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 스님의 주련] 31. 진도 쌍계사 시왕전
망상·집착 버려 걸림 없이 살라는 가르침
‘화엄경’ 보현보살이 설한 게송
마음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부처님도 중생도 될 수 있는 것
진도 쌍계사 시왕전 / 글씨 소암 현중화(素菴 玄中和 1907~1997).
若人欲識佛境界 當淨其意如虛空
약인욕식불경계 당정기의여허공
速離妄想及諸趣 令心所向皆無碍
속리망상급제취 영심소향개무애
만약 누구라도 부처님의 경계를 알고자 한다면/ 마땅히 그 뜻을 허공과 같이 맑게 하여서/ 망상과 모든 집착을 멀리 여의고/ 마음이 향하는 곳 걸림이 없도록 하라.
이 주련은 ‘화엄경’ 여래출현품에서 보현보살이 설한 게송이다. 그러나 몇 군데 원문과 다르게 변형한 글자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게송의 원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若有欲知佛境界 當淨其意如虛空
약유욕지불경계 당정기의여허공
遠離妄想及諸取 令心所向皆無礙
원리망상급제취 영심소향개무애
먼저 다른 글자는 두더라도 욕식이 아니라 욕지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지(知)는 형성글자로 입을 나타내는 구가 의미로, 화살을 나타내는 시가 소리부로 쓰여서 ‘알다’라는 뜻이다. 화살이 과녁을 꿰뚫어버리듯이 상황을 날카롭게 판단해 의중을 정확하게 꿰뚫어 말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말이다. 여기에 반해 식은 말을 나타내는 언(言)이 의미부로, 진흙을 나타내는 시가 소리부로 쓰여서 ‘알다’라는 뜻이다. 머릿속에 새겨 자신의 지식이 되게 한다는 뜻으로 지(知)와 같은 듯하지만 다른 표현이다.
약인은 누구라도 부처님 가르침을 알려고 하는 대상을 두루 나타내는 표현이다. 경계는 감각이나 인식의 작용이 미치는 범위를 말하기에 곧 소연이 된다. 여기서는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자 하는 골수인 핵심을 말함이다.
부처님의 경계를 알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보충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화엄경’ 초발심공덕품의 게송에 이 가르침이 있다. “욕지일체제불법 의응속발보리심 차심공덕중최승 필득여래무애지)欲知一切諸佛法 宜應速發菩提心 此心功德中最勝 必得如來無碍智), 일체 제불의 진리를 알고자 한다면 응당 보리심을 일으켜라. 이러한 마음이 공덕 중에 가장 수승한 공덕이라서 반드시 여래의 걸림 없는 지혜를 얻을 것이니라.”
의(意)는 마음을 말한다. 부처를 찾고자 한다면 먼저 마음 쓰기를 허공과 같이하라는 내용이다. 허공은 어디에도 의지하는 바가 없으니 안팎으로 얽어매는 모든 인연을 끊어야 도에 이를 수 있다는 표현이다. 수행자를 가출이라고 하지 아니하며 출가라고 하는 것도 세속의 인연을 끊어 버린다는 의미다. 당(當)은 응당이라는 표현으로 ‘당연히’ ‘으레’라는 뜻이며 정(淨)은 더럽거나 속되지 아니하다는 표현으로 청정함을 말한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주(主)가 되는 체는 무엇인가. 바로 마음을 말하는 심(心)이다. 심(心)은 그 쓰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부처도 되고 중생도 되는 것이다. 공간에 비유하면 허공이고 물질로 비유하면 청수, 꽃으로 비유하면 연화, 구슬로 비유하면 마니주, 암석으로 비유하면 금강석이라고 한다.
속리(速離)는 당장에 멀리하라는 뜻으로 급박하다는 것을 말함과 동시에 핵심이다. 불성을 찾음에 있어서 가장 큰 방해꾼은 망상과 집착이기 때문이다. 망상(妄想)은 허망함으로 인하여 이치에도 맞지 않는 마음을 내는 것이다. 중생은 이러한 생각으로 집착하고, 이는 분별의 원인이 된다. 제취(諸趣)는 육도윤회를 일으키는 취착함이다. 취착심으로 인하여 번뇌가 일어나서 진리를 가리기 때문이다. 영(令)은 지시하듯이 말하는 표현이다. 심소(心所)는 마음과 결합하여 마음과 동시에 발생하는 모든 정신작용을 말하며 매우 광범위하다. 여기서는 간단하게 심용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무애(無礙)는 막힘이 없다는 것이다. 신체적, 정신적인 능력이 매우 뛰어나서 어떠한 장애도 없음이다.
고로 부처님의 경계를 알고자 한다면 망상과 집착도 놓아버려서 어디를 가더라도 마음에 걸림이 없는 삶을 살라는 가르침이다.