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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가죽염색공장(Tannery)에서 등 굽은 가녀린 팔뚝 검은 선글라스 |
흡사 벌집처럼 생긴 칸막이마다 형형색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물들이 들어있고 염색공들은 물감들인 무거운 가죽들을 치대느라고 구슬땀을 흘리는데 관광객들은 그 칸막이 위로 걸어 다니며 사진을 찍어댄다.
그리고... 코를 찌르는 비릿한 악취로 골머리가 지끈거린다.
한쪽 옆으로는 각종 동물들의 털을 뽑아 종류별로 수북이 쌓아놓은 곳도 있고 가죽을 잡아 늘려 말리는 곳도 있다. 가죽으로 사용되는 동물들은 낙타, 말, 양, 염소 등이라는데 털들은 종류별로 모아 손질해서는 다시 실을 잣는 공장으로 보내진다는 설명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페스 메디나는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곳으로, ‘모로코 가죽원단’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당나귀에 실려 온 가죽들은 이곳에서 털을 뽑고 비둘기 똥에 담가 무두질을 한 다음 염색과 가공공정을 거쳐 천연가죽으로 만든다고 한다. 다닥다닥 붙은 가옥들 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고대 가옥형태 메디나는 세계 최대의 미로로 꼽히며 유일한 운송수단은 당나귀와 수레이다.
가죽염색공장 태너리(Tannery)
모로코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글라우이(Glaoui) 궁전, 메디나 엘 발리(El Bali), 메레니디 무덤(Merenidi Tombs),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모스크라는 카라위인(Qaraouiyne) 사원 등이다.
페스의 메디나를 '엘 발리'라 부르는데 들어가는 입구에 커다란 아름다운 문이 있다. 그 문을 ‘밥 보젤루드(Bab Boujloud)' 일명 블루게이트(Blue Gate)라고 한다. 아름다운 문양으로 장식된 문인데 메디나로 들어가는 여러 문들 중의 하나로, 이 문으로 들어가면 유명한 카라위인(Qaraouiyne) 사원이 있다.
카라위인 사원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22,000명 예배), 세계 최초의 대학(859년 설립/천문학)을 설립한, 카라위인 도서관이 있는, 그리고 정말 오래 된 카라위인 플라자.... 붙어있는 수식어가 수도 없이 많은 역사를 자랑하는 관광명소이다.
페스 메디나는 골목길이 9,400여 개나 된다는 세계 최대의 미로를 자랑하는데 블루게이트를 지나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가지가지 상품들을 진열한 가게들이 끝이 없고, 단체로 온 관광객들은 행여 길을 잃을까 손을 잡고 다닌다. 골목마다 길을 안내해 주겠다는 녀석들이 귀찮게 따라다니는데 한마디만 물어도 돈달라고 손을 내밀고, 끈질기게 따라오며 안내를 해주겠다고... 당연히 돈을 요구한다.
조금 올라가다보면 카라위인 플라자가 나타나는데... 플라자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조그만 마당이다.
제일 눈에 띠는 것이 방짜 유기제품 공장이다. 쉴 새 없이 불에 달구어진 철판을 두드려 가지가지 물건들을 만들어 내는데 마당 한 편에 시뻘건 숯불에 풀무질을 해대고 망치질, 그리고 물을 부으니 허연 증기가 퍼지고...
좁은 마당 한 구석에서는 전통 악기를 시끄럽게 연주해대고, 관광객들은 카메라를 들이대고...
부근의 상점들은 온통 유기제품들을 빼곡히 늘어놓고, 걸어놓고... 그 바로 옆에 아름다운 작은 문이 있는데 바로 카라위인 대학 도서관 건물 입구이다.
카라위인 대학은 서기 859년에 설립되었다는데 천문학을 연구하는 대학이었다고 한다. 그들의 연구 목적은 달의 움직임을 관측하여 이슬람 기도시간을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고...
이슬람의 기도시간은 하루 다섯 번으로 모든 이슬람교도들은 사원의 마나렛 위에서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azan/adhān) 소리가 들리면 손발을 씻고 메카방향을 향하여 기도를 올리는데 일출전(파즈르), 정오(주흐루), 오후(아스르), 일몰(마그립), 밤(이샤)의 다섯 번으로, 계절에 따라 일출 일몰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기도시간을 위하여 천문관측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다시 골목길을 몇 번이나 헤맨 끝에 물어물어 카라위인 사원에 도착했는데 입장은 되지 않고 바깥에서 드려다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외부는 넓은 공간이 전연 없지만 안쪽은 제법 넓은 마당이 들여다 보인다. 그런데 어디가 기도실인지 어디에 모스크가 있는지.... 끈질기게 따라오며 데려다 주겠다는 녀석을 뿌리치고 무작정 위쪽으로, 위쪽으로.... 골목길을 헤매다가 제법 커 보이는 집 쪽문이 열렸기에 무작정 계단으로 올라가다 보니 조그만 쪽방에 늙은이가 혼자 앉아 쇠를 두들겨 그릇을 만들고 있다.
‘요 위가 테라스인가요?’ 아니라고 손짓을 하며 빨리 도로 내려가란다.
도로 부리나케 내려와 물어물어 겨우 사원이 내려다보이는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이미 관광객들로 바글거린다. 그러나 건물들에 가려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겨우 모스크와 사원의 일부만 보인다.
카라위인 모스크 카라위인 사원 도서관 입구
(4) 블루시티 쉐프샤우엔(Chefchouen)
산간마을 쉐프샤우엔 아름다운 고산풍경 한적하고 조용
일명 블루시티(Blue City)라고 불리는 쉐프샤우엔(Chefchouen)은 모로코의 북부 내륙에 고립된 오래된 산간 마을로 관광과 휴양도시로 이름이 알려졌는데 특히 흰색과 푸른색으로 조화를 이룬 건물들이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여 모로코에서 제일 예쁜 도시로 꼽히며, 일명 ‘스머프(Smurfs)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모로코 리프(Rif) 산맥의 2,000m급 두 봉우리가 뿔처럼 솟아있는 사이의 해발 660m 고원의 좁은 평지 주변으로 옹기종기 주택들이 들어선 베르베르인들의 고대 산간마을인데 인구는 3만 5천 정도라고 한다.
모로코의 어느 도시에나 있지만 이곳에도 마을의 제일 높은 곳에 올드 메디나(구시가지)가 있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 생존해가는 방법을 터득한 베르베르인들의 지혜가 놀라운데 16세기에 조성되었다는 올드 메디나는 붉은 흙벽돌로 축조한 작은 요새(카스바/Kasbah)이자 이들의 말로 하두(Haddou)이다.
마을의 제일 높은 곳에 있는 메디나는 그야말로 하늘에 떠 있는 ‘하늘도시(天空之城)’라는 느낌이다.
옛날에는 도적(산적)들이 많았을 것이고 도적떼들은 이곳 메디나에 설령 성벽을 넘고 들어왔다고 해도 미로처럼 얽힌 길에서 헤매다 말았을 것이다.
<메디나(Medina)의 가옥 구조>
15-16세기 모로코 베르베르(Berber)인들의 주거형태인 메디나(Medina)의 원래의 명칭은 아랍어로 알마디나(Al-Madinah)로 무함마드가 메카(Mecca)에서 마디나로 이주(헤지라/Hegira)한 후 이슬람의 중심이 되었으며 ‘예언자의 도시’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랍권의 구도시를 일컫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당시 외부로부터의 침입자들을 방어하기 위한 구조인 듯 바깥은 견고한 진흙 성벽으로 둘러싸인 형태인데 둘레의 길이는 보통 4~6km 정도 되는 것 같다.
성벽의 안쪽은 넓은 곳이라야 손수레가 지나다닐 정도로 비좁은데 주거지역과 상업지구로 구분되며, 어떤 곳은 한사람이 지나가기도 비좁다. 물건의 운송은 당나귀나 손수레를 이용하지만 주로 머리에 이거나 어깨에 둘러메고 나른다. 주거지역은 더구나 좁아서 마주 오는 사람과 비켜서기가 어려운 곳도 있다. 따라서 개미굴 같은 미로의 연속이라 길을 찾기가 매우 어려워서 설령 도적이 들어와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금방 공격을 받거나 사로잡혔을 듯싶다. 페스(Fes)의 메디나는 작은 골목길이 9,400 갈래나 서로 뒤얽혀 있어 GPS도 무용지물로 절대로 길을 잦을 수 없다.
어느 가이드의 농담...
'한 달 전, 한 일본 젊은이가 메디나 안에서 길을 잃어버렸다는데... 아직도 길을 찾고 있는 중일겁니다.... ㅎ'
주거지역의 개인 집은 비좁은 골목길에 견고하게 생긴 조그만 문이 있는데 문을 들어서면 제법 공간이 있다. 가옥의 구조는 커다란 4각형 우물형태의 4층 건물이 보통인데 가운데는 작은 마당이 있고 위를 쳐다보면 뻥 뚫려 하늘이 보인다. 마당에 들어서면 비좁지만 제법 짜임새 있고 공간 활용을 극대화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맨 위층은 비를 가리는 테라스와 텐트를 설치하여 비를 피하도록 된 지붕이 있는 집도 있는데 대체로 환기도 잘 되고 시원하다. 따라서 방의 개수가 무척 많은데 예전에는 한 집안의 모든 가족이 모두 한 집에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다가구 공동 주택인 것 같은데 호스텔(Hostel)로 활용하는 집도 제법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메디나 안에 있는 숙소(호스텔/Hostel, 게스트하우스/Guest House)들은 모두 아무런 표시(간판)도 없어 몇 번을 다녀도 찾아가기가 매우 힘들다.
페스 가죽가공공장 직물공장 우리의 숙소(Guest House)
이상으로 13박 14일의 모로코 여행을 마치고....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지방으로 가서 또 여행을 시작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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