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플라톤의 기본사상은 엘리트주의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반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은 지식을 덕으로 파악하는 플라톤의 지성주의적인 태도와 관련이 있다. 지성주의에 따르면 진리는 인간의 머리수나 여론과 본질적인 연관성이 없다. 즉, 다수결로 진리가 결정될 수 없다. 플라톤의 정치적 구상은 아테네의 민주적 전통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 엘리트주의적인 교육을 통하여 공동체의 일을 사심 없이 전담할 인물을 선정한다는 발상은 바로 아테네 민주주의를 근원적으로 거부하는 것이었다.
Ⅱ. 민주주의의 장점
플라톤은 민주주의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무감각한 것은 아니었다. 플라톤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변호인들이 사용하는 용어와 비슷한 용어로 민주주의를 찬양한다.
현대 민주주의의 지지자들은 다양성에 대한 관용이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 번성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에 주목하면서 민주주의가 지닌 다원주의를 찬양한다. 유사하게, 플라톤은 특정한 삶의 방식을 시민들에게 부과하기 위해 공적인 권위를 사용하는 다른 정치체제와는 달리, 삶의 방식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을 강조하고 보장함으로써 다양한 종류의 인간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민주주의의 장점을 예찬했다.
게다가, 민주주의가 모든 삶의 방식을 허용하는 덕분에 철학의 자유가 활성화되는 추가적인 장점이 따라온다. 적어도 자유에 대한 존중을 하는 민주정부는 철학적 탐구를 할 마음이 있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간섭만 받으면서 철학을 추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 따라서 국가를 조직하길 원하는 사람은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는 정치체제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적인 정치제제에서 그 사람은 모든 대안들을 검토하고 자유롭게 최선의 것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Ⅲ. 민주주의의 단점
1. 영혼의 무질서
플라톤은 민주주의에 대한 혹독한 비판을 가한다. 아마도 민주주의의 자유에 대한 열렬한 헌신commitment 때문에, 민주주의는 좋은 행동good behavior의 기준을 시민들에게 부과하는 것을 꺼리면서 무방비상태가 되는 경향이 있다.
민주주의는 각 시민들의 영혼 안에 어느 정도 무법상태를 조성한다. 민주적인 사람은 무절제로 향하는 성향이 있다. 유익하고 정의를 가져오는 필요한 욕망을 쾌락만을 가져오는 불필요한 욕망과 구별하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능력은 민주주의의 근본원리 즉, 자유와 평등에 대한 민주주의의 헌신으로부터 흘러나온다. 민주주의 원리를 극단적인 형태로 받아들일 때, 그러한 원리들은 우리가 상이한 시민들에게 상이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상이한 삶의 방식, 행동, 열정에 대해 상이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까지도 금지한다.
때문에 민주적인 사람들은 모든 욕망과 추구pursuit들을 동등하게 존중하고 마는 실책을 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좋은 욕망에 속하는 쾌락과 나쁜 욕망에 속하는 쾌락이 존재하며 전자는 실천되고 존중되어야 하며 후자는 견제 받고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거부한다. 오히려 그들은 모든 것들을 비슷하며 평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람은 모든 종류의 행동과 삶의 방식을 무분별하게 시도한다. 그의 삶에는 질서와 필요성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
2. 중우정과 폭군정: 민주주의의 자살 성향
민주주의는 자신의 몰락의 씨앗을 스스로 함유하고 있다고 플라톤은 주장했다. 즉, 최악의 정치체제인 폭군정으로 향하는 길을 닦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다수의 서민들에 의한 정치적 지배가 민주주의에서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이것이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플라톤에 따르면, 인간은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서민들은 자신의 사회경제적 부족함을 충족하기 위해 정치권력을 이용하려고 한다. 특히, 서민들은 소수의 기득권자로부터 재산을 빼앗아 서민들에게 재분배하는 법을 통과시키려고 노력한다. 기득권자들이 민주적 게임의 규칙에 의거하여 자신의 권리를 방어하기에는 그들의 머리수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기득권자들은 민주주의에 회의적이 된다. 기득권자들은 자신들을 위한 지배를 원하고 따라서 민주적 정치체제를 가능한 배제하고자 한다.
이때 서민들은 그들의 이익과 권력에 대한 기득권자들의 위협을 인식하기 때문에 중간계급과 결탁하여 그들의 지도자를 찾아서 임명하고, 그들의 처지를 보호하기 위해 지도자에게 비범한 권력extraordinary power을 행사하도록 한다. 그러나 결국 이 지도자는 민주주의를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 이상의 권력을 소유하게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스스로의 재량에 따라 통치하게 된다. 결국 이 지도자가 사회의 폭군이 되어버린다. 자유를 얻고자 소망했던 서민들은 결국 다투던 기득권자들과 함께 노예상태에 처하게 된다.
Ⅳ. 민주주의의 안정성: 미국 민주주의의 사례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미국의 성공은 부분적으로 플라톤의 민주주의 비판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온당하다. 민주주의 자살 성향에 대한 플라톤의 <국가론> 8장의 설명은 미국 헌법의 아버지 제임스 메디슨이 <연방주의자 논고> 9장과 10장에서 제시한 설명과 매우 유사하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대체로 서민들로 이루어진 민주적 다수가 기득권자들의 권리를 빼앗기 위해 정치권력을 사용하려는 성향으로 인해 내전으로 확대되는 파당적 갈등factional conflict을 유발한다는 것을 이론 학습과 경험으로부터 이해했다. 따라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다수의 지배를 허용하면서 동시에 권리, 특히 부자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다수 지배를 완화하기 위해서 의도된 권력분립, 양원제, 대의제, 연방제 같은 제도를 고안했다.
어떤 미국인들은 서민들과 중간계급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기득권자들에 대한 과세를 계획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어떤 미국인들은 미국의 정치제도가 그러한 계획을 실행에 옮길 능력을 좌절시킨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들이 기득권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덕분에 기득권자들이 미국의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적대시하지 않고 계속해서 충성하도록 만들고 있으며, 따라서 덜 현명하게 고안된 제도를 가지고 있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정치적 안정을 조성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온당하다. 즉 미국의 민주주의는, 아마도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플라톤의 민주주의 비판에 영향을 받아서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는 정치체제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도록 만들고자 지혜를 발휘했기 때문에 이토록 오래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다.
Ⅴ. 결론
플라톤이 구상한 국가론은 지성에 기초한 신분제 사회였으며, 이는 고대 아테네의 몰락에 대한 귀족주의적 반동으로 규정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칼 포퍼가 플라톤을 ‘열린사회의 적’으로 분류한 대목은 이해할만 하다. 칼 포퍼는 진리 독점을 주장하는 자를 열린사회의 적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자신의 몰락의 씨앗을 내부에 함유하고 있다는, 즉 최악의 정치체제인 폭군정으로 향한 길을 닦고 있다는 플라톤의 통찰력은 민주주의의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지에 관한 많은 함의를 줄 수 있다.
첫댓글 1따봉 콕!
재밌게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대충 요약하면
1.개요
2.민주정의 장점
3.민주주의의 단점
3-1 자유는 무질서,무기준의 다른이름이다.
3-2 다수의 횡포와 그걸 실행시키기 위한 대표자,그리고 흑화(?)하는 대표자
4.미국의 사례
5.결론
p.s지성에 의한 계급제라... 저는 경제를 무섭게 보고 있는데 말이죠. 로마공화국(!)만 봐도 사회를 지탱해줄 중산층이 박살나니 공화국자체는
혼란에 빠져서 결국은 문제를 해결해줄 대표자,절대자를 소망하게 되고, 진짜 시민이고 귀족이고 떠나 모두가 황제의 사실상의 노예가 된 제정의 탄생은
결코 우연이 아니죠.
지성은 중요하긴 하지만 먼저 배가 불러야 지성을 쌓을 수 있다고 보내요. 일종의 선행조건입니다.
경제가 안정된다고 지성이 성립되는건 아니지만, 지성이 성립된 곳은 경제가 안정되는 경우가 많죠.
금권은 그 자체가 권력입니다. 교육받은(?)야만인을 겪어본 1인으로서 느낀건데 무력,권력뿐만 아니라 금권으로도 깔아뭉게지지 않을때
비로서 지성이 빛을 바라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과연 그런날이 올까 싶습니다.
겐적으로 저는 '무력,권력>금권>지성'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아주 원초적인 선행 조건이 정적으로 균형을 맞출때 비로서 '다음수단'으로 넘어가더군요.
물론 이전의 정적 균형이 깨지면 '다음수단'은 논의할 필요가 없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사실 플라톤이 실질적으로 생각했던 실험이 로마 5현제죠 하지만 5현제의 마지막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에게 황제자리 승계한다는 원칙 깨버리고 덜떨어진 포악한 아들 콤모두스 한테 줘버리는 바람에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에게 황제자리를 승계하는 원칙이 있던 것이 아니라, 5현제 중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제외한 넷이 뒤를 이을 친아들이 없어서(안토니우스는 친아들 둘이 모두 요절) 어쩔 수 없이 양자를 들여서 자리를 넘겨준 것에 반해, 아우렐리우스에게는 장성한 아들이 있어서 그 아들에게 넘겨준거죠.
콤모두스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황제일 때 태어난 아들인데 더해 어릴 때부터 후계자로서 키워졌는데, 그런 아들을 제치고 다른 사람을 후계자로 올리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