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아직 엔진차 세계 1위 도요타 맞는 이유 (2) / 8/26(월) / 중앙일보 일본어판
최근 도요타는 이런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다. 직원들의 워라밸을 지키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주5일 근무제 도입이다. 라이커 교수는 향후 5년간 고령자 리타이어가 본격화되면서 젊은 인재들이 그 구멍을 메우게 돼 이전과는 다른 문화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최근 소프트웨어 인력을 크게 늘리고 있다. 기존 조립 생산라인은 로봇으로 대체되고 자동차는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진화할 것이란 예고다.
◇ 주도면밀한 '전기차 비관론자'의 계산
도요타 회장에게는 '전기차 반대론자'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테슬라가 주도하고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잇따라 합류한 전기차 시장에 대해 도요타는 소극적이라기보다 비관적이다. 하지만 도요타는 다른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을 앞당길 때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분야인 하이브리드카에 집중했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탑재하는 하이브리드카는 전기차보다 생산과정이 복잡하다. 두 종류의 동력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조정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당분간은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카가 팔릴 것이라는 도요타의 전략은 적중했다. 지난해 도요타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4~6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97만대의 하이브리드카를 판매했다. 도요타 판매량의 40%가 하이브리드카였다. 수요 정체에 빠지며 고전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과 정반대다. 도요타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1조 3084억엔, 매출은 12% 증가한 11조 8378억엔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도요타 회장은 "아무리 전기차 전환이 진행되더라도 전기차 점유율은 최대 30%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70%는 하이브리드와 수소전기차, 수소엔진차 등이 차지할 것이라고 전기차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엔진차는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토요타가 전기차 개발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5월에는 전기차 투자를 1조엔 늘려 2030년까지 총 5조엔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요타 변신, 리더십부터 공장까지
도요타 회장은 전동화 시대로의 단계적 변화를 앞두고 지난해 4월 후임 사장을 사토 쓰네하루에게 맡겼다. 2020년 렉서스 사장이 된 사토 씨는 렉서스 최초의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RZ를 출시하는 등 그룹의 전동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도요타 회장은 사토 사장에 대해 "현장에서 필사적으로 노력한 직원으로 앞으로 도요타가 모빌리티 컴퍼니로 나아가는데 최고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3명의 부사장을 뛰어넘어 기용된 파격적인 인사였다.
도요타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가 없는 공장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6월 테크니컬 워크숍에서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과 함께 새로운 조립 방식을 제시했다. 공장 내 컨베이어 벨트를 없애고 조립 중인 전기차가 공장 안에서 다른 조립 라인까지 스스로 주행하는 방식이다. 초기 설비투자 부담이 줄어 자동차 산업에서도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해진다. 라이커 교수는 도요타가 5년 후에도 세계 1위를 지킬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