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_말라는 말 ●지은이_박은정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24. 10. 22
●전체페이지_112쪽 ●ISBN 979-11-91914-68-9 03810/신국판변형(127×206)
●문의_044-863-7652/010-5355-7565 ●값_ 12,000원 ● 입고 2024. 10. 24
길항(拮抗)하고 화해하는 삶의 시편
박은정 시인의 첫 시집 『말라는 말』이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박은정 시인의 시집 말라는 말은 녹록지 않은 삶을 온몸으로 헤쳐 나가는 여정을 곡진하게 보여준다. 그리하여 끝내는 삶을 내 편으로 만들어 어머니처럼 품어 안고 있다.
어머니는 햇살을 등에 지고
눈물로 꽃씨를 뿌렸다
담장 너머 세상은
하늘을 향해 열렸고
마당귀 감나무는 높아만 갔다
별이 빛나는 밤이면
닿을 수 없는 하늘을 향해
꽃을 피우던 날들
― 「나팔꽃」 부분
시 「나팔꽃」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햇살을 등에 지고/눈물로 꽃씨를” 뿌리고 있다. 햇살은 앞섶을 비춰야 앞날이 환할 터인데 등에 졌다는 것은 ‘음지’ 혹은 ‘그늘’을 상상하게 만들면서 슬픈 이미지를 안겨준다. 또, 꽃씨를 눈물로 뿌린다는 형상화는 생의 무게에 짓눌린 상황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어머니를 그려내고 싶다.
술에 취한 밤,/미안하다는 말을 유행가 가사처럼 읊던 아버지//어떤 말이든 해보라고 화를 내는데/ 입술이 얼어붙어 열리지 않았다//움푹 들어간 눈동자가/불길 속으로 걸어가는 책을 바라볼 때,/손가 락엔 까만 재가 달라붙고/빈 책가방은 혼자 남았다//가을이 오면 들린다//중고 서점을 누볐을/아버 지의 발자국 소리
― 「가을 이야기」 전문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작품에서는 구체적으로 기술하지 않지만, 대부분은 가난한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 흔하게 일어나던 사건이었다. 부모는 자식을 학교에 가지 말라고 하고, 그것이 큰 잘못이었다는 걸 깨달은 아버지는 술의 힘을 빌려 용서를 빈다. 이러한 일은 자식이 미워서가 아니라 가난한 생을 건너가는 중에 발생하는 애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끝내 아버지를 미워할 수 없는 생의 고리, 그러한 애환으로 이 시는 아버지와 화해하기 위한 ‘살풀이’ 성격을 지닌다.
열 번 화를 내고 토라져도/아홉 번 함지박만 한 얼굴로 웃다가//한 번 화내고 돌아서는 등 뒤로/칼바람이 부네//이야기보따리 꺼내 들고/동동거리는 봄의 언덕//모란꽃이 피고 질 때까지/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네
― 「모란꽃」 전문
그는 내가 “열 번 화를 내고 토라져도/아홉 번 함지박만한 얼굴로 웃”는 사람인데, 한번 화를 내고 돌아서면 “등 뒤로/칼바람이” 분다. 이렇게 되면 애가 타는 건 화자, “이야기보따리”를 “꺼내 들고” 봄의 언덕을 동동거리며 화가 풀리기를 기다린다는 형상화이다.
겨울을 건너왔다/살아내야 한다는 끈을 잡고/물 한 모금 삼키고//바람에 흔들리던 뿌리가/제자리를 찾는 동안/질긴 목숨은 침묵을 지켰다//믿음으로 단단해지는 시간//서로의 눈을 바라볼 때/장미는 핀다
― 「장미」 전문
“살아내야 한다는 끈을 잡고/물 한 모금 삼키”며 겨울을 건너왔다고 화자는 고백한다. “바람에 흔들리던 뿌리가/제자리를 찾는 동안/질긴 목숨은 침묵을” 지키면서 말이다. 고독하게 인내했을 생의 고단함이 밀려와 가슴이 뻐근해지는 부분이다.
박은정 시인은 삶의 질곡을 극복하기 위해 시를 통해 현실을 대면하고 성찰하고 있다. 가족, 주변 인물, 꽃과 나무, 현실의 온갖 무늬를 응시하며 자신을 토닥이며 세상의 들판으로 꿋꿋하게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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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시인의 말·05
제1부
나팔꽃·13
슬픈 자리·14
눈물을 먹고 자란다·16
어머니·18
여름날·19
꽃비·20
촛불 맨드라미·21
재봉틀·22
시어머니와 미역국·23
풀꽃·24
얼굴·25
가을 이야기·26
아버지·27
조화(造花)·28
별·29
노을·30
제2부
가을의 문턱에서·33
어리석게도·34
거울 앞에서·35
기다림·36
모란꽃·37
비워내기·38
매미 소리·39
하루·40
삶·41
빈자리·42
홀씨·43
꽃·44
낯선 여자·45
커피 한 잔·46
이끼·47
첫눈·48
담배 연기·49
제3부
바람·53
괜찮아·54
부부·55
말라는 말·56
친구·57
그대의 벽·58
화해·59
장미·60
여자·61
빈혈·62
들꽃·63
꽃길 부고·64
꼬리·65
그 사내·66
훈련소 가는 길·68
변화·69
12월·70
그대와 나·71
제4부
길을 잃고 섰을 때·75
커피를 마시다·76
플라타너스·77
그대의 그릇·78
편지·79
거리 두기·80
밥은 먹었니·81
수채화·82
코스모스·83
향기를 깎았지·84
새치·86
곱슬 머리카락·87
물웅덩이·88
다이어트·89
이별을 말하다·90
이팝나무·91
이별·92
해설|안현심·93
■ 시집 속의 시 한 편
고약한 은행 냄새가
며칠이 지나도 가시지 않는다
아늑했던 소파가 가시방석이 되고
창문은 창살이 되었다
아는 길에서 길을 잃었고
낯선 길에서 자꾸 뒤를 돌아보느라
고개에 힘이 들어갔다
숨겨야 할 일이 많을수록
한번 밴 냄새는 꼬리를 물고 찾아와
시작과 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뚝 떨어진 은행이
어깨를 짓눌렀다
―「말라는 말」 전문
■ 시인의 말
바람 빠진 축구공처럼 찌그러져 있다가도
고약한 말만 들으면 날개가 필요했다
꼬리처럼 늘어진 말을 주머니에 집어넣을 때마다
그것의 밑바탕은 사랑이고, 아끼는 마음이란 걸 알면서도
생살을 찢는 몸부림으로
용수철처럼 튕겨 올라 하늘을 날았다
날개를 품고 살아온 길,
꿈의 날개를 길어 올리다가
시 꽃을 피웠다
몸부림이었다
2024년 가을
박은정
■ 표4(추천사)
박은정 시인의 시를 일괄하는 동안 삶에 맞서고 화해하면서 묵묵히 걸어가는 한 사람을 보았다. 어깨가 욱신거리는 아픔을 느끼면서 힘내라고 소리 없는 응원을 보냈다. 시는 기쁨의 순간에는 얼굴을 내밀지 않고, 슬프거나 괴로울 때 나타나는 성질을 지니지만, 그것을 굳이 작품화하는 이유는 아픔을 승화시켜 삶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의식인지도 모른다. 지난한 삶을 극복하는 데 시 쓰기는 그만큼 큰 위로가 되는 것이다._안현심(시인·문학평론가)
독자가 시를 읽고 감동하는 이유는 독자 자신의 모습이 시 속에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서 자아를 실현하려는 욕구가 있다. 그 욕구를 에워싸고 있는 존재는 시인과 독자에게 동일하다. 자신을 물질적 존재로 세상에 내보내 준 부모와 이성적 존재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준 이웃과 자연과 종교와의 상호 연관성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박은정 시인의 첫 시집 『말라는 말』은 한 여성이 자신과 연관된 대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또한 대상들에 휩쓸리지 않고 어떻게 내적자아를 실현시킬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_김상현(시인·소설가)
■ 박은정
대전에서 태어나 2020년 『한국문학시대』로 등단하였다. 현재 시삶문학회와 대전문인총연합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첫댓글 박은정 시인의 첫 시집 『말라는 말』이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큰 관심과 사랑(지금 교보문고, 알라딘 등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