시가 넘어 있었다.
알폰소는 커피잔을 앞에 놓고 문 쪽을 향해 앉아 있었다, 말쓱한 쥐
색 정장 차림이었고 해끗이 다듬어진 얼굴에는 윤기가 흘렀다. 고영무
가 테이블 사이로 걸어 들어오자 그는 가법게 머리를 』1덕여 아는 체
를 했다.
"어떻습니까, 짐은?"
그의 앞자리에 앉은 고영무가 물었다.
"나아질 것 같아요.패사디나 근처의 병원에 있는데,부하들이 보살
펴 주고 있으니까 걱정할 것 없습니다. "
"다행입니다. "
고영무는 카페의 안을 둘러보았다. 아침 출근 시간이어서 간단한 샌
드위치로 아침을 때우려는 몇 사람이 앉아 있을 뿐 한산했다. 구수한
커피 냄새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고,그렇다면 미국의 마약 판매조직인 크링거 일당이 그돈을 강탈
했다는 말입니까?"
알폰소가 상체를 그를 향해 숙여 붉은 얼굴을 가깝게 대었다.
"페르난도는 그들의 소행이라고 하는데‥‥‥‥
고영무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알폰소, 크링거 일당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습니까?"
"거물이오. 마약부와 FBI에서 및 년 전부터 펄리를 잡으려고 한다
고 들었소. 하지만 그는 CIA의 제임스 워렌 국장하고도 절친한 사이
여서."
알폰소는 입술 끝을 비틀며 머리를 저어 보였다.
"잘 알지 않소? 거물들은 사건으로만 처리되지 않아요. 정치적인 문
제가 됩니다. "
"비열한 놈 아넘니까? 남의 일에 끼여들어 돈을 강탈해 가는 것이, "
"그놈이 신사라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어요."
알폰소가 횐 이를 드러내며 웃었댜.
"어줬든 페르난도가 크링거 부하들의 소행이라고 말했다면 그들은
지금 서로 어떤 일을 벌일지도 모릅니다. 사건이 엉뚱하게 발전되어
가는데 ‥‥‥‥
콧수염을 손끝으로 어루만지며 알폰소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고,당신한테는 잘된 일인지 모르겠소.폐르난도가 지금 곤경에 처
해 있는건 사실이오.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다고나 할까.아마 마
약 대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 때문에 카를로스가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
"크링거는 크링거대로 페르난도를 어떻게 하려고 할 것이고."
"크링거는 어디에 삽니까?"
"LA 교외에 살고 있다고 들었는데, 아마 전화번호부에 나와 있을
겁니다. "
말을 마친 알폰소가 고영무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고, 나는 당신처럼 무모한 사람은 처음 보았소. 당신은 당신 흔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을 알기나 하고 있습니까?"
고영무는 잠자코 방금 날라져 온 커피잔을 들고는 한 모금을 삼켰
다.
"내가 목숨까지 아끼고 산다면 그것은 짐승이나 다름없는 생활이지
요, 알폰소."
그가 덕을 들고 알폰소를 바라보았다.
"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는 틀린 인생입니다. "
"그렇다고 함부로 목숨을 던질 수는 없지 않소? 당신은 콜름비아의
마약조직과 정부를 상대로 하고 있어요."
"적이 있으면 우군도 생기는가 봅니다. 당신처럼,"
알폰소가 입맛을 다시며 머리를 저었다.
"어젯밤 우리의 존재를 페르난도가 모르게 되어서 다행이오. 나는
어젯밤에 모험을 했습니다, 고."
"알폰소, 모험을 할 만한 가치는 있었지 않습니까?"
고영무는 손에 들었던 커피찬을 내려놓았다.
"크링거에 대해서 물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부탁할 것이 한가지
있어요."
알폰소가 머리를 」1덕이며 계속하라는 시늠을 했다.
"알폰소, 기관총하고 실.탄, 그리고 수류탄이 열 개쯤 필요합니다. 총
기는 대부분 만질 줄 아니까 어떤 종류건 상관없어요. 그것을 오늘 저
녁까지 준비해 주실 수 있습니까?"
알폰소가 입을 벌린 얼굴로 우두커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정
신이 든 듯 입을 다물고는 어깨를 늘어뜨렀다.
"고, 크링거한테 가려고 합니까?"
"가야지요. 내 돈을 찾아야 합니다. "
"고, 그것은 자살행위요."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그들은 한동안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입을 열지 않았다.
이윽고 알폰소가 머리를 천천히 좌우로 저었다.
"고, 당신은 우리나라 전설에 나오는 죽음을 몰고 다니는 사내 같
소."
"오늘 저백 7시까지 준비해 두겠소."
방 안으로 들어서는 고영무를 밀리카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
의 시선은 이제 소금에 절여 놓은 야채처럼 가라앉아 있었는데,고영
무가 다가가 입에 붙여 놓은 테이프를 떼어 내도 잠자코 얼굴을 들었
다가 내릴 뿐 반응이 없다
"햄버 거와 프라이드 치킨을 사 왔어."
고영무는 탁자 위에 종이 봉투를 올려놓았다.
"그럴 듯한 식당이 많이 있었지만 음식 맛을 즐길 상황이 아니지."
그는 탁자 위에 음식물을 벌여 놓고 의자에 묶여 있는 밀리카의 손
과 발의 끈을 풀었댜.
"식사를 해. 난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더니 시장하지 않아."
밀리카는 끈이 풀렸어도 의자에 않아 움직이지 않았다. 긴 머리는
이마 위로 한 움큼 흐트러져 내려와 있었고,긴 팔의 셔츠에 진바지를
입은 차림이었으나 얼굴에는 생기가 없다. 그녀가 끌려온 지 오늘로서
랄새째 되는 날이었다.
힐끗 그녀를 바라본 고영무는 탁자 위에 올려놓은 휴대폰을 집어 들
었다.
"페르난도가 곤경에 빠져 있어.나에게 줄돈을 강탈당해서 너도 돌
려 받지 못하게 되었으니‥‥‥‥
첫댓글 영지년도 그렇고 밀리카년도 그렇고 홍성희년도 그렇고 ㅎㅎㅎㅎ
영무는 크링거의성을 단독 공격 할려나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